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프리카

에티오피아 8 - 다나킬 투어 2

張萬玉 2014. 10. 14. 13:13

우리가 묵게 된 페루자네 집은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손님을 재울 만한 집.

이 집에서 단연 돋보이는 일꾼은 페루자라는 여고생이다.

그녀의 엄마는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이혼을 했고 마을버스 운전사인 새아버지와 재혼을 했다.

이복동생 둘과 좀 모자라는 외삼촌까지 여섯 식구가 함께 산다.

페루자라는 소녀에 대해서는  메켈레의 여행사 ETT로부터도 들었고 아디스아바바에서도 얼핏 소문을 들은 바 있다.

사막 마을 초입 민박집에 영어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당시) 여고생이 있는데 신혼여행 왔다가 이 집에 묵게 된 젊은 한국인 부부가 학교만 졸업하면 이곳 풍습에 따라 강제로 시집을  가게 된다는 얘기를 듣고 이 소녀의 재주를 아깝게 여겨 아디스 아바바로 돌아가는 길에 한국 대사관에 데리고 가서 소녀의 앞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일단 대학 진학을 하면 길을 찾아보겠다는 대사관측의 얘기를 듣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만 이 사건이 온 마을에 퍼지면서 동네에 한국어 공부 열풍이 불게 되었다는 것. 막상 전설의 그녀를 만나보니 과연 소문대로였다. 읽고 쓰는 것은 좀 서투르지만 듣기, 말하기, 발음, 어휘는 아주 훌륭했다. 꽃보다 남자를 열 번쯤 봤다나. ㅎㅎㅎ 장래 희망은 패션디자이너라고 했다.

(이후 4년이 지나 드디어 그녀가 한국에 왔다. 그녀를 한국대사관에 데려갔던 부부는 영화감독이었고 이들이 그녀의 라이프스토리를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 여성영화제와 배리어프리 영화제에 출품을 했는데, 이 영화제에 초청 형식으로 그녀가 왔고 이 사건이은KBS뉴스에도 소개되었다. 2018년 11월) 














. 새털같은 네 살박이 아이멘(이 동네에서 제일 바쁜 아이).






화장실에서 물 한 바께쓰 얻어 간단히나마 오랜만에 샤워하고 맥주를 마시러 나갔다가 동네 아이들에게 포위됐다.

















밤에 자는데 발치에서 비가 샌다. 빗방울이 튕겼어도 시원해서 좋더라. ㅎ

다음날 아침 동네산책. 아침은 유태인인 다니엘이 샥슈카를 만들어주었다. 

토마토 양파 마늘 바질 치즈 넊고 볶다가 마지막에 계란을 덮는다. 빵 속에 넣어 먹었다.

볼수록 다감다정한 다니엘. 블루투스 스피커로 한국 노래도 틀어주고.....

한국 음식 좋아한다면서 내가 아디스 아바바로 돌아오는 날 한국 식당에서 만나 저녁 같이 먹자고 했는데.....

내 비행기가 두 시간이나 연착하는 바람에 그만 약속을 못 지켰다. ㅠ.ㅠ









다나킬 투어 둘째날 일정은 화산 투어.

10시에 출발해서 새로운 두 팀과 합류했다.

일본인 커플의 남자아이는 안정환 닮았다. 독일-폴란드 커플, 스페인 커플, 캄보디아계 캐나다인 조나스 등등

한 시간쯤 달려 퍼미션 받는 데서 잠시 쉬며 맥주 드링킹하는데 다른팀의 기사들이 낯선 이파리를 씹으며 우리에게도 권한다. 기분 좋아진다고... ㅎㅎㅎ












다시 길을 나서 이번 투어에서 가장 악명 높은 검은 라바 길을 통과하는데 바위 위를 달리는 형국이어서 계속 엉덩방아를 찧었다.

(돌아오는 길에 겪은 고초에 비하면 이건 고생도 아니었더군)

2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도돔 캠프에서 저녁을 먹으며 해지기를 기다렸다..








스프(밀가루 풀죽)를 먹고 있는데 낙타 한 마리가 온다. 밤길이 험하다고 낙타 타겠냐고 묻길래 그러겠다고 한 건데 우리 팀에서는 나 혼자다.

쪽 팔려 후회했으나 이제와서 취소할 수도 없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다. 처음 40분은 평지라 잘 걸었으나 곧 바윗길이 나타났고 밤눈 어두운 내게는 거의 장애물 경기 수준이었다. 게다가 세 시간도 넘는 먼 길이었으니 낙타 안 탔으면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겠다.

열 살이나 좀 넘었을 만한 낙타잡이가 손전등도 없이, 때로는 대열 맨 앞에서 길잡이 노릇까지 하며 잘도 간다.

처음엔 높고 높은 낙타 등이 무서웠지만 자세 잘 잡고 즐기는 경지에 이르며 쪽팔림은 저멀리 내던져버리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캠프라고 도착했는데 아무것도 없다. 모든 바위가 살짝 경사. 그 위에 스폰지 요와 침낭을 하나씩 던져주며 잠자리를 잡으란다. 


짐을 내려놓고 크레이프로 기어내려가서 분지를 건너가니 화산이다.

오, 세상에.....

들끓는 불덩이... 열정이 아니라 분노가 느껴지는 폭발이다. 뭔가 던져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주변 바위가 뜨끈뜨근하고 가끔 용암이 솟구쳐오르면서 불꽃놀이를 펼친다. 게다가 하늘에선 가끔 마른번개도 치네!

한 시간 넘게 넋을 잃고 보다가 캠프로 돌아와 잠자리에 드는데 에구, 미끄러지는 자세로 버텨야 한다.

어쩌겠나, 네 시간 후면 아침인데 견뎌야지....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밤새 용을 쓰며 불면의 밤을 보냈다.










"Storm is comming!"

누군가 외치는 소리에 깨어나보니 새벽 4시.  아,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마치 영화 속에 있는 기분이다.

원래 해돋이를 화산에서 다시 할 줄 알았는데 비가 내릴 거라고 바로 하산이다.

다시 낙타를 타고 2/3쯤 내려오다가 해가 뜨길래 걸어가겠다고 내렸는데 아, 고달픈 내리막길...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손에 가시 박히고 엉덩이엔 멍이 들었다. 어젯밤 다른 사람들은 이 길을 걸어올라왔던 것이냐.








도돔 캠프로 돌아와 오트밀+ 벌꿀 탄 분유로 아침을 먹고 먹고 메켈레로 돌아가는 길인데...

간밤에 잠깐 내린 비로 사막 한가운데 갇혀버렸다.

지나가던 트럭에 바를 묶어 어찌어찌 빠져나온 뒤에는 진흙탕.

밀고 끌고 몸부림을 쳐서 간신히 빠져나온 뒤에는 루트를 바꾸기로 하고 엊저녁에 엉덩이로 경험한 지긋지긋한 라바로 올라갔으나

이번엔 바위에 끼어 휠에 붙은 스프링이 부러졌다고 수선해야 한단다. 그 와중에도 운전기사들은 춤을 춰가며 위기를 즐긴다.

2시간 넘게 온갖 고생을 다 경험한 끝에 겨우 도로로 들어선 우리 지프. 장하다! 놀랍다!

다나킬 투어에서는 일상으로 겪는 일이란다. 

자부티 가는 길이 보이는 군 부대 인근 마을, 그야말로 돼지우리 같은 데서 점심이라고 주는데 먹질 못했다. 곳

곳이 구정물이고 앉는 곳마다 벼룩이 기승을 부린다.

이런 최악의 생활환경에도 아이들이 산다. 신발 신고 걷기도 어려운 길을 트럭을 따라 볼펜 하나 얻으려고 맨발로 전력질주 하는 아이들....

다른 아이들에게 볼펜 얻을 기회를 뺏긴 아이의 눈에 분노가 이글거린다.













공항으로 가는 팀은 다른 길을 택해 떠나고 우리는 페루자네 동네를 거쳐 탄탄대로로 3시간 달려 메켈레 도착했다.

오는 길 내내 우리에게 익숙한 70년대 팝을 틀어주는  Awout(우리가 만날 '나가라!'고 놀렸던). 팝송을 들으며 영어공부를 한다고 한다.

아체호텔에 다시 체크인 하고 눈여겨 봐뒀던 요하네스 호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와 버섯스프, 맥주로 저녁을 먹는데 천국이 따로 없다.

처음 도착했을 때 그렇게 심란했던 메켈레가..... 이렇게 쾌적한 도시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