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병 이야기

거리에 벌써 추석 제수용품과 선물세트들이 넘쳐나기 시작한다.

추석이 가까워 오는데 양가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가족도 멀리 있으니 떡할 일도 없고

게다가 주말휴일과 겹쳐놓으니 추석인지 예삿날인지 별로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나저나 차롓상은 어디서 차려야 하는 거여? 상해에서? 祭主가 빠진 서울에서?

 

지금쯤 상하이에서는 거래처와 직원들에게 선물할 월병을 구매하겠군.  집에도 몇 상자 들어올 텐데.... 징그럽게 달아서 별로 좋아도 안 하는 월병이 왜 오늘따라 유난히 생각나는거여?

 

 

오늘은 걍 월병 얘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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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예전에 제가 써놓은 글입니다)

 

 

중국인들은 추석에 월병을 먹죠.
사실은 월병을 먹지 않습니다. 주로 돌린답니다.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우리 회사에도 월병이 몇 상자씩 들락날락 합니다.
야근을 하는데 회계아가씨가 출출하니 월병이나 먹자면서 거래처에서 들어온 월병상자를 들고 와 책상앞에 펴 놓습니다. 워낙 월병이 지독하게 달기 때문에 배가 고프기는 하지만 망설이고 있는데 "무슨 맛 드실래요?" 하네요.

 

다 똑같이 생겼는데 어떻게 무슨 맛인지 아느냐고 하니 잘 들여다 보라고 합니다.
얼핏 보면 그저 월병틀에서 찍혀나온 무늬처럼 보이는데 실은 멋을 잔뜩 부린 글씨네요. 蓮容이니 豆沙니 栗蕪니... 중국 산 지 6년째인데다 해마다 적어도 한 개씩은 월병맛을 봤을 텐데 그 위에 글씨가 씌여 있는줄은 지금 알았네요.

 

월병이 왜 그렇게 잘 팔릴까요.
중국인들이 정말 월병을 좋아하는지 저는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요즘은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춘다고 좀 덜 달아져서 그런대로 맛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비싼 돈 내고 살 만큼 맛있는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서민층에서 흔히 구입하는 100원 정도 비교적 싸다는 월병 한 상자에 겨우 네개 혹은 여섯개 정도 들어 있으니 하나에 20원 정도랍니다. 비슷한 수준의 다른 먹을거리에 비하면 엄청난 바가지죠.

 

겨우 가로 세로 3센티, 높이 2센티 정도 크기에, 사용하는 재료라고 해봐야 밀가루와 소 재료(밤이나 팥, 염장한 계란노른자, 해바라기씨나 호박씨 부스러기 등등), 틀로 찍어내는 것이니 공임은 크게 들지 않을 것이고.... 참, 포장비가 좀 나가겠죠?(추석날 카메라 들고 나가서 각종 월병선물세트를 찍어둘 생각인데 아무튼 삼단, 사단 찬합처럼 생긴 단단한 종이상자가 마치 비단상자이기나 한 것처럼 아주 고급스럽답니다. 그래도... 계절상품의 거품이라지만 너무 비싼 거 아닌가요.

진짜 비싼 월병 얘기를 신문에서 봤는데요. 간추려서 올려드릴께요.

천진 난카이구의 한 대형 음식점에 등장한 純金至尊中華圓月이라는 월병의 한 세트 가격은... 놀라지 마세요 자그마치 99,999인민폐, 한국돈으로 치면 무려 1500만원..으윽.
紅木으로 만들어진 정교한 박스에 포장된 이 월병은 8개가 들어 있는데 그중 7개는 미국산 고급 수입밀가루로 반죽을 쓰고 소도 단팥 대신 남아프리카산 전복과 최고급 삭스핀, 제비집을 넣었으며 식용금박을 두른 먹을 수 있는 월병, 나머지 한 개는 500g짜리 순금으로 만든 모조품이랍니다.

 

이 99,999원짜리 세트 외에도 88,888원짜리, 66,666원짜리 등 세트가 있는데 모두 월병이라고 보기엔 턱없이 비싼 호화품들이라고 합니다. 가격대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인 9(발음이 장수를 의미하는 久와 같음), 8(돈을 번다는 뜻의 發財의 發과 발음이 비슷), 6(만사형통을 뜻하는 一路順風의 路와 발음이 같음)를 사용한 것도 중국인의 전형적인 상술이죠.

실제로 고급 재료들과 포장비를 포함하면 이윤이 그리 크지 않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 금월병은 큰 전시효과를 거두어, 이 금월병을 전시한 후 음식점은 몇십원~300원대 가격의 월병 2만 상자를 팔았다고 하네요. 이 음식점은 '브랜드를 창조하기 위해 이 월병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호화월병은 부를 과시하려는 졸부들의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며, 관료의 부정부패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금월병은 일종의 시장판매전략이므로 비난할 것이 못되고 오히려 이처럼 엄청난 고가의 월병으로 업체의 경쟁력을 증명하여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평가하는 학자들도 있답니다. 헤헤~

한국에 계시는 여러분들, 소박하고 맛있는 송편 많이많이 드세요.

 

2003. 09

 

 

 

요건 오늘 아침에 찾아본 최신 뉴스...

 

 

홍콩의 한 아파트 상가에 9월 한 달 동안 전시되는 대형 월병.

가운데 것은 직경이 2미터, 주변의 것들은 직경 70센티라 한다. 60만 홍콩달러가 투자된 이 월병들은 십여 명의 요리사들이 3주에 걸쳐 만들었단다.

 

출처 : http://www.wednesdayjournal.net

 

 

위에 정책이 있다면 아래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
 
중국 정부는 최근 중추제(中秋節ㆍ추석)에 먹는 전통 다과인 월병이 뇌물수수의 수단으로 악용되자 고가 월병 또는 월병을 호화선물과 함께 포장해 판매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한 듯, 순금과 순은으로 만든 월병이 출시됐다.
 
이 월병은 일종의 아이디어(?) 상품이다. 금이나 은으로 만든 월병은 음식이 아니므로 정부의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ㆍ은 월병은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허난(河南) 안후이(安徽) 등 대도시에서 이미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순금 월병 1개에 1999위안(약 26만원) 수준이다. 월병 전문점 뿐 아니라 귀금속가게도 금ㆍ은 월병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월병가게 주인은 “금월병은 주로 회사과 공공기관이 선물용으로 구입한다”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는 월병뇌물 악습을 뿌리뽑기위해 오는 10월에 규격화된 월병포장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본격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아이디어성 상품이 계속 출시된다면 그 효과는 미지수다.

 

출처 :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