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천지에 할애된 시간이 딱 세시간 밖에 안 된다는 사실 때문에 일행 중 몇명이 거세게 항의한 끝에 출발시간을 한 시간 앞당겼다. 그래봐야 8시다. 이곳 시각으로는 6시... 가이드 말에 따르면 공원도 문을 안 여는 시각이라 한다. ^^
호탄 가는 고속도로에 오른다. 창밖에는 돌을 던지면 '쨍'소리를 내며 깨질 것 같은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더할 수 없이 좋은 날씨다.
파란 하늘만큼이나 쾌활한 가이드의 우루무치 소개가 시작된다.
'우루무치'는 몽고말로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뜻.
면적 160만 제곱킬로미터, 인구 약 1700만 명의 성급(省級) 자치구의 州都이다.
예로부터 실크로드 북로의 중심이자 (한족의) 군사요충지였던 우루무치는 석유, 철, 망간 등 풍부한 광물자원이 매장되어 있어 중국정부가 들어선 이래 중공업의 중심도시로 육성되어왔다.
한족 이주정책에 따라 수많은 한족들이 불원천리 이역만리로 이주하여 지금은 우루무치 인구의 60%를 점하고 있으나, 15개의 국경과 접하고 있는 지역답게 여전히 10개가 넘는 소수민족들의 문화(특히 소수민족 가운데 2/3를 점하는 위그루족의 문화)가 엄연히 공존하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문화는, 톈산(天山), 쿤룬(崑崙)·, 알타이(阿爾金), 카라코람 등 대산맥과 초원이 펼쳐보이는 대자연과 함께 우루무치 관광의 또하나의 귀중한 자원이 되고 있다.
이 지역의 주요 농산물은 밀과 면화인데, 특히 면화는 중국인민들을 입혀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띠고 있기 때문에, 면화를 딸 때가 되면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한 달간 농가에 투입되어 먹고 자며 일손을 돕는다고 한다.
가이드도 학창시절에 매년 면화를 따러 나갔는데, 하루 책임량이 30kg, 꽉꽉 눌러 세 푸대나 되는 이 책임량을 채우기 위해 얼마나 고달프게 일을 했던지 밤에 자려고 눈을 감으면 눈앞에 면화송이가 둥둥 떠다녔단다.
이윽고 버스는 삼림으로 들어선다. 천지로 향하는 길 양쪽으로 침엽수가 빽백하다.
造林을 한 게 아닌데도 해가 드는 방향에 따라 침엽수와 이끼의 서식지역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천지 입구에 있는 케이블카. 5년전에 왔을 때 막 준공을 마쳤는데 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공중에 걸려 있던 것들이 지금은 부지런히 손님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여기도 마부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손님들이 도착하지 않은 한가한 시간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포카판이 벌어졌다. 순찰중인 공안도 끼어들어 참견중...
산이 높고(해발 5445미터) 가파르기 때문에 천지 주변 산봉우리에 오르려면 대개 말을 타는데(눈앞에 빤히 보이는 보고타봉이지만 그 아래까지 갔다 돌아오는데 8시간은 걸린다고 한다), 이곳 마부들은 바가지 씌우기로 악명이 높기 때문에 아예 마음먹고 하루걸이 승마등산을 계획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호객에 응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유람선 선착장 부근 산자락...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시간이 많지 않은 우리는 그저 호수변에서나 유람선이나 타지 뭐....
설산을 땡겨서 찍어봤다.
천산은 6894개의 氷川(눈이 녹아 내리는 물줄기)을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천지를 이렇게밖에 못찍나...
아쉬울 뿐이다.
호수 건너편에 보이는 西王母 사당.
서왕모는 중국 고대의 설화에 나오는 선녀로, 이 일대에 2년 동안 비가 오지 않아 굶어죽게 된 인간들을
위해 몇날며칠을 울어주었는데 그 눈물이 천지가 되었다고 한다. ^^
5년 전에 왔을 때는 길이 없어서 네 발로 기다시피 지나갔던 곳에 오롯한 산책길이 생겼다.
이 길로 계속 들어가면 '론리플래닛'에도 소개되고 있는 '라시트'라는 유목민의 파오가 나온다.
예전처럼 하룻밤 묵지는 못해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남들 유람선 탈 때 부지런히 숲속길을 재촉했지만... 너무 시간이 걸려 중도에서 돌아오고 말았다.
카자크족들의 파오는 모두 산속으로 들어간 것 같다. 별장급으로 치장한 몇 군데 빼고...
너무 짧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산 중턱으로 내려오니 딱 점심시간이다.
'낭'을 굽는 아저씨가 직접 춤까지 추어가며 출출한 손님들을 유혹한다.
거부할 수 없는 밀 향기....
점심은 식당에 가서 먹어야 하는데 못참고 그만 하나 사서 한입 두입 먹다 보니 물도 없이 그 마른 빵을 반도 넘게 먹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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