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유럽

발칸4개국 5 - 크로아티아 / 자다르 & 토르기르

張萬玉 2018. 6. 18. 11:29

산악지역을 벗어나 크로아티아 서쪽 아드리아 해안가를 달린다.

첫 관광지는 자다르, 이튿날 좀더 남쪽으로 내려가 만나는 토르기르, 스플릿, 두브로브니크는 기본적으로 바다를 끼고 외적을 막기 위해 구축한 성벽과 성당을 중심으로 한 마을(까페와 기념품가게) 구경을 하는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연속으로 번갯불 콩 구워먹듯 들른 이 도시들은(특히 규모가 작은 자다르와 토르기르)는 어디가 어디였는지 헷갈릴 정도다. 그러나 눈이 시리게 푸른 바다와 감성을 자극하는 아련한 골목 등은 그 어느 곳이어도 상관없이 시간을 붙들어두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는 점은 인정. 다만 관광객이 너무 많은 거리를 피해 숨어드는 뒷골목이나 성벽 꼭대기 같은 곳에서 말이다.


 

  

작은 항구도시 자다르는 사실 5~6세기 비잔틴 시대 이래 달마시아 지방의 상업,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번창했던 도시였다.

그러나 1409년 무렵 베네치아에 팔린 이후 베네치아인들과 투르크인들에게 압박에 시달렸고 1571년에 요새화되었는데, 19세기말 성채가 부분적으로 파괴될 때까지 아드리아 해에서 가장 강한 도시였다. 이후 프랑스의 통치를 받은 1808~13년을 제외하고는 1797~1920년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으로 건물의 75%와 항구시설들이 파괴당했는데, 1944년에 해방되면서 유고슬라비아에 합병되었으며, 1991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해체에 따라 크로아티아의 영토가 되었다.

(다음 백과사전에서 발췌)


쇠락한 항구가 되어버린 자다르를 살려낸 것은 한 천재 건축가의 제안에 따라 만들어진 '태양의 인사'와 바다오르간이다.

낮에 태양열을 모아 밤이면 근사한 야경을 만들어낸다는 이 둥근 집열판은 낮에도 눈길을 끄는 랜드마크. 마땅히 밤에 야경을 봐야 그 진가를 제대로 즐길 터인데 우리는 서둘러 떠나느라고 못 보았다.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 아래 35개의 파이프를 묻어 파도가 파이프 안의 공기를 밀어내며 소리를 내게 만든 천재적 발상.

바람의 세기나 파도의 크기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계속 다른 음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진정한 바다의 오르간이다.

정말 음색이 파이프오르간을 닮아 있었다. 배가 지나가면 더 웅장하게 들린다. 

  


아직 물이 찰 텐데도 수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은 그저 일광욕.

해변에서 헝가리 아가씨를 만나 잠시 토킹. 인근 섬에서 열린 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했다가 자다르에 사는 친척 집에 와서 놀고 있단다.

어떤 종류의 춤을 추느냐고 물어보니 영상을 보여주는데 람바다보다 더 찐한 부비부비댄스더라고. ^^

 






자유시간에 미로 같은 까페 골목을 혼자 싸돌아다니다가 음료수라도 한 잔 하려는데 유로화를 받지 않아 갈증으로 타죽을 뻔.

겨우 한 곳에서 유로화를 내고 쿠나를 거슬러받았다. 1유로 = 7.5쿠나.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

유럽연합에 가입된 크로아티아가 쿠나를 쓰고 있는 걸 보면 경제사정이 아무래도?(슬로베니아가 훨씬 잘사는 것 같이 보인다. 사실 여부는 확인 요)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 투숙.

밤에 나가서 '태양의 인사'가 보여줄 야경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택시도 별로 없는 것 같고 혼자 밤길 걷기엔 길이 좀 멀고 나가보겠다는 일행도 없고....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바퀴. 호텔 바로 옆에는 보트공장이.

조금 가난해 보이는 이 도시에서 나는 왠지 포르투갈을 느낀다.


텃밭에는 풍성한 푸성귀들과 함께 올리브와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자, 오늘도 출발. 우리 버스의 미남기사 고란. 24세. 관광버스 기사인 아버지의 뒤를 따라 갓 이 직업에 뛰어든 새내기.

도브리덴, 고란~ 우발라 고란~

오늘은 자다르와 비슷한 토르기르라는 도시에 들렀다가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 스플리트(수도는 류블랴나)를 만나러 간다.


자다르에 대한 기억은 다리 두 번 건넌 것. 시장에서 무화과와 살구, 체리를 듬뿍 사서 원없이 먹은 것, 레고에 나오는 것 같은 요새 성곽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