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잘 있지?
요즘은 낮 기온이 30도를 안 넘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주어 에어컨 안 켜고 지낼 수 있다.
다음 주면 이삿짐이 도착한다니 캠핑 온 것처럼 어설픈 생활도 곧 안정되길 기대해본다. 날씨도 시원해질 거고 자전거도 하나 살 테니 나도 곧 중국여자들처럼 씩씩하게 돌아다닐 수 있겠지..
요즘은 계속 쇼핑만 다녔다. 에어컨과 세탁기(LG 카오스세탁기 6Kg짜리 3,200원 즉 32만 원 -- 중국엔 5kg짜리면 아주 큰 것이기 때문에 간신히 찾아냈다), TV(삼성 96년도 중국산 25인치 3,700원), VCD(세 장 들어가고 가라오케까지 되는 것 2,000원), 침대 2개, 거실용 탁자, 안방에서 쓸 화장대 겸 책상...
커텐도 해야 하는데 싼 것은 촌스럽고 웬만큼 맘에 드는 건 비싸고, 천을 사서 주문해야 하는데 말이 잘 안 되니 맘에 맞게 하기는 틀린 것 같다.
배달은 일주일이나 걸리기 때문에 일단 VCD만 들고 와서 밤마다 한 편씩 때리고 있다.
주로 액션이다. 우리 직원에게 빌린 게 모두 액션이라 지겨워 미칠 지경이지만 그래도 '매디슨 카운티' 같이 대사가 이끌어가는 영화는 듣기에 문제가 있기 땜에 감상할 수가 없지..
가라오케 VCD도 하나 샀는데 영어로 된 게 한 장 있어서 샀더니 Happy Birthday to You부터 시작해서 Sad movies, Red River Valley.... 다행히 Torn Between Two Lovers, Riverside of Babylon도 있더라...히히.
이왕 쇼핑 쪽으로 온 김에 오늘은 그쪽으로 가볼까?
이곳은 스테인레스가 무지 비싸다. 구하기도 어렵고. 플라스틱과 도자기 제품은 싼데 질이 떨어진다.
의류도 마찬가지. 남경로까지 안 가도 버스로 20분쯤 걸리는 곳에 쉬쟈휘라는 밝은 동네가 있는데 여기도 대형백화점이 대여섯 개 몰려 있어 가구 사러 다니면서 구경 실컷 했다.
카메라도 니콘이니 캐논이니 굉장히 많은데 한국보다 싼 것 같아. 너 오면 뭐가 좋은지 물어보고 사려고 벼르고 있다. 보석과 기념품류는 고급스러운 게 많은데 물가가 싸다 해도 고가품들은 역시 비싸더군. 그저 아이쇼핑만....
과일과 야채는 무지하게 싸다. 요즘은 복숭아를 코에서 단내가 나도록 먹고 있다. 아마 한국에선 천 원에 두 개쯤 할 만한 복숭아가 여기서는 열두개쯤 된다.
며칠 전엔 메기 매운탕을 해먹었는데 펄펄 뛰는 놈 두 마리에 12원 줬지.
이제는 비틀어진 오이, 벌레먹은 가지, 게다가 정체모를 야채까지 그럭저럭 낯이 익어 처음엔 가기 싫었던 재래시장이 이제 정다운 아침산책 코스로 자리잡았단다.
요건 우리동네 시장이 아니고 좀 큰
농수산물 도매시장입니다. 웬 생강이 저리 많노..
다섯시쯤(한국시간으로는 여섯시지만) 바깥이 시끌시끌해 잠이 깨는 그때가 재래시장에 물건이 가장 풍성할 때야. 산보 겸 시장에 나가 그날 먹을 것도 사고 여기저기 쿵후 하는 노인들이나 좌판에 앉아 만두나 국수 한 그릇으로 아침을 때우는 사람들, 자전거 양쪽에 복숭아가 가득 든 대바구니를 매달고 나와 좌판을 벌리는 귀여운 소년들을 구경하지.
여기는 노인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비록 행색은 초라하지만 나름대로 경제력이 있어서 (노후 연금이 나오니까) 자신있게 살아가는 것 같애. 젊은이들과도 잘 어울리고 낮엔 신발 깁는다는 간판 하나, 머리깎는 가위와 의자 하나 내놓고 앉아 종일 노닥거리면서 실질적인 동네주인 노릇을 하지.
밥 해야 한다. 오늘은 이만..
'그 시절에(~2011) > 上海通信(舊)'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시절의편지5 - 귀뚜라미로 대박을! (0) | 2005.06.20 |
---|---|
그시절의 편지4 - 황산 아줌마 (0) | 2005.06.20 |
그시절의편지2 - 중국 친구의 초대 (0) | 2005.06.20 |
그시절의 편지1 - 상해 이주 사흘째 (0) | 2005.06.20 |
세상에 이런 일이!! (0) | 2005.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