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도시 별로 재미없어 하는 나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는 멕시코 시티를 위해 하루 정도 더 할애하기로 했다.
오늘은 프리다 칼로의 생가와 트로츠키가 망명했을 때 살던 집이 있다는 예쁜 동네 코요아칸, 그리고 인디헤나들의 성당으로 유명한 과달루뻬 성당에 가볼 예정인데 과달루뻬 성당엔 석양 무렵에 가야 한다고들 하니... 어학연수할 UNAM대(멕시코 국립대학, Univercidad Nacional Autonoma de Mexico)를 둘러보러 나가는 Y군을 따라나섰다. 우남대를 둘러보고 나서 코요아칸에 가도 시간은 널널할 것 같아서.
지하철 노선도를 보니 univercidad(대학) 역도 있던데 아마 역에서 학교까지 먼 모양이다. 버스를 타잔다.
헌데 이 버스는 일반버스와는 다른 메트로버스....지상철 느낌이다. 표를 끊어서 타야 하는데 에구구, 정액권밖에 사용할 수 없군. 할 수 없이 50페소짜리 정액권 카드를 사서 결국 다 못쓰고 Y군에게 기증.
버스 안에서 내다보니 무슨 시위중이다.
메트로버스 안
우남대 본관... 헉!
도서관 건물... 여기도 허걱!
저기도 허거걱!
헌데 저 숫자가 뭘까? 찍을 땐 몰랐는데... 무척 궁금하게 만드는군.
연극연습중이다. 나까지 괜히 대학시절로 돌아간 기분.. (플레이 버튼 꾸욱~).
요긴 학생식당... 무슨 스터디 그룹인가보다.
Y군 말이 우남대 캠퍼스가 서울 어느 區 크기와 맞먹는다고 했는데... 아무튼 별로 넓은 지역을 헤매지도 않았건만 Y군을 놓쳐버렸다. 할수없이 혼자 우남대를 나와 코요아칸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월마트를 발견.... 플라스틱 슬리퍼 한 켤레와 빗 하나 사고 팔뚝만한 바게트 샌드위치와 마시는 요구르트 한 병 사서 빵빵하게 점심 해결.
코요아칸이 우남대에서 가까운 줄 알고 거리구경 하며 슬슬 걸어가지...했는데, 완전히 착오였다. 물어물어 걷는데 걷지 말고 택시 타라고 말리는 사람도 없어서... 미련하게 걷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 가까이 걷고 있다. 그것도 땡볕에...
그러나 거리는 볼만하다. 상하이의 淮海路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 있는 동네. 부촌답게 거리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안 보이고 담장 너머로 늘어진 꽃들의 미소조차 내리꽂히는 땡볕 아래 하얗게 질렸다.
코요아칸에 들어서서도 프리다 박물관 찾느라 30분 넘게 걸었다. 무릎은 그만 좀 걸으라고 아우성이고... 이러다 오늘 오후는 '걷기'로 끝나는 거 아닌가 몰러.
오홋, 저기다!
그녀가 나고 자란 집... 허나 그녀의 삶을 느껴보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공간이다.
사진을 못 찍게 하니 그녀가 누웠던 철제침대와 그녀의 육필 서신 밖에 생각나는 게 없다.
내가 기대했던 작품들은 물론 없었고 해골, 말, 뱀, 독수리, 돼지 등으로 형상화된 그림 몇 점 뿐... 입장료는 45페소나 받던데...
불꽃 같이 살다 간 그녀의 삶과 작품에 관해 관심있으신 분은 검색창에서 '프리다 칼로'를 쳐보실 것.
아름다운 뒷뜰에서 커피 한 잔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트로츠키가 어디서 살았든 상관없다, 난 일단 숙소로 돌아가 땡볕에 지친 몸을 샤워로 달래줘야겠어.
오전에 아낀 택시비 오후에 원없이 뿌리며(퇴근길 교통정체가 서울시 저리가라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한숨 잤다. 어느새 해가 기울려고 한다. 다시 기운을 내어 석양의 과달루뻬 성당을 향해 출발!
과달루뻬 성당에 가려면 지하철 6호선을 타야 한다. La Villa Basilica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면 바로 성물 파는 상가들이 즐비한 골목이 나타난다.
과달루뻬 성당은 인디헤나의 모습을 한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 기적을 베푼 것으로 유명해진 성당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동네 마리아 상 얼굴들은 모두 검다.
제단에 바칠 가지각색 사탕과 엿들...(성모님, 당뇨병 걸리시겠어요..)
성당으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것이 구 성당.
구 성당 안에 높이 달린 십자가상.
핏자국이 선명해서인가? 너무 높이 달려서인가? 퍽 리얼하게 다가온다.
이곳은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새 본당.
전부 아는 단어인데도 전혀 해석이 안 될 때의 미칠듯한 약오름... 대체 저 글귀가 뭔 뜻이란 말인고.
내가 네 어머니였고... 나는 이곳에 없었니?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새로 지은 본당에서 드리는 화려한 미사의 동영상인데... 안 나온다.
따로 찍은 사진이 없어 그냥 놓아두니 눈으로만 구경하시길.
같은 시각 그 바로 옆 건물('인디오들의 오래된 교구'라고 쓰인 간판을 달고 있는)에서는 별도의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100% 인디헤나들이었다. 소박하다는 것 말고는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은데....
성당 뒤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는 아름다운 계단.
계단 수가 보기보다 많으니 쉬엄쉬엄, 중간중간 경치를 즐기며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꼭대기에 도착한다.
성당 지붕들도 아름답지만
저녁빛에 물들어가는 멕시코 시티 북쪽 동네의 모습도 나를 잔잔한 상념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웬지 그리스 정교회 냄새가 나는... 멋진 지붕.
과달루뻬 성당으로 관광객들을 이끄는 데 이런 근사한 전망도 크게 한몫 할 것 같다.
할말을 잊고 해가 꼴딱 넘어갈 때까지 머물렀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치마폭에 흘러내리는 장미가 퍽 생생하다.
성당 뒤편 수도원 건물에 있는 저 검은 마리아상이 유명한데...
너무 늦게 가서 수도원 문이 닫혔다(아니, 개방하는 요일이 있다고 했던가?)
그냥 돌아서기 아쉬워 저 멀리 있는 것을 힘껏 땡겨봐도... 카메라가 힘이 딸려 뿌옇게밖에 못찍는다.
종탑? 시계탑? 만남의 탑?
성당을 나와 지하철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멋진 따꼬스 집이 보이길래 한 장 찍었는데...
그 죄로 저 식당 아저씨들로부터 '히야까시'당했다. ㅜ.ㅜ
'여행일기 > 중남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Mexico5 - Guanahuato2 (0) | 2008.05.17 |
---|---|
Mexico4 - Guanahuato1 (0) | 2008.05.17 |
Mexico2 - Mexico City1 (0) | 2008.05.14 |
Mexico1 - From Seoul to Mexico City (0) | 2008.05.13 |
다녀왔습니다 1 (0) | 2008.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