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프리카

에티오피아 6 - 메켈레

張萬玉 2014. 10. 14. 13:13

메켈레 터미널은 시내에서 악간 떨어진 외곽에 있었다.

50비르 주고 호텔 많은 동네에서 내리겠다고 하니 아체 호텔로 데려다준다. 교통의 중심지임을 알려주는 로타리 바로 앞이다.

몹시 낡고, 리셉션 서비스 개념 없고..... 그러나 교통이 좋고 1층에 다니킬 투어 전문여행사(ETT)도 있고 싸기도 싸고 해서 체크인을 하긴 했는데...

변기가 고장이다. 방을 옮겼으나 거기서 거기다. 모든 게 시원찮다.

특히 우리 방이 있는 5층까지 걸어올라다닐 생각을 하니 후회가 몰려오지만 뭐 하룻밤인데.


짐 내려놓고 ETT로 내려가니 마침 다음날 떠나는 일행이 있어서 바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지프 한 대당 600불.

여사장인 아베바의 영어는 놀랄 만치 유창하고 일 처리 하는 게 에티오피아에서는 드물게 보는 솜씨다.

태도도 어찌나 당당하고 세련됐는.(외국에서 유학했다고 한다.)



점심 먹으러 가는데 햇볕은 쨍쨍, 음식점은 안 보이고 겨우 하나 찾아내어 들어가보가면 영어메뉴는 없고(다른 나라에서는 영어메뉴 없어도 밥 먹는 데 지장 없었지만 음식이 낯선 나라다 보니 뭐가 나올지 몰라 긴장) 영어도 안 통하고 설상가상 잔돈푼 요구하는 여자아이들이 틈틈이 들어와 못살게 군다. 에휴...

겨우 론리플래닛에서 소개하는 Green Valley Coffe Shop을 찾아들어가 마르가레타 피자를 시켰는데

오, 고생한 보람! 에티오피아 온 이래 최고의 맛이다. 마키아또도 한 잔.


호텔로 돌아와 뻗어 있는데 길거리가 시끌벅적하다. 베란다로 나가보니 광란의 자동차쇼.

이들의 축제(특히 메켈레)는 종교적이라기보다 세속적으로 보인다. 칼라풀한 드레서도 그렇고 흰 옷은 눈에 많이 안 띈다.

음악도 찬송가가 아니라 신나는 관광버스 뮤직. 술 먹는 사람은 적은 듯하지만 남녀가 어울려 발랄하게 춤 춘다.

전통 멜로디에 서양악기 반주나 랩 추임새가 들어가는 것도 웃기고 노래/악기 반주가 주거니 받거니 추임새를 넣는 것도 재밌다.

가끔 모로코풍의 외마디가 들어가면서 흥을 돋군다. 스피커는 온 거리를 꽝꽝 뒤흔들어놓고.....낮잠 자긴 다 글렀네. ㅎㅎㅎ

결국 털고 일어나 거리 구경에 나섰다.









과일을 사려고 돌아다녀도 파는 데가 없다. 오로지 선인장 열매인 백년초밖에.....

이것도 맛들이니 그냥저냥 먹을 만하다.








영어 좀 하는 아이들이 계속 말을 걸어온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멋진 성채가 보여 올라갔다.

옛 왕족이 살던 집(Castelo Abraham)인데 지금은 국영 호텔과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구경좀 하겠다고 청하니 사유지라고 나가달라고 한다. 사진도 못 찍게 하고.... ㅠㅠ



저녁은 요하네스 호텔 식당에서 먹었는데 대박이었다.

70비르에 좀 짜긴 하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한 요리들이 엄청 나오고 고추장 비슷한 소스도 주고...양송이스프는 아주 맛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잡화점에 들러 손전등을 샀는데 40비르란다. 공산품 귀한 나라에서...... 혹시 착오?



다음날 아침, 숙박비에 식사 포함이라고 했는데 식당 아가씨가 아침 값 내라고 울상이다.

리셉션에 물어보라고 했더니 우리더러 쿠폰을 받아오든지 일단 돈 내고 먹고 쿠폰 가져와서 정산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체크인 할 때 쿠폰을 줬어야지.

어쩐지 리셉션 아가씨가 체크인 하는 와중에 향수 있으면 좀 뿌려달라며 산만하게 굴더라니. 게다가 직원도 아니고 가이드도 아닌 솔로몬이란 녀석이 온 호텔을 누비며 외국인이면 이사람 저사람 도와주겠다고 쫓아다니질 않나. ㅎㅎ

체크아웃 하고 큰 짐은 ETT 사무실에 맡기고 돌아오면 우리 숙소를 2층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는데 명심하고 옮겨주려나.


사람들이 아침부터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걸 보면 50, 60년대 우리나라 사람들을 미군들이 어떻게 보았을까 궁금해진다.

부지런하고 극성맞은 건 이곳보다 한수 위였을 것 같다. 

이 나라는 아프리카의 다른 어느나라들과 확실히 구별된다. 머리가 아주 잘 돌아가고 빠릿빠릿하고 자존심이 세다. 마치 동남아시아의 베트남 사람들처럼.

외모도 다른 아프리카인들과 차이가 있다. 일단 머리가 작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별명은 사모사(콩). 작은 머리통을 두고 붙여진 별명이란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타고난 짙은 아이라인이 화려하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하이레 셀라시에 시대에 대한 자부심과 향수로 가득 차 있다. 내전으로 고생한 탓인지 아니면 코뮤니스트들이 잘못했는지 사회주의가 이 나라를 망쳐놨다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참전으로 도와주었다는 자부심과 한국 연수생에 대한 선망이 기본 레퍼터리로 깔린다.

성장속도가 자신들 스스로도 빠르게 느낄 정도라니, 5년 아니 3년 후에라도 다시 와보면 많이 달라져 있을 것 같다. 부디 좋은 모습으로 성장해가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