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제1일, 2일 무주
아침 7시 30분 출발, 경부고속도로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달려 10시 도착. (어흐, 나 120킬로 과속 딱지 떼였다.)
원래 계획은 덕유산 향적봉까지는 곤돌라 타고 올라가서, 중봉까지 능선길 따라 2시간 정도 걸을 예정이었으나
가보니 가는 날이 장날, 1년에 딱 나흘 뿐인 곤돌라 정비기간 중 셋째날이다.
서운한 마음 달래며 리조트에서 조성해놓은 호수 한 바퀴 돌고, 차 머리를 돌려 적상산으로......
꼬부랑길의 연속, 타고 있는 사람은 멀미가 날지 어떨지 몰라도 운전하는 사람은 재미있었다.
우거진 숲길을 헤치고 헉헉대며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댐이 나온다.
산으로 올라오기 전에 보았던 넓은 호수가 제1댐, 그리고 적상산 정상에 있는 산정호수가 제2 댐.
두 개의 댐은 지하의 수로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산상 터널도 그렇고, 참으로 대단한 토목민국일쎄!
일곱(?) 개 봉우리를 거느린 위풍당당 향적봉.
그리고 알록달록 명랑한 전망대. 하늘은 찢어질 듯 푸르고......
오늘의 숙소인 덕유산 자연휴양림 체크인 시각까지는 두어 시간 여유가 있어서, 향적봉 하산지점인 칠연폭포로 차 머리를 돌렸다.
일곱 개의 폭포가 연달아 있는 칠연폭포. 폭포도 폭포지만 널직한 계곡이 아름다웠다.
덕유산 자연휴양림 숲 속의 집.
이곳에 방 한 칸 얻기 위해 셋째시누이가 한 달 전부터 공을 들였다.
덕분에 독일소나무의 우람한 품에 안겨 하룻저녁을 즐긴다.
휴양림에서 숙소를 예약하기는 어렵지만, 여름이 지나서 그런지 데크들은 꽤 비어 있다.
다음엔 나도 텐트 싣고 오고싶다.
제2일, 3일 순천
이튿날 아침, 이대로 떠나기 아쉬워 나제통문까지 드라이브 하러 갔다.
소문대로 길이 너무 아름다워 중간에 차를 세워두고 걸었다.
아, 예쁘고 착한 우리 시누이들.
처음 본 칡꽃. 자태만큼이나 요염한 향기가 놀랍다.
라제통문까지 즐거운 드라이브 후 국도를 택해서 순천으로 이동.
너무 넓어 어차피 제대로 보지도 못할 정원박람회는 패스, 순천만에 도착한 시간은 네 시.
아직도 해가 지려면 멀었다.
기대했던 곳이지만 계절과 날씨가 받쳐주지 않아 물건너 맞은편 마을까지 걷는 데크길은 약간 실망.
그러나 해질 무렵의 유람선 한바퀴와 쁘띠 머시기... 정원까지 걷는 길은 그 실망을 충분히 메워주고 남았다.
고즈녁 좋아하면 인생이 덩달아 쓸쓸해지는디......ㅋ
제3일 순천, 남해
숲 속에 비가 내린다.
새벽부터 보성 녹차밭 한바탕 뛰고 온다는데
숲속의 집 다락방 하늘창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홀린 나는 큰 시누이에게 운전대를 넘겨주고 대열에서 이탈, 집보기를 자임한다.
베란다에 죽치고 앉아 젖은 숲을 바라보며 속깊은 대화를 시도하던 중 와락 달려들어 안기는 물안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마을 가운데 호수 쪽으로 내려가보지만, 막상 다가가보면 별스러울 것도 없는 풍경.
그래도 혼자 어슬렁거리는 기분이 쌉쌀한 꿀맛이다. 하필 귀에 꽂고 있던 음악도 Doors의 Stranger다.
People are strange when you are stranger.
Faces are ugly when you are alone.
Streets are uneven when you are down.
나홀로병이 또 도지려는 모양이다.
낯설기는커녕 사정없이 친절한 사람들 속에서 이게 웬 심통이란 말인가..
가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살살 뿌려주시니, 초행이 아닌고로 뻔할 수도 있었던 선암사, 낙안읍성도 싱싱하게 되살아난다.
오늘의 숙소인 남해 자연휴양림으로 달려가는 길도 근사하기 짝이 없었고......(음, 난 음악 들으며 걷거나 운전할 때가 행복한 것 같다.)
자연휴양림 들어가는 길목의 '바람의 흔적' 미술관.
잘생긴 골든 리트리버 한놈이 외로웠는지 처음 보는 나에게 악수하자고 손을 내민다. 이 외딴 미술관엔 누가 오나?
오늘의 숙소도 베란다 문만 열면 근사한 전망을 선사해준다.
제3일 & 4일 남해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숙소 뒤 전망대에 이르는 편백나무 숲속길 산책.
구름에 싸인 봉우리에 서서 오카리나를 부는 둘째시누이, 선녀가 따로 없다. ㅎㅎ
여름부터 계속 피고지는 목백일홍, 혹은 배롱나무꽃.
하지만 앞으로 한 달을 더 못버티리라. 그래, 필 때 힘껏, 싱싱하게 피어라.
도무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보리암으로, 미조항으로.
싱싱한 우럭 몇 마리 사들고 다랭이마을 느티나무 민박집으로......
해가 쬐면 쬐는 대로 비가 뿌리면 뿌리는 대로
감사한 여행 길
남해편백휴양림에 비가 내리니
구름이 산허리를 타고 오른다
명랑한 바다를 보고 싶어하니
보리암 뒤로 해님이 빵끗, 하얀 구름타래를 구비구비 펼쳐놓으셨다.
은혜로운 햇살을 품은 석양은 남해바다를 곱게 물들이다가
깊어가는 다랭이마을의 밤 속으로 잠겼다.
제5일 : 장성편백림 들러서 상경
가지런히 도열하여 아침산책길을 열어주는 참깻단.
작년에 왔을 때는 몰랐는데, 서양풍 레스토랑과 펜션이 꽤 눈에 띈다.
작년엔 눈을 감고 다녔던 걸까? 아니면 1년 새 이렇게 변한 걸까?
귀성길에 들른 장성 편백림 숲은 그 명성에 비해, 돌길에 급경사...... 걷는 길 좋아하는 우리에겐 쫌 그랬다.
조림과 육림에 평생을 바치다 자신이 가꾼 숲 느티나무 아래 잠드신 임종국 선생의 묘소가 마음에 남았다.
숲을 걷다가 헤어진 일행이 하산지점을 잘못 택하는 바람에 차를 끌고 데리러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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