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날이 밝았다. 동쪽을 향해 출바알~ !
서대장이 살짝 북쪽으로 틀어 '리틀 데저트'에 들러가면 어떨까 물었지만, 사막이라면 넌덜머리가 나는지 아무도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
관심은 오로지 그레이트 오션 로드. 하지만 그곳까지의 여정은 아직도 꼬박 이틀길이다.
결국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시작점인 포틀랜드를 향해 달려간다. 오늘의 주행 목표량, 580킬로미터.
졸음운전 하지 말라는 남호주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타피나라는 마을에서 잠시 발길을 멈춰본다.
올림픽 성화가 지나갔다는 것이 마을의 대단한 역사가 되는 인구 350명의 작은 마을이다.
Gambier지역에 들어오자 윤기 도는 초록 풍경이 나타난다.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포틀랜드 조금 못미처 홀리데이 빌리지에 도착했는데 엄청 시끌시끌하다.
동네 크리켓 대회를 하러 모였다는데, 무슨 운동회를 1박2일로 하나?
40여 가족이 모였단다. 한쪽에서는 경기를 하고 한쪽에서는 바베큐 파티가 한창이다.
지역신문에서 운동회를 취재하러 나왔는데, 한국 캠핑족들까지 합세하니 취재진들이 아주 신이 났다.
여행 기간은? 여행 코스는? 호주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등등 질문공세가 퍼부어진다.
나중에 신문을 보내주겠다고 메일 주소를 적어갔는데, 이후 누가 확인 좀 해봤으려나? ㅎㅎ
동양에서 온 사람들 처음 보는 것도 아닐 텐데 애나 어른이나 우리 일행을 엄청 신기해 하고 앞다투어 친한 척 하며 사진 찍자고 난리들이다.
당연히 아이들은 '캉남 스타일!'을 외치며 흔들어대고...... ㅋㅋㅋ
야채 있는 것 다 썰어넣고 볶아 잡채라고 한 젓갈씩 돌렸더니 모두 엄지손가락 척!
이 캠핑장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코알라들이 많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높은 나무 꼭대기에서 꼼짝 않고 잠만 자니 어디 제대로 볼 수가 있나.
대신 코알라들 코 고는 소리는 밤새 실컷 들었다. 진짜 사람처럼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곤다.
캠핑장 부근에 사는 아이들이 자기 집에 있는 코알라를 보여주겠다고 해서 따라갔더니 마당 한구석에 바싹 말라 있는 코알라 시체를 보여준다.
어린 새끼가 나무에서 나무로 점프해서 이동하다가 떨어져 죽은 거라고 어찌나 의기양양하게 설명을 해주던지. ㅋㅋㅋ
아침에 길 떠나기 전 동네 산책을 나갔다가 어마어마한 향나무들이 길게 늘어선 공원을 발견했다.
여행 시작하면서 개학 전까지 길러보자고 약속했다는 수염 삼총사.
잠시나마 엄격한 선생님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거듭나고 싶었나보다.
제법 수염이 잘 어울리는 (가운데) 박쌤은 제법 긴 턱수염 때문에 '호 할아버지'(호치민 총통)라고 불리기도 했다.
오늘의 주행목표량은 370킬로미터. 드디어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지난다.
포틀랜드 시내를 지나 넬슨 곶 전망대에 잠시 차를 세우고, 찢어질 듯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예쁜 등대와 황홀한 물빛 감상.
다시 달린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S라인의 해안도로.
몇 시간째 꼬불탕 꼬불탕 하다 보니 아주 멀미가 날 지경이다.
어지럼증 달래느라고 자주 차를 세우고 바닷바람을 쐰다. 비슷한 풍경에 슬슬 지쳐가고......
드디어 사람들이 모여 노는 유원지가 나왔다. 어찌나 반갑던지......
평소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유원지 싫다고 피해다니는 편이지만, 역시 풍경 속에는 사람이 좀 있어줘야 훨씬 다채로운 것 같다.
'여행일기 > 오세아니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苦中作樂 18 - 아폴로 베이 / 오트웨이 국립공원 (0) | 2013.03.05 |
---|---|
苦中作樂 17 - 그레이트 오션 로드 (0) | 2013.03.05 |
苦中作樂 15 - 누드비치에서 생긴 일 (0) | 2013.03.05 |
苦中作樂 14- 애들레이드 (0) | 2013.03.05 |
苦中作樂 13 - 문타 베이 (0) | 2013.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