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여행의 베스트 5를 꼽으라면 단연 '밍사산(鳴沙山)의 일몰'도 꼽을 정도로 밍사산의 일몰풍경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서쪽하늘을 불태우던 석양이 서서히 떨어지고 난 뒤 찾아오는 적막감... 외계에 홀로 떨어진 듯한 그 느낌... 요즘말로 정말 '죽인다.'
이번엔 밍사산이 오전 스케줄로 잡혀 있어 너무 아쉬웠다. 에라, 못먹는 감 찔러나 보자 하고...
가이드에게 멋진 일몰을 못 보니 대신 두 시간 일찍 출발해서 일출을 보자고 했다.
안 되면 우리 먼저 따로 갈 테니 점심 먹을 식당을 알려달라고...
그 얘길 들은 몇 사람이 합류하더니 금세 버스 안이 시끌시끌해졌다.
"우리도 일찍 가겠다", "내도...", "내도..."
결국 새벽 다섯시 반에 모두 같이 떠나며 아침식사는 호텔쪽에 얘기해서 싸가지고 가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가이드에게 쩜 미안했지만... 우리도 큰 대가를 치르며 어렵게 온 걸음이니....
새벽 다섯시 반, 동도 안 튼 깜깜한 (여기는 서쪽이라 해가 늦게 뜬다) 새벽인데 자정이 다 되어 해산한 생각을 하면 참으로 기특하게스리... 한 사람 안 빠지고 정시에 모였다.
자, 그럼 출발해볼까.
낙타부대는 도대체 몇 시에 출근한 건가... 아침들은 먹였나?
지난번에는 아들만 태웠는데 이번에는 단체로 움직이려니 안탈 재간이 없다. 낙타가 앉은 상태에서 쌍봉 사이에 올라앉으니 낙타가 '으쌰!' 하고 일어난다.
으악, 엄청 높다. 오매매, 나 떨어져욧!!
안장에 붙인 손잡이를 진땀이 나도록 그러쥐는 순간 '괜히 탔다'는 후회가 엄습했으나 때는 늦고... 낙타는 목에 붙은 요령을 절그렁절그렁 울리며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사진 속에서 보았던 사막의 大商들처럼 낙타는 줄을 지어 움직인다. 흔들흔들...
낙타 걷는 리듬에 익숙해지자 일단 몸을 반만 돌려 사막에 비친 그림자를 찍어본다.
지금 일출중이다.
좀더 대담하게 몸을 틀어 뒤쪽 행렬을 살펴본다. 흠~ 멋지군..
중간능선까지 왔다. 저절로 형성된 저 놀라온 곡선들...
바람이 불어 큰 모래가 날려도 또 다른 모래가 날아와 산의 모양은 크게 변함이 없단다.
밍사산(鳴沙山)은 모래가 우는 산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건조한 날씨와 뜨거운 햇볕 아래서 충분히 달아오른 석영질 입자의 고운 모래는 가벼운 바람을 맞으면 마치 흐느끼는 듯한 마찰음을 내는데, 예로부터 사람들이 '사막에 악령이 산다'고 두려워했던 이유가 바로 이 모래 우는 소리와 신기루 현상 때문이었다고 한다.
(얘기가 흥미진진하면 뭐하나.. 그날은 바람이 불지 않아 그랬는지 모래산은 미소만 지었다)
이건 또 뭐냐... 이름하여 모래썰매터다.
이런 명승지에서 돈을 벌지 못하면 중국사람 아니쥐.
보통 산 같으면 5분내에 뛰어올라갈 수 있는 높이인지만 한두 발 떼기도 힘겨운 모래산이 되다 보니 한번 올라가기 엄청 '데다'
산꼭대기를 향해 그어져 있는 저 두 줄은 자세히 보면 송판을 잘라 만든 계단인데 그걸 밟고 올라가면 훨씬 수월하다. 그러나 아무나 그 계단으로 올라가지는 못한다. 모래썰매 표를 사야 한다.
모래썰매는 내려올 때 이용한다. 그러나 자세를 잘못 잡으면 모래 속에 처박힐 수도 있다. ^^
여기서 하는 장사항목은 낙타와 모래썰매 외에도
모래산을 모터사이클 타고 질주하기, 산정상에서 패러글라이딩, 경비행기 등등..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
이른아침의 청신한 느낌을 담지 못해 유감이다.
남편은 모래썰매로 후다닥 내려와버린 게 아쉬워 다시 모래산을 걸어걸어 올라간다.
산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새까만 점으로 보이지만 아마 지금쯤 얼굴이 벌겋게 달았을 것이다.
관절이 좋지 않은 나는 하릴없이 사막 속에 살아남은 기특한 나무 사진이나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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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매우 일찍 시작했지만 패키지 여행은 여전히 바쁘다.
보통은 아침식사 후 짐을 모두 꾸려가지고 길을 떠나지만, 모래밭에서 뒹굴고 나면 머리카락, 신발속, 콧구멍, 귓구멍, 호주머니까지 모래가 차기 때문에 호텔에 들려 이 난장판을 수습하고 12시에 check out 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각 10시 반...
그런데 버스는 호텔로 직접 안 가고 雷音寺라는 절 앞에 멈춘다. 관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실은 '그날의 장사' 항목이었다.(중국여행사의 경우 의무쇼핑을 하루에 한 군데씩 해야 한다. 계약서에 그렇게 명시해두었다.)
아미산에 있는 불교대학 4학년이라는 아가씨가 절의 내력과 불상들에 관해 설명을 한다.
대강 아는 얘기라 건성 듣는데 갑자기 귀가 번쩍한다.
신라고승 김교각이 지장보살이라는 거다. 그런가?
병든 어머니를 위해 자기 눈을 빼고 팔과 다리를 삶아 보시했기 때문에 지장보살상은 눈을 반만 뜨고 있고 팔 한쪽과 다리 한쪽이 없는 거란다.
예전에 구화산에 갔을 때 본 김교각 스님의 불상은 등신불이었는데... 옆에 신라에서 데리고 온 개가 앉아 있는... (아이고 궁금해라... 나의 선생님 지식in에게 물어봐야겠다)
또한번 귀가 번쩍 뜨였던 대목은 '건강이나 재물을 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혜를 깨닫는 마음을 달라고 비는 것...'이라는 말쌈이었는데... 엣, 잠깐의 감동도 잠시... 이 학생의 감명깊은 해설은 향 사서 피우라는 대목에서 완전히 '깬다'
그런데 그놈의 향... 참으로 대단하더라.
30센티짜리 붉은 향, 팔굵기 정도 되는 90센티짜리 자색 향...
더 놀라운 270센티짜리 초대형 향... 굵기가 사람 넓적다리 만한데 용의 무늬가 대단히 정교하게 새겨져 있고 붉은 리본이 묶여 있다. (한 개에 물경 인민폐 300원이다.)
그 향들을 사르면 재물이 생긴다나 무병장수한다나....
한술 더 뜬다. 그 향을 사르고 난 뒤 리본들을 집안 어디어디에 묶어두면 뭐가 어떻게 된다나...
(우리 일행중에서도 서너명은 그 향을 피우고 오느라고 뒤늦게 집합했다.)
윗사진은 이 동네 명물인 당나귀 수육, 아랫사진은 짜장면이라고 했다.
우리 짜장면과는 맛이 다르지만 나름대로 먹을 만했던......
서둘러 점심을 먹고 버스는 뚠황시에서 37킬로미터 떨어진 모까오쿠(莫高窟)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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