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上海通信(舊)

발마사지가 있는 풍경

張萬玉 2004. 5. 19. 10:37
한국인들이 중국에 오면 꼭 해보고 싶어하는 발마사지.... 발마사지를 주고 받는 장면 속에는 중국인들의 휴식과 노동의 특색이 잘 드러나 있다.
필자도 참가해본 이 장면에는 의자에 축 늘어져 완벽한 relax를 즐기는 손님들과 함께, 야무진 손아귀 힘 하나에 의지하여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는 복무원들이 등장한다.

발바닥안마(足底按摩) 혹은 발치료(足療)라고 불리는 발마사지는 중국 休閑(레저에 해당하는 중국어)산업 중 대표주자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수영, 헬스, 볼링, 탁구 등의 운동시설에 사우나와 음식점을 갖춘 종합 레저공간(흔히 娛樂城이라고 불린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늘었는데 그런 장소에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마사지샵... 그 중에서도 발마사지는 손님이 가장 많은 아이템이다,

3년 전만 해도 足療房이 그리 많지 않았다. 주로 외국인들, 중국사람이라면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나 大老板(사업을 크게 하는 사장님)들이 출입하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동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중국의 老百姓(일반서민)들까지도 고객 범위에 들어왔다는 얘기다. 앞서 말한 娛樂城이나 足療房 말고도 발마사지를 끼워파는 미용실까지 합하면 이제 과다경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가격도 천차만별, 마사지사 수준도 천차만별이 되었다..

상해의 마사지사들은 대개 외지에서 온 20대 남녀들이다.
국가노동국에서 실시하는 자격시험을 치러서 실기까지 통과하면 3급, 인터넷상으로 필기시험까지만 합격하면 2급증서를 발급받는데, 이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사설학원이나 노동국이 지정하는 교육기관에서 4개월~6개월의 직업훈련을 거쳐 배운다고 한다. 물론 자격증 없이 어깨너머로 배워 하는 축들도 많이 있다.

약초를 우려낸 뜨거운 물에 10분 정도 발을 담근 뒤 30분 정도 지압을 하는데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0원~80원, 장사가 시원치 않은 동네에서는 30원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한국에서 단체관광으로 온 여행객들이 하는 것은 20불짜리). 여기에 원하면 발바닥 각질제거(칼을 가지고 깎아낸다!!)나 발톱소제, 매니큐어 등 옵션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서비스를 하는 기술자들은 또 따로 있다.

웬만큼 규모가 있는 足療房에서는 열 개 정도 나란히 늘어놓은 손님용 긴의자 앞에 아가씨(간혹 청년)들이 나란히 앉아서 동시에 마사지를 시작하는데 그 그림이 장관이다. 처음에 혈액순환을 좋게 하기 위해 주먹으로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는 마치 캐스터네츠 합주처럼 경쾌하게 들린다. 그렇게 5분 정도 두드리고 나면 능숙한 손길로 발가락, 발바닥, 발꿈치, 발등, 종아리의 순서로 훑어주고 눌러주고 주물러주는데 이때부터 대부분 손님들이 코를 골기 시작한다.

장예모 감독의 영화 "홍등"에 보면 주인님의 간택을 받은 부인의 방 앞에는 홍등이 내걸리고 그 부인은 발마사지 받는 호강을 한다. 영화 속의 발안마는 작은 망치를 가지고 발바닥을 가볍게 두드리지만 실제로 이루어지는 발마사지는 강도높은 指押이다.
제대로 된 발마사지를 일상적으로 받으면 신체의 문제 있는 부분이 좋아진다는 說이 있는 만큼, 손님들은 꽉꽉 누르면 누를수록 본전 뽑는다는 쾌감에 부르르 떨고(자지러지게 아프다) 그만큼 마사지사들의 손가락 관절은 무리를 하게 된다. 발마사지 경력 3년쯤 되는 아가씨들의 손은 예외없이 가운데 손가락 가운데 마디가 조약돌 붙은 것처럼 변형되어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자진해서 하는 일이지만 마사지사들의 손을 본다면 더 쎄게... 소리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인식하고 있던 발마사지를 포함한 “안마” 행위는 늘 이발소 퇴폐영업이 오버랩되어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온 친구들의 성화로 몇 번 드나들면서, 어두컴컴한 조명은 손님들이 발마사지 받을 때 한숨 자기 좋도록 한 것이며 그곳에서 일하는 아가씨들 대부분은 힘이 들더라도 웬만한 음식점 종업원보다 한푼이라도 더 벌 수 있는 일을 찾은 또순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중국의 레저산업이 나날이 향락산업화되어가면서 일부 足療房이 “봄을 파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보도를 가끔 접하면,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이런 훌륭한 의료행위만은 中醫의 본류답게 위엄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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