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남미

Guatemala7 - The Days in Spanish School

張萬玉 2008. 5. 29. 12:51

여행기가 늘어져 '여행일기'가 될 지경이지만, 그렇다고 정말 '일기'를 써서 읽는 사람 괴롭힐 일 있나...

일주일간의 학교생활만 간추려 정리해볼까 한다.

 

핵교 공부와 선생님들 얘기

자원봉사 한다고 수업을 오후 세 시간만 신청했다가 무늬만 봉사에 실망하고 중도하차.(자세한 사연은 조오기 아래..) 대신 오전 세 시간을 더 신청해서 하루에 여섯 시간씩 수업을 했는데......

 

오후 선생님은 '치노'(중국인)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리는 Haroldo 선생님. 

Le carf 모자에 aoidas 티셔츠를 즐겨 입는 20대 초반이지만 두 살박이 아들을 둔 가장이다. 15분 휴식시간을 30분씩 쉬고 싶어하는 꾀돌이. 하지만 마음먹고 가르치기 시작하면 꼼꼼하게 잘 가르치기 때문에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달래가며 배웠다. ^^  눈치가 빨라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아주 효과적으로 하며, 헷갈릴 때 차근차근 정리해주는 솜씨는 교직과목 이수한 사람들 뺨친다.

 

오전 선생님 Clara(우리는 친한 사이니까 Clarisa라고 부르란다).

자기가 준비한 수업만 주욱 끌고 나가는 타입이라 솔직이 좀 지루했지만 뭐라고 딱 꼬집어 불만을 말하기도 어렵게 만드는 노련함과 친절함도 함께 갖고 있다. (흉본 건가? ^^ ) 

나와 공부하기로 한 날 전날 밤에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이틀 뒤에야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 사고는 마을로 들어오던 버스가 벼랑 아래로 굴러 35명의 중상자를 낸 이 마을 초유의 대형참사로 TV와 신문에도 대문짝 만하게 났다. 병원에 병상이 모자라 인근 마을로 보내고 그리고도 모자라 마을 사람들 집으로 옮기고.... 사고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던 모양이다. 내가 사는 집 주인 아저씨도 간호사지만 실과 바늘을 들고 이집 저집 다니며 정신없이 꿰맸다고 한다. 

끌라리싸의 남편은 다리가 부러지고 윗니가 몽땅 나갔단다. 그래도 다른 사람에 비하면 경상이라고, 천주님께 감사한다며 힘든 내색 전혀 안 한다. 자기 사정으로 빠뜨린 수업뿐만 아니라 내가 판단을 잘못해서 자원봉사와 바꿨던 수업까지 (물론 학교측의 지시가 있었겠지만) 보강을 해줬다. 어찌나 고맙던지...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저 자리가 내가 찜해둔 지정석. 근데 공부하다 말고 웬 북? ^^

(사진을 위에서 찍었나보다. 팔등신은 아니지만 저 정돈 아닌데... ㅎㅎ) 

 

월요일 오후 첫 수업. 

시작하자마자 100문제짜리 시험지를 내놓는다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하나 파악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머리에서 김 나게 풀었지만 65점 맞았다. 스.무.따에서 배웠던 것도 많이 까먹었고 안 배운 것도 있고...

몇 달 손놓고 있는 동안 다 까먹어버리지 않은 것만 해도 고마울 따름.....ㅜ.ㅜ  

시험 보고 답 맞추고 설명 듣고 나니 세 시간이 다 가버렸다. 내일부터 틀린 것 중심으로 공부하겠단다. 

 

둘째날 수업. ser, estar, gustar 동사와 시간 복습.

처음엔 '다 아는 건데 시간 아깝게....'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니 새롭게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 공부할 때 더 열심히 연습했으면 이 시간이 필요없었겠지?

치노 선생님과는 첫날보다 훨씬 호흡이 잘 맞는다. 하나 끝나면 내 노트 달라고 해서 천천히 훑어보고, 또 하나 끝나면 느릿느릿 책상 정리하고... 너무 차근차근해서 꾀부리는 건가 싶었는데 원래 스타일이 그런 모양이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 '차근차근'이 대충 넘어가는 내게 꽤 도움이 되었다. 일단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던) 문법 정리해주고 집중적으로 연습시키고.... 그 기초 위에서 어휘를 보충해준다.

 

셋째날부터는 클라리싸와 공조하기로 한 모양이다. 클라리싸가 진도를 나가고 숙제를 왕창(끝내는 데 세 시간 이상 걸릴 정도로) 내주면 이튿날 치노가 숙제검사를 하고 꼼꼼하게 고쳐주면서 연습시킨다.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특히 스페인어의 깔딱고개인 불규칙 동사, 과거형 익히는 데 퍽 유용했다. 

공부한 얘긴 여기까지만... (당시 제법 확장되었던 어휘들과 웬만큼 어법에 맞게 구사하던 동사들이 이후 제대로 써먹지 않아 다시 새까매졌다는 얘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ㅜ.ㅜ ) 

 

마지막날 밤 바베큐 파티장에서 두 선생님들과... 

 

특활 얘기

대부분의 스페인어 학원들이 학생들을 끌기 위해 수업 외 특별활동들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체험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수업에서 배운 스페인어를 써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리 학원은 주로 앉아서 하는 특활이었지만 실비로 단체투어나 레포츠 등을 제공하는 학원들도 많다. 플로레스에서 안띠구아까지 함께 왔던 조용한 스웨덴 커플들과 센트로에서 마주쳤는데 걔들은 승마와 카약을 하고 싶어서 Mayab를 선택했다고 하더군.   

 

특활 때문에 나의 하루는 무지하게 바빠졌다. 원래 수업이 오전 9시, 오후 2시에 시작하는데 오후수업 마치고 나서 6시에 시작하는 특활에 참가하려면 저녁 먹을 시간이 없다. 선생님들과 상의해서 수업을 30분씩 앞당기고 알레한드라에게 식사시간을 거기 맞춰달라고 했더니 어이없어 죽을라칸다. 그럼 7시반에 아침, 12시 반에 점심, 5시 반에 저녁? 저녁을 그렇게 일찍 먹는다꼬?(이 동네 사람들은 점심을 두 시쯤, 저녁은 8시가 넘어야 먹는다)

어쨌든 눈 뜨면 먹고 학교 가고 수업하고 오자마자 먹고 먹자마자 학교 가고 밤 늦게까지 숙제하는 쉴새없는 생활이 일주일간 계속되었다. 게다가 급경사 언덕길을 하루에 여섯번씩 오르락내리락하니.... 여행하면서 빠진 4kg 중 절반은 아마 이때 빠졌지 싶다. 특활이 그에 일등공신이었다. ^^ 

 

월요일은 특활이 없다.

대신 수업 중간의 휴식시간을 이용해서 다과를 나누며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스페인어 처음 배운다는 사람들이 어째 그리 잘들 하는지... 진땀 깨나 흘렸다.  

 

화요일은 ‘Hombres con armas'(무기를 든 사람들)라는 영화 감상. 우리나라로 치면 '남부군'쯤? 

이 영화는 한국에 소개될 것 같지 않으니 줄거리를 얘기해도 괜찮을 것 같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의대교수이자 의사인 주인공이 휴가를 떠나던 길에 우연히 예전에 아끼던 제자를 만난다. 

산으로 들어가 인디헤나들을 위해 의술을 펼치고 있을 줄 알았던 그가 TV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어찌된 사연인지 묻지만 돌아오는 건 냉소 뿐. 함께 떠난 다른 제자들의 행방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 주인공은 휴가를 포기하고 그들의 행방을 찾아 정글로 떠난다. 그러나 그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게릴라전의 참상과 정부군에 의해 살해된 그들의 죽음뿐이다.

그들의 족적을 따라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에서 정부군에게 부모를 잃은 소년, 정부군이었다가 탈영한 군인, 정부군에게 겁탈당한 여인, 그리고 인디헤나들에게 복음을 전하러 갔다가 정부군의 살해위협에 직면하여 마을 주민들을 배신한 신부 등을 만나 그들과 동행하게 된다.

신부는 정부군의 검문에 걸리자 정부군이었던 탈영병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의심을 사도록 행동함으로써 인디헤나들을 배신한 데 대한 속죄의 길을 찾고, 헛소문이라는 의혹 속에서도 끝까지 마지막 제자를 찾아가던 의사는 그가 도달하고자 했던 '그들의 낙원'을 눈앞에 둔 채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고....  실어증에 걸린 여인만이 살아남아 마침내 낙원의 푸른 하늘을 대하게 된다.

 

영화는 서로 죽고 죽여야 하는 현실세계의 비정함, 종교나 진보주의자들의 몽상의 허망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끝난다. 다분히 염세적인 혹은 내세지향적인 기독교 냄새가 풍겨 뒷맛이 좀 씁쓸.

영어자막 따라가느라고 충분히 이해는 못했지만 과테말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 특히 인디헤나들의 정서와 생활, 정글풍경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끝까지 흥미있게 보았다. 그 영화 속에 나오는 인디헤나들이 바로 이 마을 주민이며 과테말라 대부분 국민들이며 우리집 여주인 알레한드라인 것이다.한국에 가져가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봤으면 싶었지만 흔히 구할 수 있는 DVD는 아닌 것 같았다.

 

수요일은 conferensia(토론회).

작달막하고 판초를 입은 할아버지가 acuerdo de paz(평화에 대한 동의)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는데, 절반도 못 알아듣고 참다 참다.... 결국 중간에 나왔다. ㅜ.ㅜ  짐작컨대 1995년에 이루어졌던 '원주민의 주체성과 권리에 대한 합의' 과정에 참여했던 본인의 경험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참고하시라고 한 마디...)

과테말라는 빈부격차와 이데올로기의 갈등으로 오랜 내전을 겪었다. 미국 지원하에 있던 우익정권과 좌익 게릴라 단체간의 내전은 1962년부터 1996년까지 계속되며(중남미에서 가장 길었던 내전) 20만 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를 발생시켰다. UN 군사참관단의 조회하에 과테말라민족혁명전선이 무장해제를 함으로써 내전은 종료되었지만, 전 인구의 54%를 차지하는 인디헤나('인디오'라고 말하다가 아롤드 선생님에게 정정받았다)와 40%의 라티노('메스티조'라고 말하다가 정정받았다), 2%에 불과한 백인 간에는 여전히 부와 기회의 불평등이 존재하는 듯하고 정치는 여전히 불안하다. 게다가 무장해제할 때 제대로 수거되지 않았거나 부패한 경찰에 의해 밀거래되는 총기류가 넘쳐나 과테말라가 중남미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목요일은 살사클래스.

제비 같은 선생님이 신나는 살사곡을 틀어놓고 대기하고 있다. 참가인원 8명.

앞으로, 뒤로, 옆으로..... 기본 스텝부터 가르치는데 너무 쉽다 했더니 바로 턴 들어간다. 헷갈리기 시작...

스웨덴에서 온 애는 살사는 처음이라는데 너무 잘 춘다. 알고 보니 원래 발레 등 무용을 하던 아가씨다. 같은 스텝이라도 동작이 크고 자신감 있게 쭉쭉 뻗어주니 훨씬 멋지다.

선생님이 한 사람씩 돌려주는데 턴이 서툴러 이리저리 발이 꼬이는 데다가 마주보고 추는 춤이 낯설어 고개를 푹 떨구고 있으니 폼이 나나. 민망해 죽는 줄 알았다.

얼마 안 가 땀이 비오듯 한다. 내 파트너는 65세의 왕언니... 역시 엉터리지만 지치지도 않고 열심히 춘다.

우쒸! 선생님은 잘 추는 스웨덴 애만 계속 돌려준다. 선생님이 가끔 돌려주면 나도 좀 잘 출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도 기본적으로 리듬 타는 사람이란 말여욧!

한 시간쯤 추다가 먼저 나왔다. 숙제가 산더미라....

 

금요일의 특활은 송별파티다(대개 일주일 단위로 입퇴학을 하므로).

10께쌀씩 내고 하는 바베큐 파티라 밤하늘에 닭고기 굽는 냄새가 요란하다.

전체 학생 40명 중 30여 명 참석, 20여 명 정도 되는 선생님들도 모두 참석... 학교가 꽉 찼다. 이 학원은 중앙에서 조직하는 맛이 있어서 좋다.

각별히 친하게 지냈던 상담교사 마이노르가 콜라에 럼 타서 한 잔 따라준다. 치노도 환타에 타서 한잔...

치노가 준 잔에는 럼이 꽤 들어가 어찔어찔하다.

끌라리사가 부어준 잔을 들고 그동안 얼굴 익힌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잔을 부딪혔다. salud!

 

자원봉사 같이 나갔던 미국 소녀^^ 들.... 몰리, 브리, 제인. 

 

내 살사댄스 파트너였던 앨리스. 뉴멕시코 사는 미국 할머니인데 매년 한 번씩 이 마을에 다니러 오고 올 때마다 한 달 정도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가는데 올해로 7년째란다. 그 이유를 다음날 알았다.

 

상담교사 Maynor. 파티 때라 좀 캐주얼하게 찍혔지만.. ㅋㅋ 첫 인상은 매우 근엄(!)했다.

훌륭한 영어실력을 보여주는 건 첫 상담 때 딱 한번... 이후로는 알아듣든 말든 스페인어만 고집한다.

똘똘하고 자존심 있는 과테말라 청년.   

 

바베큐 구이에 빠진 사람이 특활 때 살사 가르쳐준 선생님.

인디헤나 전통복장을 입은 여인네들은 모두 선생님이다.

 

자원봉사 얘기

자원봉사는 정신지체아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기간이 짧은 대신 몸 안 사리고 푹 빠지겠다는 각오로 갔는데.... 자원봉사자가 나까지 여섯 명에 교사가 네 명인데 학생은 겨우 다섯명이다.

개별 도우미가 필요할 정도로 장애정도가 심한 애들도 없었다. 좀 심하다는 애가 내가 맡은 뻬드로 정도. 좀 모자라긴 하지만 정신박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멀쩡한 오베드는 일반학교에 보내는 게 (걔를 위해서도) 나을 것 같고, 다운증후군인 호세와 과잉행동장애인 듯한 뻬드리또 역시 말귀 알아듣고 시키는 대로 할 정도는 되니 선생님 혼자 지도해도 충분할 것 같다. 키도 크고 잘 생긴 20살의 란초, 이 녀석은 왜 여기 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제가 좋아하는 테이프 가져와 시도때도 없이 틀고 춤추고 밖에 나가서 나초 사먹고.... 못하게 하면 눈을 허옇게 까뒤집고 욕하는 것 말고는 비정상이라고 할 만한 데가 없다(위아래 없이 제멋대로 하는 녀석들이 요즘 얼마나 많은가).  

  

자원봉사자들이 오늘 할 일은 아이들의 미술(?) 수업 도우미. 나비에 색칠해서 오려낸 뒤에 색지에 붙이는 게 오늘의 과제인데 이거 하나로 오전 한나절을 때우려는 모양이다. 

내가 맡은 뻬드로는 색칠은 안 하고 딴전 피우며 자꾸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한다. 못 일어나게 하고 색칠시키는 게 내 임무인 모양인데 내가 뻬드로라도 속에서 천불이 날 것 같다. 아무리 정신연령이 어린애 수준이라지만 몸의 나이는 스물 넷이다. '의자에 앉아 있기' 고문도 아니고 이거야.....

간신히 달래서 엉망진창으로 칠해놓은 나비를 내가 오려서 붙여주고 나니 할일이 없다. 교무실에 가서 뭐라도 놀 걸 좀 달라니까 반대말 맞추기 카드를 준다. 카드를 구기려는 뻬드로를 한편으로 만류해가며 내가 낱말공부 했다. 신체장애자 같으면 돌봐주면서 대화라도 나눌 텐데...... 안 그래도 말 못하는 내가 모자라는 애랑 의사소통을 하려니까 나까지 바보가 되는 기분이다. 다른 애들을 맡은 선생님들도 할일을 못찾고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다.

 

간식시간에 자원봉사자들이 할 일은 우유와 빵 나눠주고 흘리는 애 닦아주고 그릇 씻는 건데(세탁하는 가루비누를 풀어주더니 물이 귀하니까 한번만 헹구란다. 그냥 물로 씻지 빵 접시에 웬 세제?) 애들은 적고 자원봉사자가 많으니 내겐 접시 한번 만져볼 차례도 안 온다. 어중간하게 서 있다 밖으로 나가 호세랑 공을 차면서 결심했다. 내일부터 오지 말아야지. 얘들에게나 내게나 도움 안 되는 일 하느라고 시간낭비하느니 차라리 수업이나 더 해야지.

 

 

 

금요일 아침 산책길에서 내 살사댄스 파트너였던 앨리스를 만나 특수학교의 진실을 알게 됐다. 이 할머니가 바로 그 학교의 설립자였던 것이다. 

6년 전에 산 뻬드로에 여행 왔다가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이 학교를 시작했고 매년 방문해서 한 달씩 머무르며 인적 재정적 지원을 해왔단다. 처음에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소문을 듣고 이웃마을에서도 찾아오는 등 많을 때는 50명까지 있었는데 해가 갈수록 교사들이 매너리즘에 빠지고 무례해져서 좋지 않은 평판을 듣게 되고.... 심지어는 증세가 심한 학생을 거부한다는 소문까지 돌아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명단에는 30명이 올라 있지만 실제로 나오는 학생들은 열 명이 안 된단다. 이번에도 자기가 오자마자 우유값 떨어졌다는 얘기부터 하는데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속상해 한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머물고 있는 집 아들도 뇌성마비인데 이 마을에 신체장애자들이 꽤 많다고... 도울 방법을 찾고 있는데 나더러 좀더 이 마을에 머물면서 함께 봉사활동 해보지 않겠느냔다.

 

우리가 산책하던 길 모퉁이에서 아침부터 할머니들이 자선활동을 하고 있다.

수난절 기간 40일 동안 초를 밝히고 모금한 돈으로 가난한 이웃들을 돕는다고 했다.

 

교회는 교회대로 성당은 성당대로.... 음악회와 퍼레이드 준비 하느라고 온동네가 부산하다.

예수님께서는 이토록 당신을 사모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곳에 다시 부활하실 의향은 없으신지.

영적인 힘으로 부활해 주시는 것도 좋지만, 2인용 의자에 서넛씩 앉아 진땀 흘리는 곳에 좀더 많은 버스로 부활하시고 빨래할 물이 모자라 호숫물에 비누거품 풀고 있는 곳에 풍부한 수리시설로 부활하시고 후리홀레스와 또르띠야밖에 없는 곳에 계란으로 부활하시고 당장 입에 풀칠하기 위해 배우는 영어과목 대신 과테말라의 역사와 경제, 사회에 대한 인식으로 부활하시면 어떨지.

이곳 사람들 스스로야 가난에도 불구하고 웃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 모르지만.... 나도 가끔은 그들의 미소를 보며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새벽부터 취로장에 다녀오는 가난하고 자그만 아버지들, 빵 바구니를 이고 코흘리개 동생의 손을 끌며 땡볕 아래 종일 관광지를 헤매는 소녀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느끼는 자족감은 절대 축복이 아니라 그 반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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