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말 이비인후과 검진 후 지시받은 대로 머리와 목에 대한 CT, MRI를 찍은 뒤 일주일 후 검사 결과를 보러갔는데
말썽이 되고 있는 턱관절 주변에 뭐가 보인다고 했다.
그게 종양인지 염증 덩어리인지, 종양이라면 양성인지 악성인지 다시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하여
두 시간에 걸쳐 초음파를 이용한 조직검사를 받고 혹시 다른 쪽에 전이되었는지 봐야 한다고 해서 PET CT까지 찍었다.
외래진료 후 신속하게 검사날짜를 잡아준 것까지는 좋았으나 검사만 서둘러 받으면 뭐하나,
담당 선생님이 세미나를 하러 외국에 나가신다니 결과는 두 주일 후에나 알 수 있는걸.
두 주일이 환자에게는 두 달쯤 되는 것 같다.
두통은 나날이 심해지는데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처방약조차도 다 떨어져버려 지금은 하루 여섯 알의 타이레놀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하도 견디기 힘들어해서 진통제 처방이라도 받으려고 해도 주치의인 종양내과 선생님께 전화를 했더니 두 주일 후까지 예약이 꽉 차있다고 한다.
남편의 두통은 이제 본격적으로 머리를 감싸고 신음소리를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머리가 아프다가도 산에 가면 안 아프다고 신기해 하던 것도 예전일이 됐다. 요즘은 산에서조차 발길을 멈추고 머리를 감싸쥔다.
뭘 어떻게 해줘야 좋을지 몰라 허둥대는 나.
기분 바꿔주려고 우스갯소리를 찾다가도 웃음기가 사라진 남편 얼굴을 보면 입이 딱 붙어버린다.
하기 좋은 말로 암은 웃어야 낫는다고들 하지만 머리가 쪼개지게 아픈데 웃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저 하루도 빠짐없이 산책길에 동행하고, 소용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등 마사지나 해주면서....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함께 참아낼 뿐.
오늘 오후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조직검사를 했던 병리검사실이란다.
떼어낸 조직이 암이 맞는데, 이것이 원발암에서 전이된 것인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생긴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면역검사 한 가지를 더해보려고 하는데
비용 4,000원이 더 나오게 되니 다음 외래 오실 때 수납에서 정산해달라는 용건이었다.
'혹시...' 하는 정도로 의심은 해봤지만 '설마...'하는 마음이 더 컸는데, 이런 식으로 확인을 하게 되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두경부쪽 암은 주로 방사선으로 치료한다고 들었는데... 모두 만만치 않은 치료 아닌가.
치료중에 입천장이나 성대 등에 천공이 생겨 복원수술한 사람 얘기도 들은 적이 있어 거부감부터 앞선다.
거기만 딱 치료해서 완치될 수 있다면 이런저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해보라고 강권하겠지만 원발암 역시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고생까지 시켜야 하나...
그러나 암이라는데 어쩔 것이냐.
없애지 못하면 방법은 신경차단술이나 마약성 진통제밖에 없을 듯한데, 그거야말로 피해가고 싶은 가장 마지막 방법 아닌가.
21일은 신경과, 22일은 두경부암 센터 23일은 종양내과에 예약이 되어 있는데(슨상님들 일정에 맞추다 보니 매일 병원으로 출근하게 생겼다)....
과연 선생님들이 무슨 뾰족한 방법을 내주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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