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Irancode 2 - 멀고 먼 이란

張萬玉 2013. 8. 20. 12:30

이란으로 가는 직항이 없어 북경에서 환승을 하는데, 대기 시간이 짧은 에어차이나 티켓이 없어서 아시아나로 끊으니 대기시간이 7시간이다.

중국 체류 72시간에 대해서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에 잠시 북경 바람이라도 쐬고오자고 하여(다행히 짐을 테헤란까지 직행으로 부쳐준다고 하여 가능해진 일이었다) 快軌를 타고 東直門에서 내려 시내 지하철로 환승하고 (표 내고 나왔다가 다시 표를 사서 타야 한다) 세 정거장째인 鼓樓路에서 내렸다.

 

헌데 정말 딱 '바람만 쐬고' 가야 했다. 도착 시간이 5시였는데 입국심사 받고 고속철에 지하철에..... 어쩌고저쩌고 하다 보니 시계바늘이 어느새 7시에 육박.

11시에 뜨는 이란항공을 타려면 9시까지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목적지로 잡은 十刹海는커녕 바로 앞에 보이는(듯한) 鼓樓까지도 너무 멀다.

지하철 역 근처 꼬치집에서 생맥주와 꼬치로 아쉬움을 달래고 돌아서야 했지만, 그래도 공항에서 지루한 시간 죽이고 있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이후로도 5시간 가까이 더 기다려야 하는 불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2008년에 개통했다는 북경 공항고속철(快軌). 

이름만 같은 수도공항이지 완전히 딴동네에 있는 각 청사들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아주시고는... 시내를 향해 엄청 빠르게 달려나간다.

하지만 그렇게 달려줘도 시내까지 30분 이상 걸린다. 요금은 25원(지하철 2원).   

 

중국음식이 입에 맞느니 안 맞느니 해도 식성이 달라도 너무 다른 나라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중국음식만큼 반갑고 익숙한 음식이 없다.

더위와 배고픔에 지쳐 꼬치 끼운 막대기까지 씹어먹을 기세로, 생맥주잔까지 들이킬 기세로 흡입하는 멤버들 사진을 올리고 싶지만.... ㅋㅋ

  

 

이란항공 대합실에 도착해보니 이란인들의 형형한 눈빛과 오색찬란한 스카프, 진한 향수냄새가 정신을 다 빼놓는다.

우리는 이란 사람들이 궁금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궁금해했다. 널린 게 외국인들인 다른 공항과는 달리 우리는 특별한 소수였던 것이다.

거의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로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것은 다가올 이란여행의 서막) 처음엔 수줍게 눈빛 수집, 조금 익숙해지자 조심스럽게 인터뷰 시작. 

일본에 살고 있는 모녀, 쉬라즈에 산다는 대가족, 한국으로 유학 오려고 한국말 배우고 있다는 여대생......

호기심 어린 대화 속에서 탑승 전에 일반적으로 대기하는 2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막상 탑승을 하고나니 1시간 가까이 종무소식이다.

화가 슬슬 나기 시작할 때쯤 기장의 멘트가 나온다. 기체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좀 고치고 가야겠단다. 헉!

얼마 전 대형사고를 친 아시아나를 타고오면서도 아무 생각 없던 내 강심장도 이 멘트에 살짝 쫄깃해진다.

미국의 수입제한조치 때문에 미국 미행기는 물론 미국산 엔진을 사용하는 유럽산 비행기도 사들이지 못해 이란의 대부분 비행기가 1970년대 생산된 구식 기종이라는 사실이 잊으려고 해도 자꾸 떠오르는 거다. 게다가 야광조끼를 입은 스탭들이 헉헉대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게 눈에 보이니 이거야 원!

길잡이가 출발 전에 나눠준 이란 관련 책자를 뒤적이며 갑갑함을 겨우 가라앉히고 있는데 2시간 경과 후 다시 멘트......

한 군데는 성공적으로 고쳐졌는데 다른 문제가 발견되어 또 고치고 있단다. 허거걱!

아예 정비공장을 차리시지.

미안한지 밥을 준다. 비행기 출발하기도 전에 기내식을 먹기는 처음이다. ㅎㅎ

다행히 두 번째 고장은 30분 정도 경과한 후 해결.

 

운동장만큼이나 넓은 비행기였지만(기종은 확인 안 했음) 자리가 꽉 찼는지 우리에겐 2층(비행기 머리 부분)을 내어주었다.

보아하니 이 공간은 스탭들이 쉬는 공간인 듯. 덕분에 빈 자리가 많아 두 좌석씩 차지하고 숙면을 취하기도 했다. 

 

11시 50분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가 새벽 3시 45분에 이륙했으니 거의 네 시간 가까이 갖혀 있었던 거다.

테헤란까지는 7시간 걸려 (4시간 30분 젊어진) 이란 시간으로 아침 7시 30분에 도착했다.

입국도 쉽지 않았다. 입국심사 받는 데 거의 한 시간 걸렸다. 하나밖에 없는 외국인 창구의 컴퓨터 시스템이 태업을 하는 것이다.

화면 한번 넘어가는데 족히 10분씩은 걸린다. 그나마 외국인이 우리 포함 몇 명 안 되어서 다행이었지.

말도 안 되는 기다림에 어느새 길들여진 건지, 한눈에 봐도 파김치 몰골이건만 일행들은 그저 싱글벙글이다. 

어찌됐든 안전하게 도착한 것만 해도 어디냐고, 이제 첫 숙소인 에스파한까지 7시간(!)만 달려가면 쉴 수 있다고...... 

 

P.S : 아시아나 도착 청사는 3청사이고 이란항공 출발 청사는 2청사인데 공항 이름만 같지 청사 간 거리가 버스로 몇 정거장은 되기 때문에

         일단 중국 입국과정을 거친 뒤 셔틀버스를 타고 청사를 바꿔 다시 보딩패스를 받고 출국심사를 거친 뒤 이란항공을 타야 한다.

         (대한항공은 이란항공과 같은 2청사니까 청사 이동은 안 해도 되는데, 입출국 심사를 거쳐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음)

         화물도 북경에서 체크아웃했다가 다시 테헤란으로 보내야 한다고 들었는데, 일 잘 하는 길잡이 덕분에 우리는 인천에서 이란까지 바로 부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