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陽光燦爛的日子

자질구레한 메모(리)-2

張萬玉 2005. 4. 6. 17:41

숨어 있기 좋(지 않)은 방들

피씨방은 한국에 집이 없어 동가숙 서가식하는 내가 路中에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특히 머무는 집 컴퓨터 사정이 좋지 않을 때(컴퓨터 사용에서 막강한 경쟁자 <특히 청소년>의 방에 컴퓨터가 있는 경우라든지, 이번처럼 그 집 컴퓨터가 망가졌다든지<이번에는 키보드고장이라 각고의 노력을 통해--복사타법이라고 아시는지... ㅎㅎ --간신히 로그인 하여 메일 체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금단현상을 달래기 위해 짬이 나면 두리번두리번 피씨방을 찾곤 하는데...

 

커피도 마실 수 있고 담배도 피울 수 있고 다리도 쉴 수 있고 여러개로 나뉘어져 정신없는 쇼핑백 정리도 할 수 있고.... 서핑은 물론이고 시간이 넉넉하면 블로그에 글도 하나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노무 피씨방에 들어설 때의 묘한 기분은 암만해도 적응이 잘 안 된다.

 

일단 어두컴컴하다. 꼭 모텔에 드는 기분이라고나 할까(하하.. 이렇게 말하니 꼭 선수 같군)

게다가 꼬맹이들이 우글부글한 것이 맘에 걸린다. 꼭 바람난 엄마가 된 기분이다.

대낮에 고스톱 치고 있는 아자씨들은 우째 그리 많은지... 자리가 없어서 그런 아저씨들 옆자리에 앉을라치면 꼭 구정물에 발을 담그는 기분이다. 저녁장 보러 가야 할 아짐씨라니... 하면서 혹시 작업 들어올까봐... (ㅋㅋ 참, 걱정도 팔자다.) 

여기서 아는 사람들 만나면 대략 난감할 것이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데?

 

 

찜질방은 주로 직장 다니는 친구들... 중에서도 싱글인 친구들과 회포를 풀기 좋은 곳이다.

상하이에는 찜질방이 없기 때문에(최근에 하나 생겼다고는 하나 내가 사는 곳에서 너무 멀리 있고 비싸기도 꽤나 비싼 모양이어서 가보지 않았다) 몇년 전 서울에 가서 찜질방 맛을 보고는 홀딱 반한 나머지 서울 나들이에 한번쯤은 꼭 끼워넣는 관광코스가 되었다.

 

하지만 점점 찜질방 출입이 찝찝하게 느껴진다. 휴게실에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나조차도 즐기는 뒹굴뒹굴이구만.... 왜 점점 그 대열에 끼기 싫어지는지 도시당췌 알 수가 없다.

이번엔 휴게실 앞쪽에 무대를 설치해놓고 가수가 와서 라이브까지 하더라. 이만하면 업그레이드도 한참 업그레이드 아닌가 말이다. 그 가수와 함께 '사랑을 위하여'를 합창하는 소리를 들으며 더 못견디고 나와버렸다. 이 못된 심사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공항버스에 올라앉아 있는데 (시발지여서 꽤 오래 서 있었다) 70을 바라보는 노신사와 40 전후의 여인이 애타는 이별을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포옹을 하고 서 있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버스에 오르는 노신사를 따라 올라온 여인, 한동안 옆자리에 앉아 이별을 아쉬워하는 듯 손을 맞잡고 조물락조물락하다가 버스 출발 직전에 내려간다. 

이 못된 아줌마 보소... 그들의 대화에 귀를 잔뜩 기울인다.

 

"오시면 바로 전화 주세요..."

"나 없다고 바람 피지 말기야~"

.

.

 

(재혼부부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다)

 

어쨌든지간에..... 왜 나는 상상을 하는 거냐 말이다.

연애를 할만 해서 하든지, 떳떳지 못한 연애를 하든지 말든지...

평소에 他者에 대해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쪽인데 이렇게 재미나는 장면에 대해서는 상상력을 발동시키고픈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했던가.

아침부터 굶었던 터라 얼굴에 철판 깔고 공항 흡연실에 들어가

남정네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 꿀맛 같은 한 대를 빨면서 중얼중얼 볼멘 소리....

"대체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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