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심기(4월 7일)
어느새 4월도 중순으로 접어드니 마음이 바쁘다.
원래 계획은 (적어도 쌈채소는) 씨를 뿌려서 옮겨심기까지 제대로 해볼 생각이었는데, 제주오일장 나갔다가 덜컥 모종을 사오고 말았다.
잡초만 뽑아놓고 제대로 갈아엎지 않은 밭에 호미질만 좀 해가지고 대강 세워는 놓았다. 내일부터 비가 온다니 뭐 어찌 되겠지 하고.
깻잎 12개, 치커리 12개, 청경채 12개, 쑥갓 2개, 덤으로 얻은 머시기 상추 8개.
그리고 오이고추 3개, 가지 3개, 대추 방울토마토 붉은 것 3개 노란 것 2개는 지지대를 꽂아 묶어놓았다.
온다던 비가 안 오길래 하루 지나서 물 적당히 뿌려주고 비바람이 지나간 후에는 비틀비틀 하는 녀석들 일으켜세워 흙 좀 돋워주고...
너무 어린 녀석들이라 바람에 뽑혀나갈세라 밤새 마음 조리며......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깻모 한 녀석만 까부라졌고 나머지 녀석들은 제 발로 선 것 같다. 이만하면 웬만한 비가 와도 버텨주겠지.
상추 앞쪽이 치커리. 뒤쪽이 쑥갓, 상추 오른쪽 앞 두 줄이 덤으로 얻은 머시기 상추, 그 뒤 두 줄이 청경채,
청경채 뒤의 한 줄은 닷새 후 장에 갔을 때 사온 바질 세 개.
어설프게 지지대에 묶인 가지와 고추모.
퇴비가 필요한 작물이라는데 미처 준비를 못해 일단 잡초 뽑은 것으로 덮어두었다. ㅋㅋ
원래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도라지를 캐서 상추밭 왼쪽으로 터를 잡아 옮겨심었다.
씨알이 굵어지려면 몇 년 걸린다니 나는 꽃이나 보게 될 듯.
어허, 멀리서 보니 제법 텃밭 모양이 나는군.
짬짬이 잡초 뽑아둔 보람이 빛을 발하는 순간, 하지만 며칠만 손놓으면 다시 잡초밭으로 돌아갈 게다.
그보다도 헤쳐가야 할 잡초밭조차 아직 갈길이 멀다.
담 가까운 쪽과 집 옆쪽은 여전히 묵정밭 상태. 하물며 잡초 쓰레기를 함부로 쌓아둔 뒷뜰은 또 어떻고......
에라 모르겠다, 나머지 빈 땅들은 심을 만한 것을 구해올 때마다 그때그때 조금씩 공략하기로 하고....
암만해도 상추밭과 마늘밭 뒤쪽은 제주 친구에게 강제로 분양해야 할까보다.
어쨌든간에 초보농사꾼의 가슴엔 때이른 보람이 벅차오른다. ㅋㅋㅋ
2차 심기(4월 12일)
다음 제주장날 허브 4종(로즈마리, 라벤다, 파인애플세이지, 바질)을 한 화분씩 사왔다.
아직도 잡초가 점령하고 있는 꽃밭 한쪽을 정리하고 뿌릴 분꽃, 패랭이꽃, 수레국화, 공작초, 뒷뜰에 뿌릴 채송화와 코스모스 씨도 잔뜩 샀다.
아직 남은 터에 심을 근대와 아욱 씨도 사고 돌담쪽에 심을 애호박과 미니단호박 씨도 좀 사고
꽃 이름을 알았는데 잊어버린, 흰 꽃잎 속에 빨간 꽃잎이 겹쳐 피는 귀여운 녀석이 모종으로 나와 있길래 세 개,
땅심을 길러줄 밑거름용 퇴비도 작은 것 두 푸대(혼자 들 수가 없어서... ㅜ.ㅜ) 샀다.
일단 밭 맨 뒤쪽에 허브 스테이지를 만들어 쪼르라니 한 줄로 데뷔시키고
요 이름 까먹은 이쁜이들은 현관 열면 바로 보이는 위치에 특별석을 만들어줬다.
이제 비가 그친다는 수요일 이후에 좋은 날을 받아 꽃씨들과 근대, 아욱 씨를 뿌리고
볕은 좋아도 돌들이 너무 많아 내버려뒀던 집 옆쪽 빈 터를 갈고 퇴비를 뿌려 나의 야심작을 준비해야지. ^^
한림장이 4, 9일이니 19일 장에 가서 고추모종 30개 정도 사다놓고 20일에 놀러오는 언니의 코치를 받아
지지대 야무지게 세우고 세 줄로 심어야지. 그 정도면 가을 김장 때 고춧가루 안 사도 되려나?
고추를 볕에 널고 있는 장면, 캬, 생각만으로 벌써 농사 다 지었다. 움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