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유럽

모로코 5 - 사막투어

張萬玉 2009. 3. 3. 11:33

모로코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로망인 사하라 사막 투어의 날이 밝았다.

Fez와 마라케시의 중간쯤 되는 지점에서 사막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Fez에서도 사막투어를 알아보긴 했지만 마라케시 쪽이 훨씬 싸다고들 하여 기다렸는데

과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Fez 가격의 2/3 밖에 안 되는 800디르함으로 2박3일 투어를 계약했다.

3박4일짜리도 있는데, (어차피 패키지 투어인 바에야) 오히려 컴팩트한 맛이 있는 2박3일짜리가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게 다녀온 후의 결론이다.    

프랑스인 5인가족, 영국 아가씨 2명, 프랑스인 커플, 캐나다 총각, 그리고 한국여자 둘까지 합해 12인이 한 조가 되었다.  

 

 

출발할 땐 빗방울이 떨어졌는데 점차 하늘이 밝아지며 황홀한 풍경화를 우리 앞에 펼쳐놓기 시작한다. 

마라케시를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냥 두고 가기 아까운 전망들이 산 고비를 돌 때마다 펼쳐지는데

특히 구름에 꽂힌 장여사, 이성을 잃고 마구 찍어댄다. 찍고 찍고 또 찍고, 계속 비슷한 사진을....  

 

  

 

 

 

  

  

 

살아있는 나의 로맨틱 심장에 / 허구헌 날 찬바람만 때려도 / 꽃이여 피거라 / 꽃이여 피거라... ㅋㅋ 

농염한 양귀비.

요즘은 한국에서도 관상용 양귀비를 많이 심더만....나는 이곳에서 양귀비꽃을 처음 봤다. 

 

 

산간지역을 벗어나 지평선조차 아물아물한 초원사막을 한참을 달리다 보니...... 꿈 속에서나 만날 법한 아름다운 강가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주민들과 살짝 친목을 도모한 후에

 

 

머지 않은 곳에 있는 영화 촬영장(아이트 벤하두) 옆 식당에서 엄청 호화로운 점심상을 받았다.

 

   

 

   

자, 구경은 공짜!  시장한 분들은 사진을 클릭해서 시각식사라도 마음껏 하세요. ^^ 

 

 

 

대중교통이 없다시피한 시골동네에서 히치 하이킹은 미풍양속에 속한다.

우리 차야 빈 자리가 없었으니 그냥 지나쳤지만, 자리가 있었다면 투어차량이라 하더라도 세워줬을지 모른다.

페즈에서 시내 근교 투어 갔을 때, 당당히 차를 세우고 구걸하는 소녀나 점심으로 챙겨온 빵을 당연하다는 듯 떼어서 나눠주는 운전기사의 태도를 보고

혹시 이게 이슬람의 중요한 가르침인 형제애의 생활화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는..

 

다시 세 시간 정도 사막길을 달려 어둑해질 무렵 '계곡호텔'에 도착.

꾸스꾸스, 따진, 탬버린과 음주가무가 함께하는 저녁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출발할 때는 이름도 국적도 모르는 서먹한 사이였지만, 한나절의 동행으로 가족처럼 화기애애해진 일행들.

좌 :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쌩 뜨로페에서 온 결혼 2년차 부부. 과묵하고 꼼꼼한 남편(포르투갈 출신)과 유쾌한 덜렁이 아내의 팀웍이 참 좋아 보였다.   

우 : 직장동료(간호사)인 삼십대 초반의 두 아가씨(일기를 잃어버려 이름을 잊었다.) 몇 년 전 일본 여행도 함께 했다고 한다. 

      그리고 미셸과 함께 우리 팀 기쁨조였던 스티븐. 처음 보면 Geek 같은데 사귀어보면 속 깊고 예의바른 반전의 매력이 있다. Canadian  

 

그리고 우리 팀의 주축이었던 프랑스 가족 5인방.

누나는 두 아들을, 남동생은 외동딸을 데리고 왔다.

누나의 두 아들 중 하나는 청각장애와 약간의 지적 장애가 있지만 가족 모두, 그리고 우리 일행 모두의 관심을 받으며 누구 못지 않게 여행을 즐겼다.

 

 

(경고 : 클릭 하는 순간 귀청 떨어질 수 있음) 

 

불타는 리듬 속에 짧은 밤이 지나가고 계곡호텔에도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다시 길 떠날 준비.

 

좌 : 오늘부터 달릴 본격 사막길에서는 랜드로바가 최고  

우 : 동네 총각들이 몰려와 사진 찍자고들......

 

본격적으로 사막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고운 모래가 끼었는지 내 카메라가 상태가 영 좋지 않다.

할 수 없이 여기서부터는 프랑스 총각의 사진을 빌리는데...... (클났다, 시각이 한참 업그레이드될 텐데, 이후 내 사진은 워찌 올린다니?)

 

 

도중에 차를 멈춘 곳은 유태인들이 사는 마을이라고 했다.

기름진 밀밭을 지나 동네로 접어든 후에도 계속 우리를 에스코트해주는 듯 시원스레 흐르던 농수로가 인상적이었다.  

 

  

 

 

 

 

 

 

 

유태인 마을 부근에서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사막을 향해 달려간다. 

일동 취침 모드인 채로 서너 시간쯤 달렸나? 드디어 낙타들이 기다리는 사막 입구에 도착. 

 

다른 한 팀이 합류하여 20여 명이 넘는 대열을 낙타몰이꾼 서넛이 인도한다. 

 

 

 

예전에 명사산에서 낙타타기란 걸 했을 때도 겁나고 불편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길에 비하면 그건 약과. 

거리에서도 차이가 많이 날 뿐 아니라 명사산의 평지길과는 달리 지형이 어찌나 변화무쌍한지, 사막을 건너는 두 시간 내내 허리 한번 제대로 못 펴봤다.

특히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그 높은 낙타 등에서 떨어질까봐 미동도 못하고.....ㅋㅋ노을 지는 사막을 만끽한다는 게 그렇게 마음처럼 쉽지 않더라고.

 

 

 

 

 

사막이라는 여건상 마른 빵 한 조각에 홍차 한잔뿐인 빈약한 저녁밥상이었지만 다시 어제밤 못지 않은 리듬의 향연이 벌어지고...

 

 

사막의 밤은 소용돌이 치는 모래바람 속에 잦아들고...... 다시 아침.

 

어제 왔던 길을 되짚어 다시 두 시간. 낙타라면 진절머리가 난다는 멤버가 나타날 때쯤 낙타주차장에 도착.

물도 없지만 모래바람 때문에 불가능했던 이틀치 양치와 세수를 해결하고.. ㅋㅋ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다. 1박2일간 달려온 길을 이제부턴 마구 달려서 한나절 만에 돌파한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러 이렇게저렇게 놀아준다. ㅋ

 

上左 : 찍기에 따라 어쩌다가는 서양화에서 튀어나온 고전미인의 모습이 되곤 하는 영국 간호사 1

上右 : 다른 팀으로 왔다가 낙타 탈 때부터 한 팀이 되어버린 한국 총각. 세계일주중인데 한국사람 만난 지 오래됐다며 너무 반가워한다.

下 : 역시 낙타 탈 때 한 팀이 되어버린 호주 총각. 우리팀의 스티브와 죽이 잘 맞아 우리를 계속 웃겨주었다.

      내가 윌리엄 왕자와 해리포터(배우 이름은 몰라서)라고 했더니 일동 크게 호응. ㅋㅋ  

 

뽀너스 트랙. 팀의 마스코트였던 17세 미셸 양 특집임다.  ^^

 

 

 

 

곯아떨어져 있다 잠깐 깨어보니 거대한 산맥이 노을에 물들고 있길래 깜짝 놀라 카메라를 겨누어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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