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애월리 四季

들락날락

張萬玉 2015. 3. 15. 07:02

마지막 블러깅을 한 지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간다.

혼자살이에서 빠지기 쉬운 안일함을 경계하기 위해 매일은 아니라도 가끔은 일기를 쓰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손님들도 들락날락, 나도 들락날락. 컴 앞에 앉을 시간도 부족했지만 그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지나고 나면 백지 같은 나날이 되어버렸다.

진짜 이젠 기록하지 않으면 뭐 하고 살았는지 도무지 재생이 안 된다.

뭐 하고 살았으면 또 어떠랴 가끔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아직은 내가 사용한 시간들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만큼 폭삭 늙지는 않았는지 記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ㅎㅎㅎ

 

남편 기일 앞뒤로 일주일간 서울에 다녀왔다.

겨우 한 달만에 오는 집인데 김포공항에 내리는 순간 이상하게도 타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다니..

한 달간 집을 비웠지만 아들녀석도 혼자살이에 적응을 했는지 집 치울 일이 많지 않았고, 딱히 서울에서 할 일도 만날 사람도 생각 안나서... 

제사 준비와 제사 손님맞이, 딱 볼 일만 보고 돌아왔다. 마음이란 녀석, 정말 빨리도 서울을 버리고 제주로 갈아타버렸구나.

오는 길은 쭈와 함께였다. 작년말 사업을 접고 한동안 실컷 놀아보겠다고 벼르며 제주에 내려와 살 테니 방 하나 세 놓으라던 후배.

하지만 일복을 타고난 사람은 어쩔 수가 없다. 그새 어디 이력서를 넣었는지 전화 한 통 받더니만 면접 보러가야 한다며 닷새 만에 짐을 꾸린다.

그리고는 음력설. 혼자 사는 노모 걱정이 됐는지 아들넘이 내려와 일주일 뒹굴다 갔고

설 당일에는 새로 사귄 이웃의 떡국잔치에 초대 받아 수다지락을 맛보았고

그 와중에도 친구들과 함께 놀러온 후배 Y, 출장 온 동창 J의 깜짝방문이 이어졌고...... 그러다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3월이 됐다.

 

3월부터는 차근차근 하루하루 일기 쓰며 살아야지 했는데

자매유람단의 5박6일로 이어져 정신없이 놀다 보니 어느새 10일......미국 사는 큰오래비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떠나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또 김포행 탔다가는 서울에 발목 잡힐 것 같아 부모님 산소 방문길에서 만나기로 하고 청주행 비행기를 탔다.

이것도 꽤 신선한 경험이어서 나중에 짬이 나면 따로 포스팅할지도 모르겠다.

헌데 청주행 어디서인가 체크카드를 잃어버렸다. 중국에서 발행한 카드라 국내에서는 복원이 불가능하단다.

그래서 지금은 여권이 있는 서울 집에 와서 중국 비자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비자 나오는 데 닷새, 중국 들어가 카드 신청하여 받기까지 넉넉잡아 열흘.

모두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수속이니 상해에서 놀든지 패키지로 멀찌감치 뛰든지 간에 오락가락하지 말고 중국에서 노는게 낫겠다 싶은데

그러면 제주로 다시 돌아가려면 4월초나 되어야 하니

이거야 원 제주에 살러갔다고 하기도 민망하구나. 봄이 코앞인데 텃밭은 언제 일굴꺼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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