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라오스6(무앙싱) - 불청객의 불편한 시선들

張萬玉 2009. 7. 22. 18:34

무앙 싱 가는 버스는 동네 터미널에 있다. 그러나 그걸 타고 가더라도 내가 가보려고 하는 소수민족 마을은 무앙싱 읍내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 때문에 무앙싱에서 다시 툭툭이나 오토바이 뒤꽁무니라도 빌려 타야 한다. 그 비용도 무앙 싱이라고 해서 결코 싸지 않은 데다가 트레킹에서 아카족 마을을 둘러볼 때 '소수민족 마을이라는 델 굳이 둘러보려는 이유'에 대해 살짝 회의가 들었던 바...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트레킹 전날 오토바이를 빌려 무앙싱에 다녀왔다는 루디에게 어쩔까 물어보니 자기도 다녀오긴 했지만 길도 잘 모르고 해서 헤매기만 하다 왔으니 내가 가겠다면 다시 오토바이를 빌리겠다고 같이 가잔다.

저 남자 등 뒤에 붙어서 종일? ^^

트레킹을 하면서 친해지긴 했지만 덥석 받아들이기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제의.

한번 말이 나오니 루디가 집요하게 꼬드긴다. 눈치없는 양반 같으니.... 왜 그러는지 진짜 모른단 말이냐?

'글쎄요....' 하고 미적거리다가 스웨덴 자매들에게 혹시 가겠느냐고 건성으로 찔러봤더니 의외로 단번에 OK.

네 명이 됐으니 이제 툭툭 한 대 전세내도 된다.

 

바지런한 루디, 트레킹 중에 Tho에게 부탁해서 아는 툭툭 운전사를 소개받기로 해둔다. 

트레킹 Atter할 때 그 기사가 왔다. 380만 낍을 달라니 쉐어하면 1인당 9만5천낍이다(12불 정도).

흥정을 좀 해보려니까 끄떡도 안 한다. 보통은 60만 부르는데 이 양반은 소개해준 가이드 체면도 살려줘야 하고.... 사실은 영어를 못하는 죄 때문에 낮게 부른 거라고 했다.

"영어를 못한다고? 그거 문제네.." 루디가 걱정하니 "Yes No는 하지요." 하며 빙긋 웃는 Tho.

우리는 그 대답을 건성으로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정말 "Yes No"는 정확하게 하더군.

(알아듣기는 다 알아듣는다는 얘기다, ^^)

 

우크렐레를 들고 온 스웨덴 자매의 툭툭 라이브.. ^^

 

처음에 우리가 모르는 스웨덴 노래를 부르더니 레파토리를 바꾸어 Knocking on Heaven's door', Lemon Tree, Hotel California를 불러제낀다. 우크렐레는 호주에서 일할 때 샀는데 기타와는 달리 네 줄밖에 없어서 코드를 만들어 친단다. 그래도 복잡한 코드를 거의 짚어낸다. 호텔 캘리포니아는 코드 7개로 친단다.

동생이 음악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장난 삼아 아리랑을 가르쳐줬더니 제법 잘 따라하길래 아예 악보까지 대강 그려서 영어로 가사를 써줬다.

 

 

저녁에 숙소에서 '아리랑' 앵콜 공연... 

 

요건 스웨덴에서 힛트했다는 ' Dance'라는 곡.

단조로운 반주 때문에 멜로디와 화음이 더 서정적으로 들리는... 

 

 

 

무앙싱은 별달리 눈에 띄는 게 없는.... 정말 심심한 동네다.

우선 아침시장이 닫기 전에 시장부터 가보자고 했다.

 

 

물건도 사람도 별로 없고 휑하다. 열 시도 안 됐는데 벌써 파장했나?

여기서도 된장을 판다. 우리 김치 비슷하게 소금에 절인 야채, 두부도 눈에 띄었다.

반가운 김에 두부를 한 모 사서 고춧가루에 젓갈 탄 양념을 끼얹어달라고 했다.

일행에게 먹어보겠냐고 권하니 루디는 질색을 하고 스웨덴 아가씨들은 의외로 잘도 먹는다.

 

시장에서 나와 야오족 마을을 향해 달리다 보니 요란한 꽃장식을 세워놓은 것이 눈에 띄어 차를 세웠다.

 

 

 

 

아마도 결혼식 준비인 것 같은데 장식에 생활용품, 간식, 각 나라 돈들을 줄줄 매달아놨다.  

냄비, 주전자, 컵, 세제, 샴푸, 과자, 시계까지. 돈도 달러, 태국 밧, 인민폐, 라오스 돈이 골고루 매달렸다. 장난기가 발동해서 천원짜리 한 장 매달아줬다.

저렇게 마음먹고 장만해준 혼수품들이니 쓰는 사람은 또 얼마나 귀하게 여기고 아껴쓸까.

처음 우리집에 냉장고가 들어오던 날 엄마가 자다가도 일어나 한번씩 쓸어보고 닦아주고 하던 생각이 난다.

조금씩 모아서 장만하는 그 행복, 그 감사를 한국의 절은 세대들은 한 방에 장만해버리려고 하니 즐거워야 할 혼사조차 버거운 짐이 되어버리는 거겠지.       

 

 

지나가다 멈춘 발걸음일 뿐인데 손님 대접을 받았다.

결혼식 음식이라며 검은 약밥에 파파야채 얹은 주먹밥과 대나무잎에 싼 콩밥을 한 봉지씩 주길래 어찌나 고맙던지.... 간식으로 들고 간 비스켓을 몽땅 꺼내줬더니 그들도 함께 고마워한다. 참 인심좋은 사람들이다.

 

 

 

 

다시 달려 야오족 마을에 갔는데 마을 입구에 금줄이 쳐져 있고, 우리가 차에서 내려 얼쩡거리니 당장 아줌마들 둘이 나와 삿대질을 하며 못 들어오게 한다.

영문을 모르지만 기사가 우리에게 얘길 못해주니 '야오족들은 외부사람 출입을 꺼리는가보다' 짐작만 할 뿐.

포기하고 이번에는 멍족 마을로 갔다.

 

기특하게도 너덧 살밖에 안 되어 보이는 아기가 의자를 가져다준다.

어찌나 고마운지 과자라도 주고 싶은데 결혼식 하는 집에서 다 털었으니....

대신 그 집에서 받은 대나무잎 밥을 주니 당장 풀어서 야무지게도 먹는다.

 

 

중국 같으면 '각 소수민족들의 특징은....' 하면서 그리 특별하지도 않은 관습들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부각시키겠는데 라오스의 '소수민족'들은 관광상품으로 포장을 할래야 참 하기 어렵겠구나 싶다. 잠깐 다녀가는 사람들 눈에 들어오는 민족적 특징이라는 건 여자들이 머리에 쓰는 모자 밖에 없으니 말이다.    

도로와 가까운 마을에 사는 소수민족은 사는 형편이 좀 낫고 오지로 숨어들어간 소수민족들은 훨씬 가난하고의 차이 뿐이지 그저 라오스의 보통 농민들이나 뭐가 다른가 싶었는데......

 

이때 제대로 파악 못한 라오스의 소수민족에 대해 알아보려고 다녀와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http://blog.daum.net/kibbum/5528888

역시....  인구의 절반 이상이 68개 소수민족이라는 라오스에서 '소수민족'이라는 키워드는 연구자가 아닌 한 취미로 파고들기엔 너무 전문적인 주제였던 것이다. ^^  

 

좀 신랄하게 말하자면.... 관광객들이 보러가는 건 소수민족의 풍습이라기보다는 문명세계에서 소외된 오지 마을 사람들의 인간답지 못한 생활상 아닐까..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그만 돌아가고 싶다는 기분이 엄습했지만.... 일행이 있으니 그냥 나는 내 역할에 충실하기로 한다. 관광객답게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고 아이들 한 번씩 안아주면서....      

  

멍족은 미간이 넓다.

  

사진이 아니라 웬지 그림 속 인물 같은 분위기....  

 

여기도 갈대. 중국의 빗자루란 빗자루는 다 라오스에서 나오나보다.

 

 

TV도 나오나봐요?

 

하교하는 아이들이 지나가며 "Hello!"를 외친다.   

  

기사가 이번엔 아카족 마을로 간다고 하길래 우리 트레킹하며 가봤다고 하니 계속 '루앙 남 타' 를 외치며 손으로는 돌아가는 흉내를 낸다. 벌써 돌아간다고?

몸짓을 감안하여 해석해보니 이젠 돌아가는 길에 들를 마을 밖에 없다는 얘기 같다.

루디가 그럴 수는 없다며 자기가 이틀 전에 왔다가 멀리서 보기만 한 야오족 마을, 중국 국경 바로 앞에 있는 마을로 가자고 하니 기사는 손으로 엑스 자를 만들고는 안 된다, 아까 보지 않았느냐는 몸짓을 한다.

루디가 거기 말고 저어기 먼데... 라고 되풀이해 말해도 막무가내로 도리질만 하니 열 받은 루디, 분명히 아까 가본 마을이 아니라 다른 마을 얘기 하는 거 알아들었을 텐데 거긴 머니까 기름값 많이 나올까봐 안 가는 거라고 막 화를 낸다. 

그러자 기사가 가이드에게 전화를 걸어 바꿔준다. Tho 얘기는, 기사 말이 오늘이 야오족에게 성스러운 날이라 마을에 금줄을 쳐놓은 것이니 다른 마을에 가도 마찬가지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루디가 고집을 부리니 Tho는 기사를 바꾸라고 해서 뭐라뭐라.... 그러니까 기사가 금방 태도를 바꾸어 가자고 한다.

 

중국 국경을 멀리서 바라보고 차를 돌려 흙먼지 날리는 좁은길로 들어서 기어이 야오족 마을 입구로 갔더니 정말 여기도 금줄이 쳐졌다. 

 

 

 

마을 입구에 병원이 있는데 거기 있는 의사도 자기도 오늘 왕진 못들어가는 날이란다.

그제서야 루디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기사는 사람좋은 웃음을 웃고 만다.

아마 가이드가 ‘그냥 원하는 대로 해줘봐라’고 한 모양이다.

투어 가던 첫 날 주책바가지 루다가 루앙프라방 야시장에서 찍은 혐오식품 사진을 보여주며 호들갑을 떨 때도 빙긋 웃고만 있던 Tho의 얼굴이 떠올랐다. 도대체 그 머리 속엔 뭐가 들어 있는 거야...

 

엊저녁에 술 먹으면서.....

다른 가이드들은 피곤하다 힘들다 불평이 많은데 자기는 힘들어도 그런 소릴 안 하니 여행사에서 좋아한다는 얘길 하길래 내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라오스 사람들이 불평을? 안 그런 거 같은데?’

그러면서 비엔티엔의 붐비는 버스 안에서 불평 한 마디 없이 무사태평으로 휴대폰 받고 간식 먹던 사람들 얘길 하니 '글쎄....상황이 다르지....' 하고 웃는다.

다른 사람들도 앞다투어 내 말에 동의하고, 한술 더 떠 가지면 가질수록 불평이 더 많아지는 세계 얘기를 한 바가지 쏟아내고.... 그러다가 '하기는 불만을 가져야 나라가 발전한다..'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 정작 화제의 대상인 라오스 국민  Tho는 빙그레 웃고만 있었다.  

 

무앙싱 시내로 나와 점심 먹고 나니 어느새 두 시.

별로 본 것도 없는데 이제 돌아가는 길에 있는 마을 두 군데 들르면 끝이란다. 

 

 

후아이담 마을. 이게 민족 이름인지 마을 이름인지는 모르겠다. 가이드가 없으니....

송판 집에 작업장과 짐승들 우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수도시설도 있는, 제법 시스템을 갖춘 마을이다.

한 쪽에 마련된 작업장에선 옷감을 짜고 있다. 반색을 하는 것이 뭔가를 팔 모양...

 

아이고, 어서들 오시우...

'소수민족' 마을을 방문했다가 이렇게 제대로 된 환대를 받기는 처음이다.

 

어때요, 어울려요?

 

이쁘긴 한데 나보다야 안 어울리지이~

 

어디, 그럼 한번 비교해볼까요? 

 

새라가 윗도리 한 벌을 3만낍에 사줘서 우리 팀 체면유지는 했다.

 

 

 

 

 

다시 달려 도착한 크무족 마을. 어른들은 기색이 영 시큰둥하고....

 

 

아이들만 날뛴다.(어, 각각 다른 집 아이들인데 이제 보니 쓰레빠들이 다 똑같네?)

 

아부지, 이건 팔지 말고 우리가 먹어요...

 

 

마지막 마을이라 그냥 돌아서긴 서운하고 해서, 반기거나 말거나 초등학교 간판을 따라 들어가 학교 구경.

 

 

 

학교 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마주쳤는데 그 사람들 기색도 영 냉냉하다.

어쩌랴, 초대받지 못한 손님인 것을.... 

 

어디서 오셨어요?

 

오신 김에 학교발전기금이나 좀 내고 가시지.... ^^

 

돌아오는 툭툭 안에서  ‘소수민족 마을을 방문하는 것'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내가 걔들 입장이라도 낯선 사람들이 와서 집구석 들여다보는 게, 심지어는 동물 구경 하듯 하는 게 뭐 좋겠냐. 나 같아도 못오게 하겠다."

"전통이라는 게 그냥 내버려둔다고 보존되는 것도 아니고....차라리 산에서 내려오도록 하는 게 낫다. 비위생적이고 비인간적인 생활 청산하도록 하는 게....."

"그래도 이대로가 나을 것이다.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투어를 잘 조직하고 마을 사람들도 교육해서.... "

 

어쨌거나 그들의 당연한 냉대를 받은 우리는 조금 시무룩했고 다들 소수민족 마을은 앞으로 안 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동등한 교류가 아닌 이상 일방적인 호기심(설사 호의를 품은 호기심이라 해도)은 불공평한 거 맞다.

 

아마 5년, 아니 3년 내에 도로변에 있는 소위 ‘소수민족’ 마을은 사라질 것이다. 이미 그들은 TV도 보고 라오스 말도 할 줄 안다. 열린세계에 목말라 하는 젊은이들이 과연 버려진 ‘소수민족’ 마을을 지키며 살고 싶을까.

 

웬지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었던 일정은 여기서 끝났다. (저 차량은 우리가 타고 다닌 툭툭이다) 

 

루앙 남 타 인근 농촌

  

아래 사진들은 루앙 남 타에 도착한 다음날 혼자 돌아보고 온 인근 농촌마을이다.

트레킹 예약상황 체크하느라고 어디 멀리는 못 가겠고 동네에서만 빈둥거리자니 심심하던 차에 루앙 남 타 올 때 버스에서 만났던 한국 남학생을 만나 오토바이 뒤에 올라탔다. 어디로 갈지 몰라 이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 입구에 내려달라고 했더니 10분 정도 달려 조그만 강가 마을로 데려다주었다.

소수민족 마을인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이름도 정확히 모르지만(아마도 Hatgnao.... ?) 

혼자 다녀서 그런지 이 날은 날 보고 많이들 웃어주었다.  

 

 

 

 

 

 

 

 

 

 

 

 

 

 

 

 

 

 

 

 

이제 라오스를 떠나야 할 시간.  배낭 둘러메고 신발끈 조이고 영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