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남미

Mexico4 - Guanahuato1

張萬玉 2008. 5. 17. 07:51

오늘은 멕시코시티 외곽에 있는 떼오띠우아깐에 다녀온 뒤 저녁차로 과나후아또로 갈 예정.

과나후아또에서 하룻밤 묵을 생각이라 체크아웃한 뒤 배낭 맡기고.. 가벼운 쌕만 둘러맨 채 숙소를 나섰다.

웬만큼 기운을 차린 피고씨도 떼오띠우아깐에 간다기에 함께 지하철을 타고 북부터미널(6호선 terminal central del norte역 하차) 로 가 일단 버스표를 산 뒤(31페소, 1시간 소요) 떼오띠우아깐에서 돌아올 시간을 정하기 위해 과나후아또 가는 버스 시간을 물어보니 이걸 어쩌나... 막차가 오후 1시란다.

그럼 떼우띠우아깐에서 11시 반에는 출발을 해야 하는데... 한 시간도 못 있는다는 얘기?

그래도 오늘 가지 않으면 과나후아또는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일단 떼오띠우아깐 행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기사 아저씨. 멕시코 아저씨들, 인상 하나는 죄다 거물급이다. 

 

 

버스회사의 내락을 받은 듯 보이는 잡상인들이 중간중간 올라탄다. 

기타 치며 그럴싸하게 팝송을 불러대는 악사, 음료수 장사, 땅콩장사 등등.   

 

떼오띠우아깐 입구를 지키고 있는 선인장들 내 키의 1.5배는 되겠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바글바글.... 오른쪽 아저씨가 파는 것은 활이다. 

 

떼오띠우아깐 문명의 그림자만 밟고 돌아오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푸른 들판.. 바람은 사통팔달 시원하게 불어 오가고 툭 터진 하늘 아래 피라밋들이 장엄하게 버티고 있다. 이곳의 면적이 약 20만제곱킬로미터... 전성기에는 20만 명 이상이 거주했던 거대한 도시였다지.      

입구로 들어오면 마주 서 있는 께쌀꼬아뜰(깃털 달린 뱀) 신전.

사진으로 보면 하나의 피라밋 같지만 앞쪽은 4층짜리 기단이고 산봉우리처럼 보이는 6층 피라밋이 바로 뒤쪽에 붙어 있다. 이름은 피라밋이지만 이곳의 피라밋들은 무덤이 아니라 제의를 거행하기 위한 신전이었다. 신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수만의 인간들이 제물로 바쳐졌던.... 

헌데 무지막지한 공력을 들여 이렇게 대단한 신전들을 건설해놓고 다들 어디로 가버린 거야?  

 

 

상당히 가파른 계단이지만... 여기까지 와서 안 올라갈 수 있나, 낑낑~ 뻘뻘~

 

나는야 아즈텍인들의 후예~ 

 

아쉽게도 이 기단 하나 올라가는 것으로 나의 떼오띠우아깐 탐방은 끝났다. ㅜ.ㅜ 

 

4킬로에 달하는 '죽은자의 길'을 걸으면 유명한 '달의 피라밋', '태양의 피라밋'에 도달한다는데...  

시계는 나더러 돌아가라고 한다. 지금 나서지 않으면 과나후아또는 땡!이라고...

떼오띠우아깐이냐 과나후아또냐, 과거냐 현재냐......  

망설이다 망설이다 결국 돌아오는 버스 타기로.... 피고씨가 어이없어 죽을라칸다. 나 지금 뭐하는 거? 

결과적으로 과나후아또가 좋았기 때문에 후회는 없지만, 또 모르지... 달의 피라밋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같은 결론을 내렸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터미널에 내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과나후아또행 버스에 올랐다(282페소).

과나후아또까지는 다섯 시간. 초원사막을 끝없이 달려가는데 지루할 만하면 나타나주는 키다리 선인장들과 허허벌판에 홀로 덩그마니 서 있는 맥도널드, 주유소마다 줄을 선 트럭들... 계속 틀어주는 기타와 아코다언 반주를 곁들인 남성 중창단의 노래 때문인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과나후아또에 도착하니 어쩐 일인지 터미널 근처에 버스 꽁무니도 안 보인다. 20분쯤 기다려보다 할 수 없이 택시를 잡았더니 작은 동네일 텐데 50페소나 달란다. 이 동네도 관광객 바가지가 센 동네인가 보다. 배낭여행자 많은 호스텔로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그런 데 모른단다. 그럼 싼(barato) 호텔로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센트로의 바라또 호텔(호텔 이름이 '싸구려호텔'이다)로 데려다준다. ㅎㅎ

 

센트로는 꼭 중국 촌동네의 다운타운처럼 복잡하고 지저분하다. 사실 이 동네 사람들 사는 걸 보려면 이 동네가 제격이지만 사람이 너무 붐비니 나도 모르게 발길이 윗동네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일단 무거운 배낭이 없으니 느긋하다. 호스텔은 뒷전이고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거나 곳곳에 걸린 마을지도를 들여다보며 돌아볼 곳들을 하나하나 짚다 보니 어느새 바실리카 성당까지 왔다. 

 

 Casa Shoenstart. 주인이 독일인인가? 알려진 이름은 Casa Kloster인데 최근에 이름을 바꿨다. 

 

호스텔을 이용해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왜 이 방이 왜 좋은지...(2층침대가 아니다)

 

거실은 따로 없지만 거실보다 더 좋은 앞마당.

 

영어가 전혀 안 통하지만 직원들이 매우 친절하고 깨끗한 실내가 마음에 들어서 체크인.(120페소) 

방에 들어가니 모두 놀러나갔는지 아무도 없다. 나도 짐을 놓고 바로 나갔다. 너무 배가 고파서...

발렌타인데이를 맞은 작은 도시는 놀러나온 인파로 목이 메인다. 어떤 길은 오도가도 못할 지경.

가까운 광장의 그럴듯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짝 있는 사람들도 기분내는데 짝 없는 나는 더 기분 내줘야 덜 불쌍하지. ^^

 

30페소짜리 치즈스파게티와 20페소짜리 맥주 

 

오늘 마리아치 아저씨들 신났다. 

 

불빛 휘황한 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진찍기를 시도해 보지만 너무 다정한 사람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기는 쉽지 않다. 모두들 손에 꽃과 풍선을 들고 사랑하는 사람과 눈이나 입을 맞추며 즐기고 있다. 영화배우 장미희씨의 코맹맹이 멘트를 한번 날려본다. '정말 아름다운 밤이에용~'

 

오늘 정말 많이 걸었나보다. 무릎이 시큰거려 밤드리 노닐기는 생략,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오니 캘리포니아에서 왔다는 미국 남자애가 인사를 한다. 내일 멕시코 시티 들어가는 길에 나비가 모여든다는 모렐리아로 한번 빠져볼까 싶어 론리 플래닛을 빌려서 연구에 들어가본다. 헌데 까사 비에하에서 만났던 영국아저씨의 말과는 달리 모렐리아는 멕시코 시티와 과나후와또와 함께 완전히 삼각형을 이루는 지점에 있다. 과나후아또에서 모렐리아 가는 데 네 시간, 거기서 멕시코 시티로 가려면 또 3시간이 걸린단다. 누구 맘대로 가는 길에 내려 잠깐 둘러보고 가?

에휴, 포기다. 이렇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는 멕시코에서 석 달 다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갑자기 창밖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트리오 로스 판초스 풍의 흥겨운 삼박자 노래다. 창가로 달려가 내려다보니 판초를 입고 기타와 콘트라베이스를 둘러맨 두 사람의 뒤를 젊은이들이 따라가고 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대열, 모두들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간간이 뭐라고 외치기도 한다. 급히 신발 꿰어차고 뛰어내려가다 발목을 삐끗했다. 다행히 크게 다친 것 같진 않지만 오늘은 그만 쉬라는 싸인인가 싶어... 그냥 발 씻고 잤다.  

 

삼층도시 과나후아또 

과나후아또는 스페인에 의해 건설된 식민도시로서 18세기에는 세계적인 은 생산지로 이름을 날린 곳이다. 지금은 모두 폐광이 되어 과거의 번영을 누리고 있지는 않지만 잘 보존된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들뿐 아니라 미로처럼 꼬불꼬불한 거리, 도시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독특한 지하차도, 산기슭에 빽빽하게 들어선 다채로운 주택 등등 도시 전체가 아름답고 독특하여(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늘 관광객들로 붐비는 도시다.

 

이 도시에 들어서면서부터 딱 벌어진 입은 다음날 떠나기까지 닫힐줄을 몰랐다. 사진神이 강림했다고나 할까... 흥분해서 마구 셔터를 눌러댄 나머지 실제로 건진 사진은 그리 많지 않지만.. ㅎㅎ

자, 그럼 동네구경 한번 해보실래요? (지면관계상..ㅋ 크기를 줄여놓았으니 꼭 클릭해서 보시길)

 
지하1층

 

 

 

 

 

 

 

 

 교차로도 있다. 

 

 

차만 다니는 게 아니다. 

 

 

왼쪽 사진의 초록 손잡이 있는 데가 지하보도 입구.... 따라 내려가면  

 

 

이렇게 보도가 나온다. 입구가 수도 없이 많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니 중간에 화장실도 있다. 

오른쪽 구석의 아주머니는 매연이 꽉 찬 지하도에서 종일 유료화장실 지킴이로 근무한다.

 

지상 1층

 

 

과나후아또로 들어오면서 제일 먼저 눈에 띈 성벽.

 

역시 마을 입구. 사진엔 없지만 오른쪽으로 '정원'(jardin)이라는 이름의 녹지대가 펼쳐진다. 

 

건물 색깔 좀 보소.. 

 

마을의 상업지구 센트로. 

 

웬만한 공터엔 다 이름이 붙었던데... 무슨 광장이었더라? 

 

거의 모든 도로가 버스 한 대 간신히 다닐 정도로 좁은 일방통행길이다.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풍선으로 장식한 집이 눈에 많이 띄었다.

 

여기가 샌프란시스코 광장이랬던가?

 

길 가다 낡은 대문이 열렸길래 들여다보니   

 

내부가 근사하다. 대문만 보고는 절대 알 수 없다. 

 

산으로 가는 푸니쿨라 타러 가다 발견한 돈키호테.  옆 건물이 아마 돈키호테와 무슨 상관이 있을껄.

 

흰 건물이 과나후아또 대학 

 

이 동네엔 헐일없는 아저씨들 참 많다. 휘파람이나 불어쌓고...

 

지상1층 동네 중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라파스 광장.

오르막 끝의 건물이 성당이 산디에고 성당이다.

 

멕시코판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뽀뽀길'. 명문가의 딸을 사랑했던 한 광부가 여자 집안에서 그녀를 만나지 못하게 하자 한 사람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둔 집에 세를 들었고 가여운 그들은 매일  발코니에서 몸을 내밀고 뽀뽀를 했단다.

 

지상 2층

헥헥... 사진이 너무 많은 것 같군요. 다음 글로 넘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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