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上海通信(舊)

가정부 이야기 3 - 허무 버전

張萬玉 2005. 6. 26. 12:01

새로 온 한족 가정부에게 요리강습하는 얘기,

자취 버전에서 노블 버전으로 가보려고 발버둥치던 얘기,

'가정부병' 얘기(귀족문화에 빠져들기 쉬운 환경에 대한 경고...) 등등

 

나름대로 꽤 재밌고 건전하게 가정부 시리즈를 마무리했는데.... 그만

날아가버렸습니다. 한 시간이나 걸려서 쓴 글을....

 

다시 쓰려니 허탈해서

이렇게 쓰라린 기억만 남겨둡니다.

 

 



<내 글 찾아 삼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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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황한 요리강습 얘기만 빼고.... 다시 쓴다. 2005. 07. 07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중국에 와서도 내 사는 스타일은 크게 변한게 없다.

예전에 비하면 가용자금은 차고 넘치지만,  또 '나이에 맞게 노블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좀 해보라'고 충고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나는 그런 거 할 줄 모른다. 할 줄 모를 뿐만 아니라 도시당췌 친해지지를 않는다.

 

한때 '남편 레벨'(50대 중반의 CEO)에 맞는 사교의 필요에 의해 럭셔리 쪽으로 눈을 돌려보기도 했다. 그러나 번거롭다는 생각... 낭비라는 생각.... 그리고 가랭이가 찢어지도록 쫓아가봐야 아직도 멀고 멀었다는 약간의 열등감만 맛보았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감정은 '그러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럭셔리 버전에서 내가 읽은 것은 다름아닌 '노인네 코드'였기 때문이다. (난 주로 나보다 열살 아래인 친구들과 논다.  ^^)

 

내가 근데 왜 이런 얘길 하고 있지?

아, 살림 사는 얘길 하던 중이었지.... 아니, 가정부 얘기였던가? ㅋㅋ

가정부를 두고 살면 아무래도 살림살이가 럭셔리 버전으로 가게 되어 있으니 그게 그거다.

우리같이 식구 적은 집에서 살림조차 간단하게 하면 일하는 사람은 출근하여 놀일 밖에 없다... 그런데 식구 적은 집에서 어떻게 살림을 안 간단하게 할 수 있나.

각설하고....

 

그래서 우리 집에 여화의 어린 외숙모 쟈지엔홍(賈建紅)씨가 오게 되었다.

번거로운 거 생각하면 이 기회에 딱 끊어버리고 싶지만 직원숙소 때문에 어쩔 수 없으니, 이왕 쓰는 거 처음부터 길 잘 들이라는 꼼꼼쟁이 이웃들의 충고를 받아들여보면 어떨지...  이 기회에 나도 이제 자취 수준의 살림살이에서 '노블'한 살림살이로 전환해봐?

식구가 적으니 1, 2주에 한번 왕창 사다 냉동실에 때려넣던 성의없는 식품구입을 매일매일 신선한 장보기로 바꾸고, 매일 요리책 뒤적이며 메뉴연구도 하고, 동네시장에서는 구하기 힘든 재료 구하러 먼 시장에 보내기도 하고, 귀찮아서 기피하던 손 가는 요리에도 도전해보고....

한 달에 두 번이나 닦을까말까 하던 유리도 일주일에 두번씩 닦고 바닥도 매일매일 닦고(남들은 다 그렇게 하고 산다더라만, 어린아이가 없는 우리 집에선 안 그러고 살아도 큰 지장이 없었다.. ㅎㅎ) 와이셔츠만 하던 다리미 호강을 티셔츠에게까지 시키고.... 등등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다.

일을 잘 하는 부지런한 주부만이 일을 잘 시킬 수 있다. 

처음 서너달은 나도 꽤 부지런을 떨었다. 8시에 출근하여 3시에 직원숙소로 갈 때까지 걔도 노는 게 불편할 테니 뭔가 일을 시켜주려고 연구하다 보니 구석구석 할 일이 보였다. (집안 일이란 게 해도해도 끝이 없다는 말... 살림 22년 만에 처음 실감하는 말이다. 안 하기 시작하면 '집안일 뭐 할게 있냐...' 라는 말도 사실이지만..^^)

 

하하... 그러나 小賈에게 웬만큼 전수하고 나니 슬슬 본성이 드러난다. 

살림살이가 시들해지는 거다. 

게다가 내가 한국 들어가는 일정을 잡고 나서부터는 어차피 살림을 맡겨야 하니 훈련 삼아 아예 '알아서  해보라'고 참견을 끊어버리니..... 그 뒤로는 어쩌다 내가 부엌에 들어갈 일이 있어도 영 살림이 손에 잡히지를 않는다. 

가정부 병이 단단히 들었다. ㅎㅎ 

 

가정부 병은 어찌 보면 마사지하고도 비슷한 데가 있는 것 같다. 

다음에 올릴 마사지 시리즈를 보면 아시겠지만, 실제로 나는 마사지를 기피하는 편이다. 마사지는 스스로 운동하여 볼 수 있는 효과를 남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맛들이지 말고 아직은 젊으니 운동을 더 하자는 생각에서...

이 점은 가정부 문제뿐 아니라 중국에서 무방비상태로 젖어들게 되는 모든 귀족(?)문화, 소비문화에 대해 적용된다. 어떤 조건이 와도 견뎌낼 수 있는 저항력있는 튼튼한 몸과 마음... 이것을 잃으면 나이와는 상관 없이 바로 노인네가 되는 것이지... ㅎㅎ

 

하긴 나도 한국에 들어가면 매일 방바닥 닦는 신세가 될 텐데.... 뭐 별 걱정을 다한다.

 

(가정부시리즈 끝났습니다. 나중에 기회대로 건홍이의 고향마을 얘기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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