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上海通信(舊)

중국식 고품격 사기

張萬玉 2005. 6. 22. 09:55
아침에 기묘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홍커우구에서 낡은집들을 철거하고 있는 철거업자인데 어제 땅을 파다가 한국돈으로 추정되는 이상한 화폐들을 한 뭉치 발견했다는 것이다. 돈뿐 아니라 중요한 문서나 책으로 보이는 것들도 파냈는데 나더러 진짜인지 봐달라고 한다.

어떻게 우리 회사를 알았느냐고 하니 몇 다리 걸쳐 우리를 알고 있는 陳모 소저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陳모씨가 어디 한둘인가... 처음엔 하도 얘기를 구체적으로 하길래 귀가 솔깃했는데, 얘기가 길어질수록 조금 미심쩍은 구석이 느껴졌다.


"우리는 모택동 주석의 고향인 호북성에서 온 민공들인데 배운 것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라든지...(말투는 사투리끼가 전혀 안 느껴지고 말솜씨도 아주 유창한데)...

"아주 귀한 물건인 듯하니 많은 사람들이 알지 않았으면 좋겠다"느니...

휴대폰 번호를 물어보니 한참 머뭇거리다 가르쳐주면서 "금방 산 것이라 번호가 익숙하지 않다"는 묻지도 않은 해설까지하는 것도 그렇고....


사기일 가능성이 60% 정도 된다고 보고,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사건에 말려들기가 어디 쉽겠나...., 한번 보자고 할 뻔 했는데 남편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길래 그냥 한국 영사관 전화번호만 가르쳐주고 말았다.

에고, 아쉬워라. 진짜라도 좋고 가짜라도 좋고... 이런 사건은 무조건 취재해야 하는 건데.


언젠가 손석복 著 "중국 가서 망하는 법"이라는 책에서도 이 비슷한 얘기를 본 것 같다.

안휘성인가 호북성인가 어느 깊은 산중 동굴 속에 홍군이 숨겨놓은 1930년 발행 미국 달러가 발견되었는데 이 돈을 환전해줄 사람을 찾는 삐끼에게 걸리면 돈벼락을 맞는다는 것이다.

이 입소문으로 인해 1990년대 초반에 눈먼돈을 주으러 호북성인가 안휘성으로 엄청난 (한국)사람들이 몰려갔다는 것 아닌가.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땅을 파서 무언가 값진 것을 발견했는데 어쩌구... 하는 수법은 중국대륙 아니면 나오기 힘든 발상이다. 일하면서도 내내 실소를 금치 못했다.

 

2004.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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