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사멧은 조용하고 작은 섬이다.
그 유명한 파타야나 피피섬을 놔두고 이
심심한 섬을 선택한 것은, 방콕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일중독 중증인 남편을 치료(?)할 수 있을까 해서였다.
성격이 급하고 집념이 강한 남편은 쉬는 날도 일에서 離不開하지 못하는 건 물론, 한가해지면 오히려 초조해 하고, 여가가 생겨 놀더라도 열심히 놀아야 만족해 한다. 젊을 때라면 미덕일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까지 이러면 곁에서 보기 정말 딱하다. 어떻게 이 양반을 모래밭에 자빠뜨려 현실을 잊고 꿈꾸게 만들 것인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남편은 산 타는 것은 즐겨도 물에서는 잘 놀 줄 모른다. 바다에서는 바나나보트 타고 나가 낚시를 하거나 수영을 하거나 패러글라이딩을 하거나 스노클링을... 하지만 이런 것도 별로 즐기지 않으니 서양애들처럼 파라솔 아래서 졸거나 책 읽을 일밖에 없을 것이다.심심한 거 잘 못견디는 양반이 짜증 내면 어쩌지...
하지만 옥색 바다가 양털구름 살풋 걸친
새파란 하늘과 완벽하게 어울린 코사멧 섬에 발을 딛는 순간 나의 염려는 깨끗이 사라져버렸다.
물을 좋아하는 내가 아름다운 파도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떠다니는 동안 파라솔 아래 누워 파도와 바람의 속삭임을 즐기는 남편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게으르고도 행복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exciting한 어떤 해양스포츠도 필요없었다. 코사멧은 꿈을 꾸는 곳이다.
수영에 지친 몸을 비치의자에 부려놓고 깜빡 졸았나보다. 어느새 사방이 벌겋게 물들고 해변 끝부터 땅거미가 져온다. 해변에 바싹 붙여 지은 레스토랑에 하나둘씩 동화같은 등불이 걸리고 음악도 비트가 강한 곡에서 올드팝으로 바뀌어 밤바다의 낭만을 준비한다.
이 해변을 찾은 사람들은 대개 어린애들을 데려온 젊은부부나 커플이다. 서양남-태국녀 커플도 눈에 띄지만 나이 많은 서양 커플들이 가장 많다. 나이로 보아 부부간일 텐데 분위기를 보면 꼭 연인들 같다.
분위기에 휩쓸려 우리도 손을 꼭 잡고 긴 해변을 몇 차례 오락가락해본다. ㅎㅎ
해물구이(도미, 홍합, 꼬막, 오징어, 왕새우, 꽃게에 왕소금 뿌려 숯불에 껍질째 구운 것)에 칵테일 한잔 곁들어 근사한 저녁을 먹고(내 평생 그렇게 싱싱하고 맛있는 해산물은 처음 먹어봤다) 별이 쏟아지는 백사장에 누워본다. 약간 취기 때문인지 파도소리가 마치 꿈속에서 들리는 것 같다. 이대로 모래밭 속으로 잦아들었으면...
<코사멧 가이드>
코사멧에 가려면 방콕 지상철 에까마이 역에서 내려 역앞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반페행 버스를 탄다. 깨끗하고 승차감 좋고 화장실까지 딸려 있다. 콜라와 카스테라도 준다. 세 시간 반을 달려(왕복 끊는데 200밧) 반페에 도착하면 코사멧 가는 배가 기다리고 있다. 배표는 왕복 100밧, 1시간 간격으로 있고 항해시간은 1시간이다.
섬에 깊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면 썽테우(사람을 태우도록 개조한 미니트럭)를 타지 말고 섬 구경도 할겸 슬슬 걷다가 마음에 드는 해변을 발견하면 거기서 방갈로를 빌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배표 사는 데서도 삐끼들이 방갈로 예약하라고 잡아끌지만 방갈로는 많으니 섬에 도착하여 직접 보고 고르는 게....
굳이 돈을 절약하지 않아도 되는 분은 리조트를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방갈로는 에어컨 있는 방이 1000밧, 선풍기방이 600~700.
얼핏 보면 예쁜데 안에 들어가보면 지저분하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반페항에서 배표를 끊고 있는데 풍성한 가슴의 실루엣을 보여주는 흰블라우스에 흰 롱스커트, 붉게 입술을 칠한 아름다운 여인이 방갈로 예약하실 꺼냐고 물어온다. 그런데 목소리가 완연한 남자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손도 크고 얼굴선도 다르다. 말로만 듣던 트랜스젠더를 술집도 아니고 무대도 아닌 거리에서 만나다니...
배에 오르면서도 그 여인이 궁금하여 자꾸만 몰래 뒤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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