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미얀마4(만달레이1) - 여기저기

張萬玉 2009. 3. 11. 15:27

어제 우리를 뽀빠산에 데려다줬던 기사가 약속시간에 맞춰 오긴 왔는데... 세 사람을 태워가지고 왔다.

자기 이웃들인데 공항 근처에 가야 해서... 하며 양해를 구한다. 한 아가씨는 자리가 모자랄 것에 대비해 미리 짐칸에 앉아 있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나라에선 너무나 이해가 잘 되는 상황이겠다. 이럴 때 개념 없다고 투덜대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개념없는 사람이다. ^^  

 

화물을 옮기는 콘베이어 벨트가 없으니 부쳐야 할 짐을 주욱 줄을 세워놓은 뒤 공항 직원들이 들어나른다.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작은 스케치북에 뭔가 열심히 그리고 있는 미국 할머니.

어깨 너머로 보니 뽀빠산 봉우리인데 간단한 연필 스케치에 색연필로 칠한 솜씨가 보통은 넘는다.     

동남아 쪽에는 서양 노인 여행자들이 상당히 많다.  

 

 자꾸 나와 눈을 맞추며 핼끔핼끔 미소를 날리는 예쁜이1

 덩달아 눈을 맞추는 예쁜이2

 

다음에 가는 곳이 여기야?

 

아이들과의 눈맞춤이 다리를 놓아주어 부모들과 잠깐 인사를 나눴다. 2주간 미얀마를 여행하고 있는 독일 가족이다. 아이들을 여행과정에 충분히 참여시키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드디어 미얀마 국내선에 올라보는구나.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한 시간 꼬박 걸린다. 도중에 멈추고 노상주유소에서 주유 중.

 

꽃무늬 밍크 담요.... 내게도 아주 친숙한 침구다.

웃풍 센 판잣집 시절, 아랫목에 깔린 저런 담요에 앞다퉈 발을 꽂고 육남매가 자랐지.

내 신혼 때만 해도 양면 밍크 담요 하나 장만하고는 뿌듯해서 더듬어보고 또 더듬어보고 했는데....

코끝 시린 웃풍과 더불어 가벼운 차렵이불에 밀려나버린 그 담요...  언제 어디로 가버렸을까? 

 

미얀마 식당 종업원들은 거의 십대 소년들이다. 한참 학교 다닐 나이일 텐데....  

 

제법 능숙하게 주방일을 하는 소년들도 꽤 있다.

 

밀린 빨래 해서 땡볕이 쏟아지는 호텔 옥상에 줄줄이 널어놓고 난 뒤 만달레이 시내 구경이나 할까 하고 나섰는데, 걸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기엔 너무 뜨거운 날씨다. 우리는 그냥 어디 유명한 사원에나 가 있다가 해질녘쯤 만달레이 힐에 올라가기로 했다.

 

몰려드는 싸이카(자전거 택시) 운전사들 중 우리가 점심 먹으러 나왔을 때 식당까지 따라오던 사람에게 마하무니 사원까지만 가자고 했다. 보통은 하루 빌리는 데 얼마... 이런 식으로 흥정을 하지만 반나절을 빌리기도 어중간한 시간인 데다가 나는 누가 날 기다리면 볼일 제대로 못 보고 안절부절하는 무수리 체질이라....  

 

이 사진은 싸이카가 아니지만 적당한 사진이 없어서 대신 올린다.

태국이나 캄보디아의 자전거 택시들은 손님 좌석을 운전석 뒤에 달았고 베트남의 시클로는 운전석 앞자리에 달았지만 미얀마의 싸이카는 특이하게도 운전석 옆에 앞뒤로 배열된 좌석을 (사진 속에서처럼 길쭘하게) 매달고 다닌다.  

 

곳곳에 거리 식당

 

갖가지 경로로 들어온 중고의류들이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헌책들도... 

단 한 사람뿐 아니라 두세 사람, 여러 사람을 위해 쓰일 수 있다는 건 그 물품에게도 영예로운 일 아닐까.

 

서민들의 발 노릇을 톡톡이 하는 개조트럭은 늘 만원이다. 노약자들은 안쪽으로 앉히고 젊은이들은 십중팔구 매달려서 간다. 지금은 한낮이라 그래도 한가한 편... 아침저녁으로는 트럭 지붕에 짐이 산더미다.  

 

이렇게...

 

이렇게 뜨거운 날 어디들 가세요?

 

 곳곳에 공사중.

 

간단 레미콘

 

반쯤 벗었지만 힘은 좋아유.

 

마하무니 사원은 만달레이 시내에서 4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저 안쪽에 앉아계신 부처님 때문에 유명한 절인 듯.

이미 충분히 눈부신 황금부처님이건만 그래도 성이 차지 않는지... 금박을 덧붙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자세히 보려고 저 아치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쫓겨났다. 그 안쪽으로는 여자들이 들어갈 수 없단다.  

 

사원에 들어갈 때 벗어놓은 신발을 잽싸게 챙겨뒀다가 신발 보관해준 대가로 뭐라도 사라고 들이대는 아줌마.

멜론씨에 일일이 라카칠을 해서 무명실에 꿴 목걸이와 팔찌다.

시원스런 웃음과 싱싱한 가슴골에 떠밀려 하나 사줬다.   

 

여승들은 고운 분홍 장삼을 입는다.

 

경내에 차려진 노점에서는 蔬食(국수에 다진 푸성귀만 얹어서)만 파는 듯...  

 

앞쪽에 실린 알루미늄 통들은 미얀마 사람들 대다수가 애용하는 도시락통 

 

띠보 가는 기차가 이 철길을 지나가겠지.

이왕 결정된 일정, 아쉬움은 깨끗하게 접자고 마음먹었는데 철길을 보니....아흐~  

 

포장도로는 포장도론데....

 

공동 샤워장이 거리 곳곳에서 눈에 띈다. 역시 물사정이 좋지 않은게야.

롱지는 참 편리한 옷이다. 롱지 덕분에 남녀가 함께 샤워장을 사용할 수 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일단 내 싸이카에 올라탄 손님은 호텔로 돌아가기 전까지 절대 혼자 보내지 않겠다....'

미얀마의 싸이카 운전사들은 그렇게 마음 먹는 모양이다. 마하무니 사원에서 오매불망 우리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는 감당할 수 없는 은근과 끈기로 다시 손님을 모신다.

 

만달레이 힐 가는 길에 아주 고풍해 보이는 목조사원이 눈에 띄길래 들어가보자고 했다.

 

금칠보다 유리 모자이크보다 더 내 마음을 끄는 건 목조장식.

 

목조건물의 소박하고 뽀송한 느낌...

 

알고 보니 퍼야가 아니고 monastry(수도원) 

 

요란한 장식 싫어하는 내게도 별로 거부감을 주지 않는 건... 목조건물이라서 그럴 것이다.

 

누굴까? 임신한 여성 같은데....  

 

어라, 날개 달린 천사도 있네?

 

해질녘이라 그런지 부조물들의 표정이 당장이라도 내게 말을 걸어올 것처럼 생생하다.  

  

얘야, 갸름한 얼굴에 푸짐한 꽃, 예쁜 다나카.... 완벽한데, 그 새빨간 입술만 좀 지우면..

 

만달레이 힐 쪽으로 접어드니 끝없이 늘어선 금탑, 흰탑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산다무니 사원, 꾸도더 사원, 짜욱도지 사원...... 만달레이에 오면 꼭 봐야 하는 유명한 사원들이라지만

우린 그냥 지나쳐간다. 이미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오늘도 천 칠백 계단을 올라간다. 신발은 저 아래 벗어두고...(여긴 사원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곳곳에 부처님이 서 계셔서 그런가보다. 

 

 

힘드냐? 쉬어가거라.

 

벽과 지붕에 난 구멍들은.... 일본군이 총질해서 생긴 구멍이란다.  

 

이건 웬 안 어울리는 시추에이션?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하는 장소? 글씨를 모르니 알 수가 없다.. ㅜ.ㅜ) 

 

 아... 정말 끝이 있긴 있는 걸까? 어딘가 엘리베이터도 있다고 하던데 그걸 찾아볼 걸 그랬나봐..ㅜ.ㅜ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우리는 맨발인데 계단참을 가로지르는 동네 산책길을 걷는 저 아저씨들은.... 아흐~

 

내가 저 길을 올라왔단 말이지... 내가 무슨 복을 받으려고 이 고생을... 

 

'아유, 엄살이 너무 심하시네요. 저는 먹고살려고 매일 올라다닌답니다.'  

 

계단 난간 사이로 고개를 빼고 내다보니 거반 올라온 것 같긴 하다만.... 

 

'아니걸랑요, 마지막 계단이 아직 남았어요.'

  

근사한 아치형 기둥을 이리저리 돌아나가니

 

여기다..!! 만달레이 시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만달레이 힐 전망대..

(헌데 카메라 밧데리가 달랑달랑해서.. 아래 사진 딱 한장밖에 못 찍었다. 석양도 환상적이었건만... ㅜ.ㅜ)

 

만달레이는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불교의 본산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눈길 가는 곳마다 사원이다. 

도시는 미얀마의 마지막 왕조가 지은 왕궁 터를 중심으로 하여 사각형으로 형성되어 있다.

해자로 둘러싸인 왕궁터를 가늠해보려고 했지만 끝내 못찾고 멀리 흘러가는 이라와디 강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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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달레이 힐에서 돌아오는 길에 쉐도나 호텔 뒤쪽에 있는 인형극장에서 미얀마 전통 인형극을 보았다.

전통 인형극은 그 나라의 민속을 볼 수 있는 종합예술. 중국에는 그림자극이 있고 베트남에는 수상 인형극이, 우리나라에는 꼭두각시 놀음이.... 

나로서는 처음 보는 전통 인형극이니 다른나라 인형극들과 비교해서 어떻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8$이나 하는 관람료가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인형들의 동작이나 의상들도 매우 섬세했고 연출 감각도 세련됐고 인형극과 어울린 미얀마 전통악기들의 연주도 훌륭했고... 공연이 끝나고도 한동안 발길을 돌리지 못할 정도였으니.... 

 

이 인형극단이 창단된 것은 1985년. 사라져가는 미얀마의 전통인형극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작가('버마 인형극장'이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던)의 딸이 아버지의 유지를 잇기 위해 사재를 털어 극장을 마련하고 마스터들을 불러모았고 미얀마 전통문화를 지켜내고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온갖 어려움을 견뎌왔다고 한다. 이젠 해외 초청공연까지 다닐 정도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은 여전한 듯 하여 마음이 짠했다. 그날도 관객은 우리를 포함해서 열 명도 안 들었는데, 공연 말미에 반평생을 전통인형극에 바쳤다는 70세의 마스터가 나와서 관람객 하나하나에 일일이 감사의 인사를 하던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한 달 반 후 방콕에서 타이페이로 가는 에바항공에서 NHK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몇 개 봤는데 공교롭게도 그중 하나가 이 미얀마 인형극장의 장인들 얘기였다.

     

배터리가 떨어져 공연실황은커녕 쓸만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해 아쉽지만 다행히 여기 인형극단의 홈페이지 주소가 있다. 방문하시면 내 흔들리는 동영상보다 훨씬 나은 동영상을 보실 수 있겠다.

 

 http://www.mandalaymarionett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