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우리 회사 루핑 주임의 결혼식이 있었다.
장소는 우리회사 단골인 恒隆이라는
음식점 2층 .
중앙에 큰 케익과 샴페인 잔이 차려지고 홍등이 걸렸다.
여기는 다른 결혼식이 열리고 있는 같은
음식점 1층...
오늘 혼례에는 신랑의 고향이 먼 관계로(사천) 소주 사는 신부 부모님과 상해에서 일하는 신랑 누나 둘만 참석했다. 그리고 신부 직장 동료들과 신랑의 직장 동료들... 10인석 테이블을 다섯 개 빌렸으니 참석인원 50여명의 조촐한 잔치다.
사회는 돈 주고 부른 직업 엠씨가 맡았고 신랑 회사 총경리와 신부 회사 총경리가 證婚人이 되었다. 증혼인은 주례라기보다는 하객을 대표하여 축사를 해주는 사람인데 내용은 주례사와 같은 것이다(발음이 좋지 않은 신랑 회사의 총경리는 회사직원이 써준 주례사에 끊어읽기와 성조를 표시해가며 세 번이나 읽기 연습을 한 결과 아주 유창한 주례사를 할 수 있었다).
사천에서 대학을 나온 뒤 맨손으로 상해주민으로서의 삶을 일구어낸 이
친구들은 안 쓰고 열심히 번 결과 15평 남짓한 집도 한 채 장만한 상태다.
만난 지 5년, 같이 살림한 지 3년, 혼인신고한 지 1년만에 올리는 결혼식인데, 웨딩사진은 회사에서 보너스 탄 돈을 꾸준히 모아두었다가 두 달 전에 이미 찍었다고 한다(여기서도 웨딩사진은 무지무지하게 중시함). 예식 비용과 회사 전체에 뿌린 초콜릿 값은 아마 紅包(부조금)로 충당했을 것이고.... 신혼여행은 내년쯤에 간다고 하고...
이렇게 무리없이 순조로운 이 결혼식의 주인공 노평 선생과 장국금 소저는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고 연신 솰라쏼라 유쾌한 소리로 떠들어댄다(신부 목소리가 더 크다). 정말 행복해보인다.
중국에 와서 결혼식에 참여하기는 이번이 네 번째인데, 유감스럽게도
아직 전통혼례에 가볼 기회가 없었다. 상해에서는 거의 서양식으로 하니 우리나라 결혼식과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모든 절차가 아주 隨便(편안)한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예를 들면 오늘 같은 경우
1) 신랑신부가 입장하는데 음악이 없다든지
2)
옷차림에 거의 격식을 갖추지 않는 것까지는 좋은데 증혼인이 빨간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었다든지 장인장모가 집에서 입던 것 같은 차림에 맨발로
슬립퍼형 신발을 신었다든지...
3) 회사에 초청장을 돌릴 때 민망한 빛 없이 선별적으로 돌리고 사전에 출석체크를 확실히 한다든지...
(물론 식장이 음식점이니 자리수에 따라 지불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장인 장모님의 커팅 케익... 신랑신부가
양보했다. 노년의 신혼을 선물하기 위해서인가? ㅎㅎ
피로연 때는 신랑신부가 테이블을 돌며 술을 따라주고 받아 마시는데 신랑 대신 친구가
따라다니며 대신 마셔준다(伴郞 : 들러리). 또 신부가 담뱃불을 붙여주는데 하객이 짖궂게 구느라고 담배를 빨아들이는 게 아니라 불어내기 때문에
아주 굵은 성냥을 구해 세 개를 한번에 그어대는 것이 재미있다.
이번 결혼식을 즈음하여 알게 된 한 가지.
홍빠오(부조금을
담은 붉은 봉투)를 줄 때는 200원, 400원, 600원 이런 식으로 한다고 한다. 중국인이 四자를 꺼리므로(死자와 발음이 같다고 해서)
200원은 적고 600원은 많으니 400원을 하고 싶을 땐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398원을 하든지 408원을 한다고
한다.
격식이라는 것이 어차피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인데 이 격식 때문에 행복해야 할 결혼이 눈물로 얼룩지고 가족간의 불화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이 본다. 조금 초라하다 해도 이처럼 솔직한 결혼식이 더 결혼의 당사자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겠나..
20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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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트랙
그동안 참석했던 결혼식들... (장주임 결혼식과 서기사, 그리고 천사장 딸네미 결혼식이 빠졌군)
2004. 01 태주
시골마을에서 있었던 친구의 사돈의 팔촌의... 누군지도 모르는 결혼식.
시골식 결혼 구경하겠다고 염치불고 낑겨본.... 몸띠가 인상적이죠?
신부 몸에 두른 띠.... 한마음으로 남편을 섬기겠다...ㅎㅎ
2000. 05 한국학교에서 같이 근무하던 중국어 선생님의 결혼식...
상해 근교 시골마을에서 했는데 내가 본 중 가장 隨便한 결혼식이었다.
보라, 신랑입장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어중간하게 길을 막고 설겆이를 멈추지 않는다.
신부도 식을 진행한 뒤에는 귀찮다고 드레스 벗어던지고 면사포만 쓴 채로 손님접대.... ㅎㅎ
저래뵈도 남편은 유망한 외국계 기업의 장래가 촉망되는 사원이요 부인은 초등학교 교사다.
역시 한국학교에서 같이 근무하던 영어교사의 결혼식.
이태리계 미국인이라 성당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시내 대형피자집을 빌려 피로연을 했다.
부인은 중국인인데 우리나라 탤런트 김청을 닮은 엄청난 미인이다(직업모델).
지하철에서 통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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