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터키 2-3 : 샤프란볼루에서 만난 사람들

張萬玉 2017. 10. 5. 19:07


마을 박물관에서 만난 아이들


해 떨어지는 걸 보려고 저녁 7시 다 되어 뒷동산에 갔더니 (히틀륵 공원이라고, 이 동네 최고의 명소) 아직도 햇살이 까~뜩이다.

게다가 오늘이 무슨 고백데이나 되는지, 쫙 빼입은 청춘남녀들이 여기저기서 평소 보기 힘든 짓들을 하고 있다.

터키 미녀 사진 고만 찍겠다고 했건만 못참고 또 찍는다. ㅋㅋㅋ









알고 보니 오늘이 이 마을에 있는 대학의 졸업식이었단다.




그러다가 율리아 일행을 만났다. 오늘 헤메다 발견한 카라뷱 대학교 영문과를 몇 주 전에 졸업하고 교사 발령을 기다리는 명랑한 아가씨들이다. 얘들은 영어회화 연습을 하고 싶어했고 나는 여행하면서 꽁꽁 싸두었던 궁금증 보따리를 풀고 싶었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는 정말 재밌는 시간이었다.

여행하면서 자주 접했던 터키어 단어들, 새로 뽑은 대통령에 대한 평과 민심 동향, 터키 물가와 구직 사정, 종교 자유에 대한 이야기 등 민감하고 외국인에게 하기 어려워 보이는 주제들까지도....단순하지만 솔직하고 성의있게 얘기해줘서 고마웠다....
특히 강철공장이 있는 인근의 카라뷱 마을, 율리아의 고향 삼순, 앞으로 여행할 계획인 트라브존과 도우베야즛, 산르우르파 등 터키 도시들에 관한 얘기는 터키 사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인근에 요르크라는 인구 몇백 명의 작은 마을이 있는데, 샤프란볼루처럼 전통적인 가옥에서 전통적인 관습에 따라 살아간단다. 얼마나 전통적이냐 하면...컴퓨터 통신망은커녕 TV 중계탑 설치조차 거부하고 라디오만 듣고 산다네. 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고 했더니 거의 노인들이란다. 하긴 내게도 변화라는 게 불필요하고 불편해지는 나이가 오겠지. 그때가 되면 도태니 뭐니 하는 세상의 잣대에 대해 나도 소신있게 웃어주리라. ㅎㅎㅎ


내가 가보지 않은 마을 남쪽 계곡길에 Hidden Paradise라는 멋진 까페가 있다길래 같이 가서 저녁 먹고 율리아가 잘한다는 커피 점도 봐달라고 청하니, 아쉽게도 알바하러 갈 시간이란다. ㅠㅠ 어차피 저녁도 먹고 해야 하니 호기심천국 김여사의 발길은 당연히 '비밀의 낙원'으로 향한다. 가다 보니 인적이 드문 계곡길, 하지만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왔다. ㅎㅎㅎ

폰 사진이라 상태 매우 불량하지만 기억하기 위해 올려둠.










샤프란볼루 하맘 체험기

2박3일째 떠나던 날.

체크아웃 시간이 10시인데 예매해둔 앙카라행 버스 출발시간은 3시. 남들은 한나절 돌고 돌아간다는 손바닥 만한 마을에서 이틀밤을 잤으니 이제 남은 레파토리는 까페에서 죽치며 만만한 사람 붙들고 수다떠는 건데, 말이 안 통하니 그것도 여의치 않고.... 결국 마을 목욕탕에 갔다.

원래는 문화유산급인 시설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하는 사우나가 뭘까 호기심도 있었고, 이스탄불에서 했던 140리라짜리 럭셔리 호텔 사우나와 동네 목욕탕의 40리라짜리 사우나 비교도 해볼 겸 꼭 가볼 생각이었는데, 어제 만난 율리아에게 가봤냐고 물었더니 비위생적일 것 같아서 안 가봤다길래....그 한 마디에 가려고 했던 마음을 딱 접었었다. 헌데 시간이 남아도니 다시 미련이 발동, 에라~ 지가 더러워봐야 뭐.. 죽기나 할까....하고는 과감하게.


오! 훌륭했다. 역시 카더라통신은 믿을 게 못 된다.
드넓은 목욕장 한가운데 놓인, 뜨끈하게 데워진 오각형 대형 대리석 위에 왕비처럼 혼자 누워 땀을 쫙 뺐다.

증기탕이 아니라 완전히 구들방에서 지지는 건식 사우나다.
누워서 바라보는 돔형 천장에선 동그란 유리창 여덟 개의 장식을 통해 부드러운 자연광이 쏟아져들어오고

사방은 고요한 게 어쩌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뿐.
땀 실컷 빼고 나니 이어지는 거품목욕 맛사지. 한국식 꾹꾹이만은 못해도 호텔 맛사지보다 열 배는 낫다. 돌길 급비탈길에 지친 무릎과 발목이 다 풀렸다.
만이천 원의 행복, 훌륭하지 않습니까아아아아아악!
샤프란볼루 가시는 분들께 강추. 남탕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