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선흘리에서 다섯 시에 출발, 9시 반 김포에 도착, 공항 셔틀 타고 인천으로 가 새벽 1시 20분에 도하행 항공기 탑승......
도하공항에 도착한 것이 4시 40분이니 얼핏 3시간 20분의 가벼운 비행이라 오해할 수 있지만 그 속에 숨은 6시간의 주름을 펴면 9시간 20분+@이다.
심심한 영화 두 편 보고(if I stay / 라이언) 밥 두 끼 먹고 빈 옆자리를 이용한 기발한 자세로 3시간쯤 숙면하면서 그럭저럭 견뎌내니 착륙이다.
도하공항 체류시간이 2시간 반쯤 되길래 처음 와보는 도시라 잠깐이라도 밖에 나갔다올까 했더니 밖엔 아무것도 없고 시내까지는 시간 많이 걸린다네.
창밖을 내다보니 정말 막막한 평원 저쪽에 붉은 해만 덩그라니 걸려 있다.
마음 접고 e-ticket 코드를 이용, wi-fi를 얻어본다. 예전처럼 미주알고주알 긴 글을 쓰느니 기회대로 짤막한 일기를 쓰는 게 나을 것 같다.
장식을 삼가는 무슬림 전통의 영향인지 멋대가리없이 넓기만 한 공항에는 큼직한 면세점만 즐비하다.
역시 다양한 인종 구경하면서 페북이나 하는 게 좋겠다. 얼른 대선 최종 득표율부터 봐야지. ㅎㅎ
연신 생글생글 친절했던 스튜어디스 아가씨에게 국적을 물어보니 세르비아인이란다.
이스탄불행 비행기로 갈아타고는 정신없이 잤다. 제주를 떠나 이스탄불에 오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구나. (늙으니 장거리 비행이 버겁긴 하다. 앞으로 이 넓은 터키 땅 어떻게 야간버스로 누비고 다닐래?)
어마어마하게 큰 아타튀르크 공항, 그 크기에 걸맞게 입국심사 줄이 끝이 없다. 인종전시장처럼 다양한 피부색과 골상을 가진 인파 속에 동양인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터키 좋아하던 한국사람들은 다 어딜 갔을까. 입국심사 마치고 나오기까지 꼬박 한 시간이 걸렸다.
지하로 내려와 메트로 티켓을 사느라 잠시 어리버리했던 것 말고는 순조롭게...
악사라이행 메트로에 올랐다가 제이틴브르누역에서 내려 길을 건너서 몹시 붐비는 카바다쉬행 트램으로 환승, 술탄아흐멧역에서 하차한 데까지는 좋았다.
터키어 까막눈이가 영어 한 마디의 도움도 없이, 그간 갈고닦은 눈치내공 하나로 마도레스토랑 옆 북적대는 레스토랑 골목을 따라 이스티클랄 호텔 (!)을 찾아내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그 다음부터가 코미디.
말이 호텔이지 낡은 아파트였는데 올라가보니 리셉션은커녕 그냥 잠긴 남의집들 뿐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 안 한다. 길가에 나앉은 동네사람들에게 물어도 모두 모른다고 절래절레.
한참을 서성대다가 공중전화를 찾고 있는데 총각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한국에서 오신 김여사 맞냐고, 캐리어를 뺏어끌고 앞장서서 방금 내가 지나온 길을 되짚어가는데...바로 메트로역 앞이다. 그 사이에 호텔을 이전한 건가?
어떻게 내가 거기 있는 줄 알았느냐고 물으니 폰을 내미는데 원격CCTV에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찍혀 있다. 참 기막힌 세상이야. ㅋㅋㅋ
헉, 그런데 6층까지 올라간다.
리셉션만 6층이라고 해서 꾹 참고 올라가니 와~ 전망 하나는 죽이네. 보스포러스 해협과 아야소피아 등 이스탄불의 관광명소가 한눈에 들어오니 크게 나쁘진 않구나. 어차피 예약한 거 일단 묵어보지...마음먹고 있는데..
점입가경이다. 체크인을 마치고 방으로 안내할 줄 알았더니 다시 캐리어를 끌고 나가 다시 왔던 곳으로 빽! 리셉션과 식당만 거기였고 숙소는 내가 두리번거리던 그 아파트가 맞았다. 그럼 나를 왜 리셉션까지 끌고온 거니? ㅠㅠ
어쨌든 아파트 3층까지 올라와 내 방이라고 문을 열어주는데 딱 이층침대 하나 겨우 들여놓은 한 평짜리 방. 개인욕실 있는 싱글룸이라더니 방 바깥 복도 건너편에 있다. 그렇다고 그 한 층을 나 혼자 쓰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바로 옆방에 눈이 깊은 대머리 아저씨가, 그 옆방엔 털보 총각이 묵고 있다. 독신자 아파트, 그것도 도미토리나 다름없는 방을 개인욕실 딸린 싱글룸이라고 팔았던 것이냐. 싼 숙소 구해줘서 고맙긴 하다만 Agoda.com 진짜 너무하네...
어쨌든 내 눈으로 보고 선택한 거니 쫌 말이 안 되는 숙소지만 참기로 한다. 맘을 그리 먹으니 장점이 보이기 시작하네. 방에서 와이파이 팡팡 터지고 더운물 잘 나오고 시트 깨끗하고 드라이어꺼정... 비록 아침 먹으러 800미터를 걸어나가 6층까지 걸어올라가야 하지만 아침마다 운동시켜주고 2만8천원에 아침까지 주니 이렇게 좋은 숙소가 어디 또 있을라고. 방문단속만 잘하면 완벽한 내세상인걸!
왠지 낚인 듯한.... 터키의 첫 숙소. 오른쪽 앞 철문 달린 아파트 3층.
이스탄불에선 이틀만 묵을 생각이었는데 막상 와보니 암만해도 닷새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휴대폰 전기 빵빵 먹이며 여유 부리고 있다.
밖에선 아잔 소리, 갈매기 우는 소리가 요란하지만 오늘은 동네 한바퀴나 하고 일찍 쉴 생각이다.
요 맹랑한 아르메니아 출신 호텔 (!)관리인 녀석이나 좀 갈구다가...ㅋㅋㅋ
석류 두 개 오렌지 두 개가 들어간 10리라짜리 생과일 착즙 주스. 대만족!
케밥집 즐비한 동네골목
뭘 먹고 있느냐, 맛있냐고 물어보니 나더러 합석해서 같이 먹잔다. 인정 철철....ㅎㅎ
메트로... 이스탄불 관광의 가장 큰 도우미
이스탄불 카드를 사서 20리라어치 정도 충전하면 (숙소 위치가 좋다는 것을 전제로) 5일 정도는 쓸 수 있다.
술탄아흐멧 공원 입구의 랜드마크, 빌헬름 분수대.
군밤 한 봉지와 체리 한주먹으로 저녁 땡.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안 들어간다.
술탄 아흐멧 자미. 자미는 모스크를 가리키는 터키어. 이 자미는 블루모스크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막 저녁예배를 마친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기도 전 손발 씻는 곳. 규모를 보니 엄청 큰 모스크인 듯.
잘 알려진 아야소피아.
부인회 저녁모임인지? 음식을 싸와서 나눠먹고 있다.
소피아사원 옆길로 내려가니 기념품상가 거리가 나온다.
'한국말 혼자 공부하고 있어요. 시간 있으면 잠깐 나의 공부를 도와주세요'....
그래서 끌려들어간 모자이크박물관 옆 수제옷 가게.
혼자 썼다는 글씨를 봐주고 있는데 사우디에서 왔다는 손님이 몇백 리라짜리 원피스를 뚝딱 사가신다.
꽤 잘 썼네. 영어설명이 있는 한국어 문법책을 구하고 싶다고 한다. 가게에는 구창모의 '희나리'가 흐르고 있었다. ㅎㅎㅎ
어느새 불 밝힌 블루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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