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현지인의 3배가 넘는 몰타는 잠시 다녀가는 과객들 외에도 몇 개월에서 몇 년씩 상주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대표적으로는 은퇴한 영국인과 이탈리아인, 과거 식민지여서 그런지 물가가 싸서 그런지 유유자적 자신만만한 그룹이다.
이 그룹의 사촌으로 유학생 그룹이 있다. 어학연수와 유럽여행의 두 마리 토끼를 좇는 비영어권 중산층 자제들이다. 한국학생들 발에 채인다.
같은 유학생 신분이라도 입국목적 자체가 다른 또 한 그룹이 있다.
몰타 사회의 한 부분을 설명해주는 키워드라 할 만큼 비중이 큰 이 그룹의 사촌은 등록, 혹은 미등록 노동자들과 난민 그룹이다.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계인 이들에게 공부나 관광은 꿈 같은 소리.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입국 당시 지고 온 빚을 갚고 자신은 물론 고국의 식구들까지 먹여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고조섬에서 돌아오는 배에서 만난 이탈리아계 독일 이주민이라는 할망이 침 튀기며 말했다.
'유학하러 왔다면서 공부 안 하고 돈벌이만 하려는 건 아주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선진국에 공부를 하러 왔으니 전공분야를 더 공부하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을 기회가 유럽엔 많이 있는데 왜 접시만 닦으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유럽은 고급인력이 필요하지 단순노동자를 필요로하지 않는다. 유학생들의 허가받지 않은 노동은 유럽사회에도 본인 자신에게도 낭비고 손해다'
그래요? 자기도 일자리를 잡으러 독일로 갔으면서, 게다가 전문직도 아닌 서비스직에서 일하면서 무슨 충고이십니까? 결국 밥그릇 얘기 아닌가요?
내가 네팔 유학생 집에 머문다고 했더니, 영어도 잘 하는 아이들이 뭘 배우러 몰타로 유학을 갔냐던 지인의 비야냥이 자꾸 생각난다.
당신의 가정사라면 그리 쉽사리 던질 수 있나?
네팔에서 인연을 맺은 네팔유학생 아파트에 한 달간 세들어 살면서 그들의 고통과 좌절, 불안, 그 속에서 더욱 끈끈해지는 동족애를 보았다.
국가라는 담장이 눈에 띄게 무너져가는 세상에서 담장을 넘어 쳐들어오는 오늘의 유목민들, 미국의 역사도 그렇게 쓰여졌고 노령화된 일본도 이민자국가로 문을 열려고 한다. 게으른 나라 1위로 랭크된 바 있는 몰타에서 일좀 해주고 같이 좀 먹고살자는데 무슨 학문연마, 같은 소리!
모든 정치, 외교는 결국 밥그릇 뺏거나 지키거나 하는 얘기다.
우리편 이겨라,라면 차라리 솔직하기나 하지 거기에 무슨 국민성이 어떻고 사고방식이 어떻고 이런 개뼉다귀 같은 소리는 좀 안 했으면 한다.
여기서 이틀 일당이 네팔의 한달 월급. 당신이라면?
햇살 좋은 지중해의 섬이니 따뜻할 것 같지만 밤이 되면 난방 하나 없는 넓은 돌집에 덩그러니 놓인 침대는 모포 두 장으로 밤을 지내기엔 너무 춥다.
모포 한 장을 더 한다 해도 팔다리 뻣뻣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자상한 후배가 여행 떠나기 전날 밤 급공수해준 작은 전기방석이 얼마나 큰 의지가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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