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에 다 못 한 얘기. 민망해서 할까말까 하던 얘긴데 후배가 사우나 해보라고 권유한 댓글에 힘입어....ㅋㅋㅋ
어제 아침.. 관광지 아닌 오토가르역 주변을 정찰한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닐 때부터 무리하면 고질적으로 시큰거리는 오른쪽 무릎과 발목이 이상신호를 보내더니, 오후엔 발을 땅에서 못 뗄 정도로 뻣뻣해져서.. 90노인 걸음걸이로 집에 돌아오고 있던 중이었다.
엊그제부터 나만 보면 30% 세일해주겠다고 호텔 사우나 호객을 하던 녀석을 만나니 내 몸이 원하고 있던 게 바로 저거였다는 깨달음이 왔다.
싸우나만 하면 30유로, 때밀이에 거품목욕을 하면 45유로, 아로마오일 마사지까지 하면 60유로란다.
가격이고 뭐고 한 시가 급했던 나는 내용도 듣는둥 마는둥 45유로짜리를 선택, 리라로 계산하면서 10리라 더 깎아 150리라를 지불한 뒤 녀석을 따라 들어갔다.
아, 이제 누군가가 내 아픈 발목과 무릎을 실컷 주물러주겠거니....
일부러 구경삼아 들어...갈 만한 아름다운 장미정원을 지나 별채 지하로 내려가서 락커에 짐을 맡기니 어두컴컴한 복도를 가리키며 그리로 들어가라고 한다.
잠시 두리번거리는데 매니저로 보이는 아가씨가 나타나 가운과 부직포로 된 팬티를 주며 갈아입으라고 한다.
아무리 어둑한 금남구역이라지만 그냥 여기서? 로비 소파에서?(하긴 손님은 나뿐이다)
시작이 좀 이상했지만, 어쨌든 증기가 시야를 가리는 습식 사우나에 들어가니 아주 살 것 같았다.
10분 좀 지나니 이번엔 건식 사우나로 안내한다. 온도도 딱 적당한 게 회향 향기도 그윽하고 땀방울이 주렁주렁... 묵은 피로가 다 풀리는 기분이다.
다시 10분 정도 경과하니 비닐옷을 입은 아주머니가 와서 나를 목욕실로 데려간다. 뜨끈한 돌침대에 눕히고는 비눗기 있는 스펀치로 문지르기 시작하는데.....
이게 뭐야~ ‘때수건 박박, 구석구석, 맛사지도 곁들여가면서’ 하는 세신문화에 익숙한 한국사람들을 황당하게 만들고도 남는.....
‘스펀지로 슥슥, 두어 번씩 대충대충’..... 마사지는 무슨.
5분도 채 안 돼 때목욕이 끝나니 엄청 부드럽고 풍성한 거품으로 몸을 감싸준다. 이건 좀 새롭고 웃겼다.
아주 길쭉한 부직포 자루에 뭘 넣었는지 빨래를 털듯 이리저리 흔들면 부글부글 거품이 넘쳐나고 그걸 몸 위에 쏟아붓는 거다.
장미향 거품에 휩싸이니 무성의한 때목욕으로 망가졌던 기분이 조금 회복되었다.
헌데 두 번인가 물을 끼얹어주고는 목욕 끝났단다. 이렇게? 세수도 머리도 안 감았는데?
세수하는 흉내를 내니 바가지로 손에 물 부어주며 세수하란다. 비누도 안 주고... 세수 마치고도 팩은 커녕 스킨도 없다. ㅠㅠ
타월로 물기 닦아내고는 다시 방을 옮긴다. 아로마향이 은은한 마사지실이다.
누우라고 하기에 사바 아사나 자세로 늘어져 내가 원하던 마사지 시간을 흐뭇하게 기다리는데....10분 넘게 기다려도 종무소식이다.
너무 오래 쉬게 하는 거 아냐? 하면서 깜빡 잠이 들려는데.... 매니저 아가씨가 왔다. 옷 갔다놨는데 왜 안 입고 나오느냐는 거다.
엥? 마사지 안 해줘요? 하니까 당신의 프로그램에는 오일마사지가 없어요. 충분히 주무셨으면 얼른 나오세요.. 그런다.
에공, 이게 뭐냐... .돈 내고 창피를 샀네. 실은 나 혼자 상상하고 기대했던 서비스였던 건데 왜 속은 기분이 드는 걸까. ㅋㅋㅋ
난 또 때목욕에 거품마사지라고 해서 마사지를 설마 웬만큼은 해줄 줄 알았지. 돈을 얼마를 냈는데....
하지만 얘들이 한국식 때목욕을 알기나 하겠나? 얘들은 평소대로 한 것뿐이고, 하룻밤 숙박비를 상회하는 서비스 비용은 그런 서비스의 통상적인 가격일 뿐이고.... 내 발로 내가 걸어들어와놓고 부아는 무슨.... 재빠르게 마음 수습하고 쿨하게 나오는 게 상책이지.
비상식적인 숙소 선택에 이은 두 번째의 삑사리, 터키식 사우나. ㅠㅠ
약손의 치료는 받지 못했어도 돌아오는 발길이 그래도 조금은 가뿐한 것 같다. 그럼 됐지 뭐.
에휴, 노인들에게 약장사가 먹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덕분에 Sura hotel 로비랑 정원 구경은 잘했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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