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上海通信(舊)

중국인의 부업

張萬玉 2005. 6. 24. 09:30

중국어로 부업을 나타내는 말 중 下海라는 표현이 있다.
주로 직장 가진 사람의 side job을 말하는 것인데, 업무상의 전문성을 이용하여 업무시간 혹은 퇴근 후에 돈벌이를 하는 경우라든지, 사회적 품위와 상관없이 기회를 타서 돈 되는 일에 덤벼드는 경우, 그 어느 것도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대학교수나 공무원, 혹은 현직 회사간부가 별도로 자기 회사를 운영하거나 다른 회사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인데, 지탄의 대상이기는커녕 대단한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다.


오늘은 좀 후줄근한.... 중국 특유의 부업 쪽을 돌아보겠다.
일단 유통과정에서 창출되는 부업 쪽을 보면...

춘절에는 폭죽과 對連(입구에 양쪽으로 늘어뜨리는 축문) 장사가 성업이다.상점에도 있지만 더 싼 가격으로 떼어다가 길거리에 늘어놓고 판다.

국경절, 노동절 춘절 등의 연휴 한 달 전부터는 기차표, 비행기표를 대량구매했다가 두 세 배 붙여파는 암표장사가 극성이다.

암표장사는 축구장, 콘서트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들을 사람들은 黃牛라고 부른다. 이렇게 부르는 데는 분명히 무슨 스토리가 있을 것인데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추석이 들어있는 달이면 월병표 장사가 짭짤하다고 한다.
원래 추석이 되면 회사에서 월병을 대량구입하여 거래처에도 돌리고 직원들에게도 주는데 요즘은 현물이 아니라 모두 월병구입권으로 대신하기 때문에 이것을 파는 사람과, 인사차 월병을 돌리기는 해야겠는데 비용을 줄이고자 이것을 구입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월병을 먹기 위해서 자기 돈 주고 구입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이와 유사한 상행위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 판매하는 것이 있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백화점에서 300원어치 구매 고객들에게 발행하는 15원짜리 보너스 쿠폰을 사들이기 위해 백화점에서 하루종일 죽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더 주고 살 텐데 그걸로 무슨 돈을 만드는지 매우 궁금할 뿐이다.

다음은 서비스업종(?)의 부업을 살펴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자격 가이드 혹은 호객꾼이다. 중국관광을 와본 사람들은 관광지에서 끈질기게 달려붙는 호객꾼의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시골에서는 아줌마나 아이들이 주로 이 일을 하지만 도시에서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주말을 이용하여 돈벌이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 예쁘고 영어도 잘하는 아가씨들이 가이드를 자청하며 말을 걸어오는 경우 단순한 호의로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할 일이다.

대도시 특유의 또다른 가이드.....
외지에서 들어오는 입구, 혹은 자동차전용도로 입구 등에 아침부터 帶路라고 쓴 종이쪽지를 들고 나와 서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처음에는 히치하이킹 하는 사람들인 줄 알았더니 그 사람들에게 돈을 준단다. 
엥? 왜 돈을 주느냐고 했더니 상하이의 길이 하도 자주 변하고 워낙 복잡해서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이 사람들을 태워가지고 다니면서 길을 찾는다나... 3년 전에는 10원 정도 요구했었는데 지금은 얼마를 받는지 모르겠다. 하루에 몇 건이나 할까.. 궁금하다.

 

비슷한 업종으로 광고지 뿌리기가 있다.
뿌리는 사람들은 주로 외지에서 온 청소년과 아줌마들인데, 엄마를 따라 나온 댓살 먹은 아이들까지 함께 돌리는 장면도 가끔 볼 수 있다. 뿌리는 곳에 따라 달라지는 광고지 종류를 보면, 관광지 근처에서는 항공권 예매처 광고, 백화점 근처에서는 마사지샵 광고, 전철역 근처에서는 아파트 판매나 월세 광고가 주류를 이룬다.

유명 관광도시라면 대부분 벼룩시장 아르바이트가 존재한다.
주말에 항주 시내 현무문 부근 벼룩시장(이름은 잊었다)에 가보면 친구들과 좌판을 벌이고 있는 젊은 직장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일주일에 한두번 나와서 하는 장사인데도 직장에서 받는 월급 못지않게 짭짤하다고 한다.

회사 차를 끌고 나가서 업무중에 자가용영업 하는 기사들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듯하다. 노무관리 수준이 높아진 때문이겠지.

각종 도박도 파트타임 돈벌이로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돈벌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매우 광범하다고 할 수 있다.
재미로 푼돈 걸고 조금 노는 정도가 아니라 밤새워 마작을 하고 이튿날 회사 와서 헤매는 날이 한 달의 절반 정도 된다면... 혹은 한달 월급을 다 날리거나 딸 정도라면 돈벌이를 위해 하는 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추석 무렵이면 산동 가는 기차표가 동이 나곤 했었다. 귀뚜라미싸움에 출전시킬 강한 귀뚜라미를 잡으러 가는 인파 때문이다.
귀뚜라미 싸움은 판돈이 커서 법의 단속대상이 되고 있는 도박의 일종으로서, 여기에 미쳐 생업까지 내팽개친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워낙 역사가 오래되고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종목이다 보니 강한놈 고르는 법, 훈련시키는 법 등을 적은 책까지 출판되고, 전문가들이 모여서 토론회도 열 정도라니, 귀뚜라미를 잡아다 파는 게 하룻밤 원정도 불사할 만큼 짭짤한 돈벌이가 되는 모양이다.

아무튼 잔돈푼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부지런히 긁어모으려고 뛰어다니는 중국인들을 보면 그 대단한 집념과 인내심에 우선 감탄을 하게 된다. 이어서 질투어린 삐딱한 한 마디....

 

"중국친구들이여, 중국은 상거래 질서가 확립되려면 한참 더 있어야 할 테니

 그동안 부지런히 긁어모아 부자 되시오."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