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황금연휴를 맞이해서 지인들과 연락이 부쩍 늘었습니다.
제주도 비 많이 와? 날씨좋아? 수영할 수 있어???
질문은 쏟아지는데 금방 대답해주기 힘듭니다. 서귀포는 따듯하긴 한데...제주시는 어떨라나...@.@ 으음...
육지인(?)들은 제주의 남과 북이 동과 서가 때론 다른 나라처럼 다른 날씨와 풍경을 보여준다는 것을 모릅니다.
...살아보기 전엔 저도 몰랐지요 ^^
여행을 좋아하는 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보고싶은 것이 달랐습니다.
어느날은 지리산의 계곡을 구비구비 드라이브 하고 싶었고, 어느 날은 회색빛의 서해바다가 보고싶었고,
또 어느날은 피를 머금은 듯 붉디 붉은 남도의 흙색이 그리웠습니다.
물론 가슴 시리도록 파란 동해바다도 너무 좋지요 ^^
육지도 구석구석 헤매던 제가 제주도에 와서 그나마 안 답답한 이유...하루면 넉넉히 다 돌 수 있는 섬이지만
동서남북 전혀 다른 날씨와 풍광을 가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같은 날에도 제주시는 맑고, 서귀포는 흐리기도 하고...
동쪽바다는 나즈막한 밭에 안겨든 작은 마을들 사이로 연한 빛 바다가 정겹고,
서쪽바다는 거친 파도에...붉게 지는 노을까지 거칠 것 없이 넓고 광활합니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농사를 짓는다는 것도 동네마다 다른 풍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지요.
이주 초기, 우리는 귀촌인가, 귀농인가...를 머리싸매고 고민할 때 동네마다 다른 농사를 짓는 제주도는
생각할 게 너무 많더라구요.
양배추도 한다던데...감자나 양파도 있고, 당근도 당근 있지~ 신작물 아로니아나 커피는 어떨까?
감귤류는 너무 전통적이잖아??
무밭만 몇 만평~ @.@ 잘되면 로또가 따로 없댜...망하면 빚이 몇 년은 가고 ㅠ.ㅠ
신랑과 여기 저기서 얻어들은 카더라 통신에 팔랑귀가 날아갈 판이었던 이 때...
제주 토양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났으나 때가 되면 알게되겠지라고 했는데
결국 아리송한 그대로 2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귀촌인가...귀농인가 정하지 못한 채입니다만...-_-a 이제는 정리해봅니다.
*** 주요내용은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생물산업학부 현해남님의 논문
[제주 토양환경을 알면 제주의 사회 ․ 문화를 안다]에서 대부분 발췌 정리하였으며,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살기 사이트 (http://jejulife.jeju.go.kr)에서도 이미지 차용했습니다.
제주도는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생성되었습니다.
약 120만년 전부터 바다밑의 퇴적암이 융기(@.@)하고 70만년 전엔 마그마가 부드럽게(?) 흘러나와
평평한 섬의 형태를 이루었습니다.
30~10만년 전에 화산이 분화하면서 제주의 토양을 화산회토로 변화시킵니다.
그 결과 제주도는 현재 전세계의 토양을 모두 볼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토양이 존재하게 됩니다.
제주에서 발견되는 토양 중에서 암갈색으로 나타나는 토양은 오래된 토양이라고 할 수 있고,
흑색을 나타내는 토양은 최근에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토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 해안변의 대부분 토양은 심층에 암갈색의 토양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중산간으로 올라갈수록 표면에
는 흑색의 토양이 있지만 심층에는 자갈 등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토양의 종류는 약 370여 개인데,그 중에 제주에서 발견되는 토양은 무려 63개
...크지 않은 섬에 토양의 종류가 63개나 있으며 엄밀하게 말하면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
해 토양을 관리하는 방법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제주에 존재하는 토양의 종류를 색깔로 구분했다고 합니다. 정신 없음 ㅡㅡ+]
토양에 따른 농경방법이 다르므로 때문에 농촌진흥청에서는 크게 4개의 토양으로 구분하였습니다.
토양의 색깔은 토양의 비옥도와도 직결됩니다.
A) 암갈색 비화산회토
북부와 서부에 분포되어 있는 토양.
암갈색을 갖고 있으며 토양의 비옥도는 육지부 토양과 비슷한 수준.
따라서 무릉, 고산 등에서는 논농사가 이루어져 왔으며, 보리도 잘 재배되는 지역에 속함.
비교적 오래 전에 만들어진 토양으로 보고 있으며, 암석에서 토양으로의 풍화가 많이 진행된 토양으로 분류.
B) 농암갈색 화산회토
북부와 서부지역에서는 중산간지역, 남부 해안가에도 분포.
자갈이 많고 흑색보다는 진하지 않으나 검은색 계통의 농암갈색 화산회토.
이 토양은 자연비옥도가 낮고 토양이 인산을 흡착하는 힘이 강하여 양분의 결핍이 쉽게 일어남.
투수속도가 빨라 물을 담아둘 수 없기 때문에 논농사가 불가능하며, 보리재배도 잘 되지 않는 토양에 속한다.
C) 흑색 화산회토
주로 동부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검은색의 토양.
토양깊이가 깊으나 인산을 흡착하는 힘이 일반 토양에 비해 3배 이상 강하여 작물양분이 결핍되기 쉬우며
논농사와 보리농사가 잘 되지 않았던 지역이다.
특히, 구리를 흡착하는 힘이 강하여 구리를 좋아하는 보리농사가 잘되지 않고 피가 재배되던 지역이다.
화산재가 혼합된 토양으로 예상되는 토양으로 해안변 토양의 심층에는 암갈색의 토양이 있는 경우가 많다.
D) 산악지 화산회토
산악지 화산회토는 해발 500 m 이상에 분포하는 토양.
토양깊이가 매우 낮아 토양이 거의 형성되지 않았으며,
투수속도가 빠른 지역으로 영농행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지역이다.
이 토양의 심층은 대부분 아직 토양으로 변하기 전의 scoria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찾아보다보니...토양을 구분하는 일도 상당히 복잡합니다.
특히 농사에 관련한 요소들을 포함해 정의한 것은 너무 어렵네요 ^^;;
유기물함량 : 퇴비, 유기질비료에 함유된 성분.
제주지역의 유기물함량은 화산재로부터의 유기물의 포함되어 육지와 성질이 좀 다름.
화산회성 유기물은 양분을 흡착하여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며,
암갈색 비화산회토인 북, 서쪽 해안은 유지부와 비슷하게 낮음
양분보유능력
토양이 작물에 필요한 양분을 얼마나 보유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
비화산회토 지역은 양분보유능력이 작고 화산회토 지역은 매우 크다.
양분보유능력이 크다는 것은 양분을 많이 보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토양에 양분이 적을 경우에 토양에 보유되어 남아
있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여 작물이 흡수를 못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
인산흡착용량
토양이 작물에 꼭 필요한 성분인 인산을 얼마나 흡착할 수 있는 지를 나타내는 지표
수치가 크면 클수록 인산비료를 많이 주어야만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다.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비화산회토 지역은 인산비료를 적게 주어도 되지만
화산회토 지역은 인산비료를 많이 주어야만 작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용적밀도
단위용적당 토양의 무게를 나타낸다.
즉 용적밀도가 낮을수록 일정 용적 내에 토양의 양이 적으며, 푸석푸석하여 뿌리가 잘 자라게 된다.
서북부지역의 용적밀도는 1.2 ~ 1.3 g/cm3로 육지부 토양과 비슷하지만
동남부지역은 0.7 ~ 0.9 g/cm3로 매우 낮다.
따라서 동부지역과 남부지역에 서는 뿌리가 잘 자라며,
이 지역에 당근이 많이 재배되는 이와 같은 이유에서 오는 것이다.
공극률
공극률은 토양내 공간의 비율.
공극률이 크면 토양내 공간이 많기 때문에 물과 공기가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큰 것을 의미한다.
화산회토는 일반적으로 70% 가까운 공극률을 보인다.
반면에 비화산회토와 육지부 토양은 50%에 불과하다.
따라서 제주지역에서 화산회토가 분포된 지역은 물빠짐이 매우 좋을 뿐만 아니라
뿌리가 쉽게 뻗을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제주에 지하수가 풍부한 이유도 토양의 공극률이 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극률이 커서 단위면적당 공극량이 많기 때문에 옛사람들은 화산회토를
공기 중에 떠 있는 흙이라는 의미의 “뜬땅” 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 복잡하지요?
어쨌든 위의 표와 그림을 종합해보면 제주도는 육지보다 전체적으로 물빠짐은 좋은 토양에...
북쪽, 서쪽은 비옥하고...동쪽과 남쪽은 척박하다...입니다.
농사도 다양하지 않고, 채소류보다는 어떤 종류든 배를 불려줄 알곡이 필요했던 가난했던 시대에는
북쪽과 서쪽에 비해 남쪽과 동쪽이 작물 생산성이 떨어진다라고 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그러나 요즘엔 남쪽의 감귤농사가 제주농사의 커다란 축을 담당하고 있고,
동쪽의 당근, 무 등의 뿌리채소 농사도 옛날에는 끼니를 이을 수 없는 농사로 천대받았으나,
요즘엔 겨울철 육지로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는 효자상품입니다.
현재 제주도 지역별로 이뤄지는 농사입니다.
북부지역인 제주시, 애월, 조천에서는 잎채소, 시설원예, 감귤, 딸기,
남쪽지역인 서귀포, 중문, 남원에서는 노지감귤, 한라봉, 키위, 망고, 양란,
동쪽지역인 구좌, 성산, 표선, 우도에서는 당근, 무, 감자, 더덕, 콩, 양파,
서쪽지역인 한림, 한경, 대정, 안덕에서는 마늘, 양파, 감자, 양배추 등입니다.
일년 내내 강수량도 많고, 물빠짐도 좋고, 일조량도 많은 제주도.
토양의 성질만 이해하고 잘 보충한다면 여러가지 농사가 잘되는 곳이 아닐까요?
제주 귀농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대충이나마 이 동네는 이래서 그렇구나@.@ 정도의 이해는 주었길 바라면서
휘리릭~ 저도 다 이해못한 글을 마칩니다 ㅎㅎ;;;
제주시 동네별 농사 및 더 자세한 정보는 여기 잘 나와 있어요. 함 가보세요~^^
제주의 마을 : http://www.jejuvill.net
우리 텃밭은 암갈색 비화산회토, 육지 땅이랑 비슷하단다.
유기물 함량이 적은 편이니 영양공급은 좀 신경써야겠다.
심기는 심어놨으나 과연 열매를 볼 것인지.
어제 비바람에도 여린 모종 두 개가 쓰러졌다.
지주대를 세우다가 실수로 한 녀석 허리를 부러뜨렸고...방울토마토 모종 다섯 개 중 두 녀석은 회생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한 화분에 실려온 바질이 너무 큰 것 같아 두 개로 나눠 심었더니 두 녀석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 못난 엄마!!
그래도 연약한 나무가지를 뽑아내고 제대로 된 지주대를 돈 들여 사다가 묶어놓았더니 녀석들 모습이 제법 믿음직해 보인다.
잘 자라줘라, 내가 최소 아침 두 시간만은 너희를 위해 투자할께.
너희의 건강이 내 적적한 홀로살이의 큰 기쁨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