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花樣年華

7080-1 :남의 얘기 같은 내 얘기, 내 얘기 같은 남의 얘기

張萬玉 2006. 3. 19. 17:45

사랑스러운 이금희 아나운서 때문에 웬만하면 꼭 챙겨 보는 파워 인터뷰...

어제의 인터뷰 대상자는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사장으로,  인터뷰의 초점은 오늘의 오마이뉴스를 가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그 힘으로 일정하게 사회개혁에 한몫 해왔던 4만여 시민기자에 맞춰졌다.

듣다 보니 이거 뭐야, 바로 내가 블러그를 하는 다음의 기자단 얘기... 그거잖아. ^^

(오마이뉴스도 전성시대를 맞은 포탈의 블러그에 밀려 자체 블러그를 개발중이라고 한다.)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그 얘기에 꽂혀, 그 프로 시청하는 내내 내 머리 속을 맴돈 것은, 본의아니게 시민기자(!!)가 되어버린 나는 어떻게 근무를 해야 할 것인가(ㅎㅎ) 였다.

 

사실 나는 다음 기자단이 아니다. 다음측으로부터 기자단 권유 댓글을 받았을 때 나는 기자단이 되면 내 욕구에 충실한 글쓰기라기보다는 가능한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topic을 개발해야 할 거라는 짐작에(그리고 웬만하면 '통하기'를 승인하는 내 튼튼한 비윗짱에도 불구하고 '통하기 싫은' 이들이 북적댈지도 모른다는 소심함도 작용하여) 정중히 거절을 했다. 그런데 기자단이 되어 더 많은 노출을 보장받지 않더라도 비공개로 하지 않는 이상, 블러그라는 것은 그 주제가 무엇이 됐든 필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이미 '시민의 신문 혹은 잡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하.. 이 뒷북!)   

 

심심풀이로 시작한 블러그였다. 익명성이 주는 배짱을 밑천삼아 생각이 풀려가는 대로 실황중계를 하다 보면 어느새 속시원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는 아마추어 글쓰기의 결정판... 그런데 그 완전한 '개인공간'이 인터넷 매체의 속성상 하나 둘 모여 이 세상을 만들어간단다. 이 블러그를 어찌해야 좋겠노.

 

글이 쌓여가고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나의 개인적인 공간이 소정의 '공공성'을 띄어 가고 있다는 사실은 내게도 이미 실감으로 다가와 있다. 글이 거듭되며 오프라인에서의 내 생활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게 되니 그 압박도 없다고 할 수 없공.... 그 와중에 천기가 누설되어 오프라인의 지인들도 드나들고(아들네미마저...ㅜ.ㅜ)... 뿐만 아니라 쌓아가는 데 맛을 들이면서, 조금 다듬어 이왕이면 보기좋게 만들어볼까 하는 욕심도 은근히 생겨... 예전엔 '새글쓰기' 누르고 한 시간이면 후다닥 끝내버리던 거침없던 그 배짱 어디로 갔는지 일단 '비공개' 해놓고 하루이틀 재워두는 상황이 잦아지다 보니 때론 장난감이 아니라 애물단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고지식하고 상상력이 빈곤한 나는 솔직하고 구체적인 글 아니면 잘 쓰지도 못하고 쓸 의욕도 못 느끼거등.. ㅜ.ㅜ )   

 

게다가 여기저기 마실 다니다 보면 나오던 얘기가 도로 쏙 들어가버린다. 남들 다 보는 영화, 남들 다 읽는 신문, 남들 다 해먹는 밥, 남들 다 하는 연애.... 나도 신나게 한마디 풀어놓고 싶지만 이 식상한 얘기가 과연 누구에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이며, 가까워 보여도 실상 멀기만 한 '블러그 친구'란 이들이 이 따분한 미주알 고주알을 지겹다 하지 않고 들어줄 것인가 하는 소심함이 발동하는 것이다.(헌데 이상하게 남의 얘기는 구체적이고 솔직할수록 재미있으니 이건 또 무슨 훔쳐보기 취미인지...ㅎㅎ) 

 

프로그램이 끝나갈 때쯤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혼자만의 공간을 갖고 싶으면 문을 닫아라. 아까워서 문 못 닫겠다구?

그러면 차라리 세상에 노출되는 스트레스와 정면승부하자.

눈치보고, 얼버무리고, 일반화시키고, 예각 깎아내고, 덧바르고...

그래 가지고 어디 사람을 움직이는 찐한 글을 쓸 수 있겠나.     

깨면 어떠랴, 노는물이 다르면 어떠랴, 물정 모르는 어리버리면 어떠랴...

읽다 어이없으면 웬 푼수아줌마가 지하철에서 늘어놓는 수다로 여길 테지.. 

어차피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면 얘기 안 했어도 뱃속까지 어림짐작하고 있을 것이고... 

 

또 하나...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거지만 이왕이면 듣는 사람과 눈을 맞출 필요가 있다.

허나 proffessional도 없고 사회관계도 한정되어 있는 현재 시점에서 내가 채택할 화제들은 나의 생활, 나의 존재, 나의 생각.... 결국 '나'라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게 뻔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적인 경험이 좀더 보편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집중 혹은 심화의 과정을 거치면 읽는 사람도 낫지 않을까?

 

나아가 이런 화제의 빈곤, 판단력의 빈곤, 감정의 빈곤을 떨쳐내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의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내 생활의 밭을 깊게 '경작'하려는 노력 역시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지. 그럴 수 있다면 그것은 블러그가 내게 주는 뜻밖의 선물일 수 있겠다.

(어이구.. 결심만 거창하다...ㅋㅋ)

 

뭔 사설이 이리 길어졌나.

거두절미 한 마디로 하자면... 남들 눈치 안 보고.. 그러나 남들과 눈을 맞추며 성실히(!) 한번 해보겠단 얘기다. 이렇게 자세를 고치고...(흠흠)

일단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얘기... 나의 청년기 얘기로부터 시작한다.

나의 이야기이자 내 삶에 깊숙히 스며들었던 격동의 7080 이야기.. '서울, 1985' 라고나 할까?

마음에 묻어두었던 봉인을 뜯고 하나씩 천천히 꺼내보는거야.

누가 어떻게 볼지 도무지 걱정은 하지 말자... 마음이 허락하는 만큼만... 슬슬 가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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