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陽光燦爛的日子

자질구레한 메모(리)-1

張萬玉 2005. 4. 5. 16:51

상하이 입성.

그새 봄이 한꺼번에 쳐들어왔다.

아니, 초여름의 침공을 받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섭씨가 29도다..

 

짐을 풀어놓고 바로 컴 앞에 앉아, 며칠 지나면 잊어버리고 말 서울의 사소한 기억들을 담아둔다.

 

 

쌀쌀한 나라의 앨리스

 

1.

단독주택가에 살고 있는 친구의 차가 없어졌다.

주차해놓은 곳은 3개월 주차료를 내고 사용하는 유료주차장인데...

차가 도난당한 줄 알고 파출소에 신고하러 가려다 문득 짚이는 게 있는 듯 차량견인소에 가본다고 한다. 주차비를 지불한 기간이 3월 31일까지였던 걸 상기한 것이다.

그날은 마침 4월 1일... 그것도 이른 아침시간이었다.

역시나....

주차공간이 없어 늘 그 자리 눈독 들이던 이웃주민 신고로 출동한 견인차가 끌어간 것이었다. 

 

 

2.

한국에 들어가면 늘 머무는 친지의 집이 나의 체류기간 중 이사를 갔다.

이삿짐센터가 다 해준다니 신경쓰지 말고 나가놀아라 해서 1박2일 나가놀고 와보니

밤이 되었는데도 거실과 부엌쪽 조명이 꺼진 상태다.

사연을 들어보니 전에 살던 주인이 거실과 부엌 등이 고가제품이라 해서 떼어가버렸다는 것이다.

계약서 상에 '현 상태로 인계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부동산에서 일부 보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이제 한국도 손해 안 보고 살려면 계약서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시대가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서는 세 들어올 때 현 상태에 대해 자세히 기술해두었는지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해두지 않으면 나갈 때 엄청 손해를 보게 된다. 상식이 통하는 선에서 대강 교감을 하고 들고날고 하는 데 익숙한 한국인들은 예상치 못했던 이 사태에 거품을 물고 '지독한 중국넘들'  욕을 하기 일쑤...

하지만 유럽쪽에 살던 친구들로부터도 그런 얘긴 많이 들었다.

이제 한국도 그 대열에 끼게 된 것인가? (사실 계약이 꼼꼼해서 나쁠 건 없지만....)

 

3.

늘 보던 사람들은 그래도 좀 나은데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살금살금 나를 피곤하게 한다.

일단 내 몰골을 보고 참견을 한다. 좀 노블하게 하고 다니란다. ^^

'먹는 곳'을 물색하느라고 짜증나게 하는 친구도 있다.

가까운 데서 짜장면이나 먹자고 하면 펄쩍 뛴다.

요즘은 분위기 없는 데서 밥을 먹으면 품위가 떨어지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대접 해주고 싶어서 그러는 건 줄 알긴 하지만 친구보다 멋진 레스토랑에서의 식사가 더 중요하단 말인가. 오며 가며 시간 다 보내고 몇 마디 걸치다 헤어지려니 야속한 생각이 든다.

넌 내가 궁금하지도 않더냐? 내가 원래 '마르다'가 아니고 '마리아'인 것을 넌 몰랐단 말이더냐.

계속 '사는'(buy) 얘기에 열중하여 날 아뜩하게 만든 친구들도 있다. '내 친구' 맞나? 

어떤 동네 살더니 사람이 아주 변했다.

시대의 지성인을 자처하던 자존심 높은 내 친구는 어디로 갔단 말이더냐.

 

4.

내가 머물던 동네의 중심상가 간판들...

치열한 생존경쟁을 반영하기라도 하듯이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커졌다. 

호객용 음악소리도 경쟁적으로 커져 귀청이 떨어질 지경이다. 눈에 띄려니 별 수 있나.

하지만 그래봐야 모두가 눈에 안 띄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잘 되려고 하는 일인데 이렇게 되면 결국 모두에게 손해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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