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국

연변기행 3

張萬玉 2005. 7. 13. 10:35

7월 13일

오늘은 윤동주 시인의 모교 대성중학교에 들렀다가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도문으로 간다.

 

한시간쯤 달리던 버스가 허허벌판 외딴 산중에 있는 한 허름한 콘크리트 건물 앞에 선다.

관광상품에 으레 따라다니는 의무쇼핑 시간.

북한상품 판매장이란다. 이름하여 '묘향산 전시관'

사진 한장만 찍게 해달라고 애걸해도 안 통해서... 버스 안에서 몰래 한장 찍었다.

 

이 상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북한에서 파견된 직원들인데 근무기간인 2년 동안 저 건물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단다. 필요한 물품도 다 보급해주고 숙식도 저 건물 안에서 모두 해결한다고 한다.

 

전시판매하는 물품들은 수공자수와 그림, 북한우표, 그리고 한약재 등이다. 단정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젊고 잘생긴 청년이 애국심에 불타는 언변으로 얼마나 설득력있게 상품광고를 잘 하는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카드를 긁는다.

(나도 휩쓸려 '안궁환'을 산 얘기는 上海故事  '못먹을 것을 먹은 이야기'에 나와 있다.. ^^ )

 


자수 작품... 감각은 좀 떨어지지만 자수솜씨는 수준급이다. 


대성중학에 들러 윤동주 시인의 학창시절 사진과 유품들을 둘러보며 (문익환 목사님의 학창시절 사진도 있다) 온몸과 영혼을 바쳐 이 풍진 한세상 멋지게 살아내신 선배님들의 숨결을 잠시 느껴본다. 

다시 버스는 일본놈들과의 격전지였던 화룡을 지나 북한 접경지역인 도문으로....

 


이 다리를 건너가면 북한이다. 

노란 가로등까지가 중국땅이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끝 파란 가로등부터가 북한땅. 


 


땡겨서 잡아본 강건너 북한마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남녀.....^^

 

돌아오는 길에 다시 의무관광 한군데.... 이름하여 곰樂園이라고...

눈치빠른 분들은 이곳이 동물원이 아님을 아셨을 것이다. 바로..바로...

살아있는 곰의 쓸개에 빨대를 박아서 쓸개즙 빼먹는.... 그런 몹쓸 곳이다. 된장~~

입구에 들어서면 비위를 뒤집는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왜 자꾸 쓸개즙 빼먹는거야.... 힘들어서 살 수가 없구만..... 에라 모르겠다, 벌러덩~

 

그래도 이놈들 신세는 좀 낫다... 건물 안 쇠창살에 갇힌 놈들은... ㅠ.ㅠ

난 토할 것 같아 들어가는 것을 강력히 거부했기 때문에... 그 참상을 목도하진 않았지만...

 

연길시로 돌아와 일행과 헤어져 연길에서 5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 집을 찾아나섰다.

생활 인프라(흐흐.. 이렇게 말해도 되나?)야 한국에 비해 훨씬 못하지만 한국에서 받던 경제적 압박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이 동네 유지가 되어서, 이를 바탕으로 평소 마음에 품어왔던 뜻을 펼쳐나가고 있으니... 바로 저것이 인생경영이지.. 싶다.

 

친구 내외와 근처 라이브 바에 갔더니 무대에서 글쎄.... 김광석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연변 科技大 학생 알바 가수인데 짝퉁 김광석으로 손색이 없네그려...

이어지는 레파토리가 어째  '운동권' 냄새 폴폴 나는 노래 일색이다. 방학 때마다 이 도시에 농활, 혹은 교환학생으로 대학생들이 꾸준히 오고 있다던데 그 영향인지도...

 

한국의 라이브까페와 실내장식이 매우 유사한 그 까페사진....

친구가 찍었는데 안 보내준다.. ㅠ.ㅠ

 

(마지막 한 회가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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