여행의 1/3은 떠나기 전의 준비, 1/3은 여행, 나머지 1/3은 다녀온 후의 사진과 함께 기록을
남기는 일로 구성된다. 이 마지막 1/3의 작업을 앞에 놓고 마치 맛있는 음식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보며 아까워하는 아이의
심정이다. 에~~ 그럼 나의 글잔치를
시작해보겠다.
원래 계획은
상해역에서 밤 8시 45분에 출발하는 TK 54열차였으나 3일전에 예매를 하러 갔을 때 잉워표가 다 팔려 할 수 없이 한 시간이 늦은 9시
21분발 시닝(西寧)행 普快 376次, 그것도 샤푸(下甫 : 잉워 1층을 말함)가 아닌 중푸와 상푸 표를 구해
예정된 날짜에 간신히 상해를 떠날 수 있었다.
덕분에 발바닥
하나 딛을 만한 수직 사다리를 젖먹던 힘 다해 붙들고 기어올라간 뒤 웬만한 사건 아니면 내려올 마음먹기 힘든 악조건에서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함께 떠난 일행 간의 멤버십 트레이닝은 생략됐다. 이미 창 밖은 칠흑이고 10시 반이 되어 소등까지 해버리니 설레어 잠 안 오는 밤엔 그저
음악에 두 귀를 묻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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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는 기척에
눈을 뜨니 새벽 다섯 시 반, 기차는 밤 사이에 남경을 거쳐 안휘성을 지나고 있다. 일찍 일어나니
세면칸도 붐비지 않아 집에서 하던 정도의 만족한 세면을 마치고 복도 탁자에서 여유있게 커피까지 마셨는데도 아침 식사까지는 시간이
남는다.
잠시
대민활동(중국인들과 대화를 통해 여러 가지 정보와 배움을 얻는 일을 가리킴. 부적절한 사용임에도 불구하고 여행기간 내내 우리 멤 버들이
애용했다)을 벌일 수밖에... 우리 아래칸에는 출장차 상해에 왔다가 서녕으로 돌아가는 30대 샐러리맨과
란주로 시집온 상해 출신 할머니가 묵고 있었는데 두 사람 다 유쾌한 대화에 어울리는 인물들. 게다가 란주나 서녕 모두 내겐 낯선 도시였으므로 꽤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점심 먹고 난
무료한 시간에 카드를 하자길래 한국식 카드를 가르쳐주겠다고 꼬여 민화투를 가르쳐 주니 카드가 너무 예쁘다면서 열심히 배운다. 원래 카드
도사들이라 그런지 금방 배워 광만 나오면 눈이 반짝 한다. 한국에서 지탄을 받던 화투장들이 해외에서 훌륭히 민간외교의 한 몫을 감당할
줄이야.
기차에서의
식사에 대해 한 마디. 아침은 식당차에서 죽과 화줸(花卷), 몇 개 반찬이 나오는 10원짜리
타오찬(套餐)을 파는데 양이 꽤 많아 사람수보다 약간 부족하게 시키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점심이나 저녁은 10원짜리 도시락을 사먹을 수도 있지만 반찬과 기름으로 범벅이 되어 나누어
먹기도 마땅치 않은 도시락보다 식당차에서 주문해서 먹는 편이 양과 가격을 조절하는 데 훨씬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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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파는 도시락)
미리 과일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은 기차역이 설 때 재빨리 뛰어나가 과일 몇 알이라도 사두면 두고두고 잘한 일로 기억될 것이다. 맥주는 기차가 설 때마다
내려 그 지방 맥주를 사서 병뚜껑을 모으고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나 우리 일행도 처음에 따라하다가 세 역째
그만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