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유럽

스페인 6 - 바르셀로나

張萬玉 2009. 3. 3. 11:34

오랜만에 한국인 민박에 들었다.

한국음식 생각도 났지만 그보다도 숙소 예약 때문에......

포르투갈 민박에서 쫘악 예약해둔 숙소를 다 거쳐 왔으니 이제 프라하까지 쫘악 숙소를 예약해야 하는데

이럴 땐 한글 되는 컴퓨터 맘껏 쓸 수 있는 한국민박이 최고다. 

라 람블라 http://www.ramblahouse.com . 인터넷 홈페이지만 보고 하는 예약인데 어떻게 찍는 곳마다 대박이냐. ㅎㅎ 친절하고 깨끗하고.....

무엇보다도 관광지의 중심인 까딸루냐 광장과 람블라스가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다. 강추!

 

까딸루냐 광장 좋은 자리에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쌤썽, 키아...... 내게 뭐 해준 것도 없는데 괜히 반갑더군. ㅎㅎ 


점심을 먹으로 람블라스 거리에 있는 보케리아 시장에 나갔는데 한글이 보인다! 

 

서울에 있는 통인시장처럼 여기도 시장에서 요기꺼리를 사서 중간중간 놓인 테이블에서 먹는다. 

 

이동식으로 내가 애용하는 혼합과일.

 

 

 

 

 

 

한 2킬로미터 정도 되는 람블라스 거리에 코스프레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거짓말 좀 보태 오십여 명은 되지 않을까 싶다. 

소매치기도 많고 삐끼도 많은 정신없는 거리지만 어느 구석에 죽치고 앉아 오가는 사람구경만 해도 재밌다.

 

람블라스 거리 한 바퀴 돌아본 뒤 숙소로 돌아와 프라하까지의 숙소들 쫘악 예약하고, 밀린 빨래 하고 밀린 일기 쓰고

간만에 집에 온 것처럼 퍼져서 쉬어볼까 하다가...... 그 소문 쫘한 몬주익 분수쇼가 토요일에만 있다길래 급히 뛰쳐나와 에스빠냐 광장으로.

꽤 규모가 큰 분수가 삼 층에 걸쳐 설치되어 있는데, 분수들 사이를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가 분주히 관광객들을 실어나른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발 아래 펼쳐진 삼단 분수, 구름떼 같이 몰려든 사람들, 그 아래로 쫘악 펼쳐진 시내의 모습....

분수가 나오기도 전이라도 이미 장관이다.

  

 

동영상을 너무 길게 찍었다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분수 앞에서 광분하는 사람들 구경까지 할 수 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몬주익 언덕으로 가는 푸니쿨라를 탔다.

황영조가 이뤄낸 몬주익의 감동을 나도 맛보고 싶었다기보다는 오늘 그 꼭대기에서 무슨 퍼레이드가 있다고 해서......  

 

 

 

 

 

바르셀로나 시와 항구, 아름다운 해안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바르셀로나 최고의 전망 포인트.

 

갑자기 귀청을 찢는 대포 소리가 나더니 자욱한 포연 속에서 전통복장을 한 군인들이 나타난다.

 

 

 

군인 뿐 아니라 수녀, 아주머니, 관리 복장을 한 청년들까지 줄줄줄 끝도 없이 나온다. 연인원이 수백 명은 되겠다.

그룹별로 복색, 특히 색깔을 달리하여 입고 나온 걸 보면 분명히 그룹마다(아마도 지역별?) 고유한 상징색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모르면 어떠리, 그저 재미난 옛이야기 속으로 들어간 아이가 되어 신나게 꽁무니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떴다.   

 

해변 쪽으로 내려가 콜롬부스 기념탑부터 프란시아 역까지 놀멘놀멘 걸어갔다.

 

 

 

 

 

 

해변에서 팬티 한 장 안 걸치고 뛰는 구릿빛 할아버지와 마주쳐 몹시 당황. 경찰이 안 잡아가나보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 지역에서는 유명인사란다. 

 

나그네는 도착하는 대로 또 떠날 준비에 바쁘다.

스위스 라우터부르넨까지 가는 유레일을 예약하는데 (차비는 이미 지불한 것이고) 예약비가 자그마치 70유로를 내란다. 충격!

아무리 스페인 국경을 넘는 열차이고(스페인은 철도폭이 다른 나라 철도폭과 달라 무슨 수고가 더 들어가는지 몰라도 국경 넘는 열차삯이 유난히 비싸다)

야간열차이고 쿠셋칸이라고는 해도 정말 너무한다. 차라리 저가항공을 탈 걸 그랬다.  

 

 

프란시아역에서 메트로 타고 구엘공원으로......

바르셀로나는 메트로가 잘 되어 있어 웬만한 관광지 찾아가기 아주 편리한데 구엘공원만은 예외다.

메트로에서 내려서 땡볕에 얼마나 걸었는지. 그것도 오르막길을......(버스도 있긴 한 것 같은데 눈에 띄질 않아서)

 

 

가우디라는 양반, 창의성과 더불어 장난끼도 많은 분인 듯......

 

 

 

 

 

기대하고 갔던  사그나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에 갔는데 내부 공사중인 데다 일부라도 보겠다고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밖에서만 빙빙 돌고 있는데

가까이에서 풍악소리가 울린다. 바로 앞 도로에서 마을잔치가 열렸네그려.   

 

이 지역에 사는 이민자들과의 화합을 위해 마련한 축제라고 했다.(갈등이 있다는 얘기겠지?)

이 나라에는 유럽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남미에서 유입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마 언어가 같아서일 테지.

실제 생활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무대, 객석 할 것 없이 이민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거 참여한 걸 보니 행사 조직은 취지에 걸맞게 잘 한 듯.

 

 

  

 

 

 

2008년 남미여행 하던 때의 기분이 되살아났다. 그립다 페루여, 저 스카프, 저 치마, 저 스텝.....

 

칠레에서 온 아이들인가보다. 

 

 

스페인어가 짧아서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여성인권단체쯤으로 보이는 팀의 인상적인 퍼포먼스도 있었다.     

 

 

지금 저 찍으시는 거예요?

 

(이 사진은 시사저널 기사에서 퍼옴)

 

이민자들 문제보다 더 심각해 보이는 문제는 따로 있어 보인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이곳 사람들의 애향심 내지 자부심이 애국심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현지에 와 보니 정말 그게 어느 정도인지 실감났다.  

곳곳에 카탈루냐 주 깃발이 걸려 있고 만나는 사람마다 침 튀겨가며 카탈루냐 분리독립 필요성을 역설한다. 

민박집 사장님 아들도 스페인어뿐 아니라 카탈루냐어까지 마스터해야 상급학교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두 나라(!) 말을 배우느라 고생깨나 했다고 한다.   

지역간 경제수준의 편차가 줄어들면 분리독립 요구도 좀 줄어들려나?

 

 

바르셀로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바로 축구사랑으로 연결된다.

유니폼까지 갖춰입고 축구를 즐기는 아마추어팀들을 그날 곳곳에서 열 팀 정도 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