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전에 도착한 트루판.
이 동네는 해도 늦게 뜨는 동네라 새벽 5시면 오밤중일 터였다.
하지만 여행사와 제휴한 음식점은 불을 환히 밝히고 손님들을 기다린다.
깜짝이야...
종업원들부터 다르다. 눈썹과 속눈썹이 무성하고 눈도 깊숙하다. 중국사람들... 맞아?
잘 차린 복장과는 달리 대강 차린 한족식 아침을 먹고
버스는 바로 까오창꾸청(高昌古城)으로 출발..
트루판은 해발고도가 154미터밖에 안 되는 분지 지형(이 분지 중에서도 가장 지대가 낮은 애청호는 해발고도가 마이너스라고 한다)으로, 여름이면 50도까지 올라가는 중국 4대火爐라서 火州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 천산산맥의 녹아내린 눈으로 물이 풍부한 사막의 오아시스이기 때문에 綠州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 사막의 오아시스에 사람들은 성을 쌓고 살았으니... 그 하나가 중국 전한시대에 이란 계통 주민들이 세운 차사전국(車師前國)의 수도 교하고성이며, 또하나는 한나라가 흉노를 토벌하고 트루판을 점령한 뒤 쌓은 고창고성이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교하고성을 둘러보았고, 이번 스케줄에는 고창고성이 잡혔다. 참 운도 좋지...^^
고창고성 입구에 들어서니 이번에는 나귀가 끄는 마차가 기다리고 있다(여덟사람 정도 걸터앉게 만든 널빤지 리어카). 고성 유적이 있는 곳까지는 3킬로 정도 거리인데 도중에는 다 무너진 성벽터밖에 아무것도 없고 흙먼지가 심하니 나귀를 타야 한단다.
나귀가 달리기 시작하니 천지에 흙먼지가 일어난다.
마부가 채찍을 휘두르자 나귀마차도 제법 속력이 난다(나귀는 뛰지 않고 속보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놈의 나귀라는 넘들.. 멍청한 건지 고집이 센 건지, 일단 속도를 내겠다고 콧김을 뿜기 시작하면 대열을 지어 이동하는 마차행렬 중간에서... 앞에 뭐가 있든 말든 무조건 돌진이다. 내버려두면 앞차와 추돌할 기세로 달려든다. 뒷놈이 내 마차 꽁무니에 코를 바싹 들이대길래 콧등을 쓰다듬어보려고 손을 내밀다가 벼락같은 투레질로 거부하는 통에 놀라 마차에서 떨어질 뻔했다. ㅎㅎ
한나라 때 축조된 이 성은 남북조시대 국씨(麴氏) 왕조에 이르러 고창국의 수도가 되면서 최고의 번성기를 맞았으며, 특히 이 성에 인도에 불경을 구하러가던 현장법사가 왕의 청으로 2개월가량 머무르며 설법을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훼손이 심하여 그 넓디 넓은 땅에 흙벽만이 남아 있고 고성의 가장 깊숙한 곳에 도착해서야 건물형태를 조금 볼 수 있을 뿐이다.
여기가 현장법사가 설법했다는 강당.
인위적인 느낌이 역력한 것은... 중국정부가 복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눈도 코도 없는 여인인가 남인인가는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탈레반인가?
벽의 네 귀퉁이에 소리의 공명을 위해 설계한 공명판(연설을 할 때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도록)의 흔적과 일렬로 뚫린 촛대구멍이 아직도 남아 있다. 당시에는 설법을 할 때 왕과 귀족들만 직접 들을 수 있었고 일반 백성들은 밖에서 중간에 전달해주는 사람들을 통해 설법을 들었다고 한다. ^^
강당 바로 옆에 신전 터가 있다. 그래도 가장 많이 남아 있는 흔적이다.
이것은 또 누구인가... Mr. 탈레반?
성벽 중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부분.
고창고성에서 나오니 양쪽에 늘어선 노점들이 이제야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한다.
가계에 보탬을 하려고 종을 들고 나온 소녀들... 사진 찍자는 관광객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포즈를 잡아주고 나서 종을 강매한다. 물론 나도 하나 샀으니 이 사진값은 10원이다.
열 갈래로 땋아내린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한장 더 찍었다.
머리손질하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는데... 보통화를 모른다. 헉!
위그루족 학교에서도 중국어는 가르칠 것 같은데....
이 아가들은 사진을 찍어도 뭐 사라 소리는 안 한다.
대신 활짝 웃어주었다.
고창고성 부근에는 아스타나 고분郡이 있는데 고창국 귀족들의 시신들을 여기 묻었다고 한다. 동서 5Km, 남북 2Km 정도 되는 이 거대한 고분군에서 많은 미라들이 발굴되었는데 모두 우루무치 박물관으로 옮겨져 지금은 별로 볼 것이 없단다. 우리는 버스로 지나가면서 가이드의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한번 던지는 것으로 관람에 갈음했다.
예전에 멋진 사진을 남겼던 화염산 역시 가이드 손가락 끝만 보고 말았다.
화염산은 일사량의 변화에 따라 붉은색의 강도가 변하는데, 특히 한낮의 백열하는 태양 아래 드러나는 화염산의 모습은 그 이름값을 한다. 그래서 이곳은 지나가다가 잠시 내려 사진 한장 찍고 가는 곳인데, 이제 이곳도 돈을 받기 시작하여 입장료 안 내면 버스도 못 세우게 한단다. 마침 우리가 지나갈 때는 하늘이 흐려 그저 거무칙칙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버스를 세우자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버스는 잠시 소공탑에 들른다.
1779년 이 지역의 군주 술레이만(蘇來滿)이 지었다는 이 탑은 높이가 44미터나 되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기둥도 없이 다양한 문양의 황토벽돌만으로 쌓아올린 모습은 가히 신비스러운 아라비아 여인의 자태와 비길 만하다. 직접 보시라.
(벽돌 근접촬영)
탑의 내부는 모스크로 꾸며져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이곳에서 예배를 드린단다.
다음 여정인 카레즈를 향해 달리던 버스는 고객들의 성화에 못이겨 포도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트루판의 포도가 익었네'라는 노래가 있을 정도로 트루판은 포도생산으로 유명한 도시다. 하지만 포도는 8월이 지나야 수확을 하기 때문에 포도구는 우리 스케줄에 들어가 있지 않다. 가이드도 말린다. 지금 가봐야 포도 구경도 못하고 입장료(패키지에 불포함)도 너무 비싸다고.... 하지만 트루판에 와서 포도구를 안 가볼 수 없다고 사람들이 하도 조르니 할수없이 포도구로 데리고 간 것이다.
좁쌀만한 열매가 매달린 게 보이시나요?
포도 종류는 자그마치 100여종이 넘는다고 한다. 저 포도는 약용으로 가격이 다른 포도의 10배도 넘는다. 이름이 뭐라더라...
포도구는 말 그대로 포도나무 천지. 하지만 장식용이기 때문에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를 따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포도구는 여름이 와야 관광성수기를 맞는다.
손님이 없어 호객행위조차 포기하고 있는 투계장 아저씨들.
포도구 안에는 이 지역 유지 아반티가 살았던 집이 있다.
표지판이 꽤나 애교있다.
아반티의 집 병 장식...
비수기인 포도구에서는 건포도조차 안 판다.
생포도 안되면 건포도라도 사고 싶은 사람들을 가이드가 포도구 옆 한 농가로 안내한다.
들이닥친 손님을 보고 반색을 하는 삼남매... 일단 건포도와 수박을 한접씨씩 내놓더니 잘 차려입은 무희를 내보내 한바탕
화려한 공연을 펼친다.
이어 손님들 손을 잡아끌어 함께 춤추자고 권하더니....
신이 나서 건포도를 팔기 시작한다.
여덟가지 종류의 건포도가 진열되어 있는데 진을 안 찍었다. 아까비...
나는 껍질이 얇은 연록색 말젖포도(그렇게 생겼다. ^^)와 자줏빛 장미포도를 열 근이나 샀다.
돌아가서 동네에 뿌리려고....
이 집 오늘 대박 났다.
한보따리씩 챙겨가지고 나오는 관광객들을 그 옆집 소년이 시무룩하게 쳐다보고 있다.
(우쒸... 우리집 포도가 더 맛있고 더 싼데...)
자, 이것은 무엇일까요?
네... 맞추셨습니다.
바로 '뽕' 임다... 임도 보고 뽕도 따고... 하는 그 뽕.
이곳이 실크로드잖아요.
아이들이 조그만 플라스틱 바구니에 가득 들고 나와 팔더군요.
노르끄레 한 것은 안 익은 것이고 자줏빛은 익은 것입니다. '오디'라고도 하던가... 근데 이 동네는 안 익은 걸 먹더군요. 들큰한 게 먹을만 하더군요.
'여행일기 > 중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실크로드8 - 하늘호수 풍경 (0) | 2005.05.12 |
---|---|
다시 실크로드7 - 불타는 야시장 (0) | 2005.05.12 |
다시 실크로드5 - 다시 가본 막고굴 (0) | 2005.05.12 |
다시 실크로드4-모래는 언제 흐느껴우나 (0) | 2005.05.11 |
다시 실크로드3-사막...古城 (0) | 2005.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