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태국2(치앙라이1) - 치앙콩에서 치앙라이로

張萬玉 2009. 7. 28. 13:17

후에싸이 - 치앙콩 - 치앙라이

 

8시 반에 떠난다던 버스는 9시를 훨씬 넘겨서 출발했다.

중간 정거장 두어 군데 경유하며 보조의자까지 놓게 됐지만 그렇다고 예매까지 해야 할 정도는 아닌 듯.

태국과의 국경인 후에싸이까지 가는 길은 최근에 개통된 새 길이라 버스가 아무리 고물이라도 견딜 만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구간을 통과하는데 6시간 이상 걸렸다는데 이제는 3시간이면 충분. 풍경도 멋지다.

대개 국경마을들은 가난하기 마련인데 여기는 국경이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사는 형편들이 더 나은 것 같다.

집들도 볏단과 대나무가 아닌 튼튼한 나무로 지은 집들이고 꾸민 모양새도 태국 집들처럼 화려하다.

땡볕 내리쬐는 허허벌판 터미널에 도착해서 다시 툭툭을 타고 3킬로 정도 떨어진 보트 선착장으로....

태국으로 건너갈 보트 요금 만 낍만 남기고 남은 낍은 점심 먹는 데 다 소진한 뒤

선착장 가는 비탈에서 출국 스탬프 꽝! 무비자 체류기간 15일을 꽉 채우고 나간다.

 

승합차가 서 있는 건물이 출국사무소.

 

강변으로 내려가니 헤엄쳐서도 건널 만한 강 건너에 태국 마을이 보인다.

 

 

보트에서 내려 오른쪽 비탈에 있는 입국사무소에서 태국 입국 도장 찍고

왼쪽에 있는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가니 치앙콩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치앙콩 버스 스테이션 물어보니 1킬로란다.

그까짓거 걷지 했는데 1킬로는 무슨....

선선하거나 짐이 없으면 몰라도 땡볕에 배낭 지고 20분 걷기... 죽을 맛이다.

걷기 시작했으니 꾹 참고 땀흘리며 걷는다. 왼쪽으로 보이는 강가에 늘어선 게스트하우스, 영어 메뉴판을 내건 알록달록한 음식점들, 태국스러운 꽃 치장 깃발 치장을 벗삼아서.... 라오스가 무채색이라면 태국은 확실히 컬러풀이다. 물론 외국 여행자들이 지나가는 구역이라 더 그렇겠지만...

사실 태국이라고 해봐야 방콕과 후아힌 해변가에 며칠 머무른 게 전부지만 한번 밟아본 나라라 그런지 마음껏 활개치고 다녀도 될 것 같은 익숙한 느낌이다. (사실은 동남아 전체가 그런 편이다. 위험한 남미에 비하면...) 

 

 

국왕 초상이 있는 삼거리까지 걸어와 다리를 건너니 멀리 세븐일레븐이 보인다. 그 건물 코너에 치앙라이 가는 버스가 선다고 했다. 루앙 남 타 숙소에서 만났던 두바이 아저씨가 치앙콩에 가면 골든 트라이앵글을 꼭 보고 가야 한다고 '협박'했지만 관심 없으니 패스, 바로 치앙라이로 갈 생각이다.

루앙 남 타부터 동행해서 국경 같이 건넜던 이탈리아 아이들을 터미널에서 다시 만나 함께 버스를 기다렸다.

치앙라이 가면 숙소 같이 알아볼까? 했더니 얘들은 치앙마이로 직행한다네... 버스 편은 수도 없이 많단다.  

 

 

치앙라이 가는 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계속 있다. 우리가 탄 3시 45분 차가 막차다.

동네 버스라서 수도 없이 선다. 문짝은 떨어진 채로 가끔 비포장 도로 구간을 달려주시니 황토먼지를 엄청 뒤집어쓰긴 했어도 소박한 태국의 시골마을 구경 잘 했다. 2시간 만에 치앙라이 도착.

 

 

 

버스 터미널에서 여행자 숙소가 몰려있는 거리까지는 걸어서 10분 이내.

버스터미널에서 나와 우회전하면 큰 길이 나오고. 큰 길 뒷골목에 Jet Yod 사원이 있다. 이 사원이 랜드마크.

사원 바라보고 오른쪽에 한국음식점이 있다.

한국음식점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 입소문이 난 Baan Buan을 찾아갔지만 빈 방이 없다.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아침 포함 300밧짜리 싱글베드룸도 있지만 그림의 떡이다..

 

 

다시 빈 방 찾아 삼만리... 사원 오른쪽 길 다 허탕치고 왼쪽길로 가니 Trecker's Inn이 보인다.

150밧짜리 싱글베드룸은 역시 다 나갔고 300밧짜리 트윈베드룸만 하나 남았길래 일단 체크 인.

날이 시원하니 TV도 에어컨도 필요없고 좀 허술하긴 하지만 창이 두 군데나 있으니 완벽하다.

주인 아저씨가 일본인인데 퍽 친절하고 1층 로비에 만화책과 한글책, 여행가이드북을 포함해서 볼 만한 책들이 꽤 있다. 한글이 가능한, 믿을 수 없이 빠른 인터넷도 있다.

 

치앙라이라는 도시의 첫 인상, 친근하고 선선하고.... 괜찮다.

날짜만 여유 있으면 싱글룸으로 옮겨서 며칠 머물다 가도 좋으련만....

 

 

치앙라이에서의 반 나절

 

간만에 실컷 자고 일어나니 1층에서 향긋한 커피 냄새가 올라온다. 이게 얼마 만에 맡아보는 그리운 냄새냐!

이 숙소 요금엔 아침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1층에 베이커리를 두고 맛있는 통밀빵을 직접 구워준다.

가장 기본적인 세트가 60밧, 아침식사로는 좀 비싼 듯하지만 오랜만에 제대로 서양식인 breakfast를 대하니 눈물이 다 찔끔 나올 지경.. ^^

 

슬슬 쓰레빠 끌고 나가 바로 옆에 있는 사원 한 바퀴 돌아주시고....

 

 

트레킹은 라오스에서 했지만 코스에 대한 궁금증도 있고, 태국 트레킹은 뭐가 다를까 해서 여행사에 들어가보니 뭐 비슷비슷해 보인다. 관광인프라가 빈약한 라오스에 비해 온천욕이라든지 코끼리 타기 등 좀 다채로운 이벤트가 있긴 이긴 하지만.... 그런 트레킹이 궁금하면 트레킹 천국이라는 치앙마이 가서 하면 된다.

그냥 오늘 치앙라이 시내나 둘러보고 내일 치앙마이로 가야겠다.

 

헌데 내 시선을 끄는 투어가 하나 있긴 했다. 푸치파 일출 투어.

새벽 3시에 떠나 일출을 보고 돌아오는 투어다. 외국인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연말연시에 현지인들이 새로 돋는 태양을 보러 가는 곳으로 유명한 곳인데 산세가 장엄하다고 한다. 

헌데 지금은 시즌이 아니라 그 상품 자체가 없다. 혼자 갈 수도 있지만 3500밧, 둘이 가면 1800밧...

비싸기도 비싸지만 그 투어 프로그램에 맞추느니 차라리 전날 가서 산 속에서 하룻밤 자고 새벽에 일출을 보면 멋지겠다 싶은 생각이 갑자기 머리를 때린다.

직접 가는 방법을 물어보니 터미널에서 거기 가는 버스가 있을 꺼.라.고. 한다. 당장 버스 터미널로 뛰어가보니 푸치파 가는 버스가 1시에 있다. 장여사, 순식간에 푸치파에 꽂혔다. 그래, 저 버스를 타고 오늘 저녁에 그 산동네에서 자는 거야!

 

그 길로 숙소로 돌아가 체크아웃 하고 배낭도 맡길 겸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내일 돌아오는 대로 어쩌면 치앙마이로 바로 떠날지도 모르니 숙소에 맡기기는 좀 그래서....) 마침 주인 아주머니 말씀이 툭툭을 전세내어 가보긴 했지만 개별적으로는 안 가봐서 가는 방법은 잘 모르겠다, 아마 푸치파 직접 가는 버스는 없는 것 같고 종점인 치앙 캄에서 게스트하우스까지 가는 수단이 오토바이가 됐든 툭툭이 됐든 뭐라도 있을 것이라고 하신다. 치앙라이에 왔으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라고 강력하게 추천까지....

그래, 가보는 거야. 방법이 없을 것처럼 얘기들을 해도 막상 가보면 그 어렵다는 게 정보부족 때문이지 실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걸 알게 된 경우가 어디 한두 번이냐.

부디 게스트하우스 찾는 것과 일출 보러 가는 사람들 찾는 데 어려움이 없기를 빌며 모험의 길을 선택하기로 한다. 내친 김에 저녁으로 먹을 김밥까지 싸들고 푸치파행 버스에 올라탄 막무가내 장여사의 고군분투는.... 치앙라이2에서 계속됩니다.

 

아래 사진들은 다음날 푸치파에서 돌아와 오후에 치앙마이행 버스를 타기까지 세 시간 동안 치앙라이의 관광명소라는 곳을 휘리릭 돌아다니며 찍은 발자국.  

사실 새벽부터 강행군을 한 몸 상태로 봐서는 어디 시원한 커피숍에나 들어가 있으면 딱일 것을 굳이 사원들을 한 바퀴 돌아본 이유는..... 10년 전쯤 JM이 여행기에 썼던 '얼음궁전의 충격' 때문이었다.

한여름의 얼음궁전이라니... 그 충격을 나도 맛보고 싶어 그게 치앙라이였는지도 분명치 않은 가물가물한 기억 하나만 믿고 길을 나섰던 것이다.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ㅋㅋㅋ 

 

 

Jet Yod 거리 끝에서 큰 길과 만나는 로터리에 있는 화려한 시계탑.

치앙라이가 자랑하는 왓 쁘랏께우 등 유명한 사원들은 건너편 골목에 있다.

 

왓 쁘랏께우.

역사가 오래됐든지 특별한 내력이나 보물이 있든지.... 아무튼 유명한 절인 모양인데

알 수도 없고 크게 관심도 없고...그냥 예쁜 절이구나, 하면서 휘리릭 돌아본다.

 

왓 쁘랏께우 안에 있는 불교박물관 안에 있는 무슨무슨 보물..

화려하기 짝이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치장이 너무 과한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이건 또 다른 사원... 이름은 기억 못한다. 지붕 모양이 특이해서 찍었나보다.

 

이건 그 이웃의 또 다른 절. 

 

그 절의 대문... 이건 확실히 내 주의를 끈 모양이다. 앵글을 달리해서 꽤 여러 장 찍어놓은 거 보면....

 

행복한 복권장사.

 

가방을 맡아준 친절한 서울식당으로 돌아와 탤런트 이신재씨와 영화배우 류승범의 사인 아래서 불고기로 포식을 하고 치앙마이행 버스에 올랐다. 예정된 이별이기도 했지만 치앙라이와의 짧은 인연이 아쉽진 않았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푸치파와의 인연, 그거 하나면 충분했던 치앙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