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돌이 삼돌이 http://blog.daum.net/samdolsoonie Y 2006.04.29 09:39:26
저는 노동운동 하는 분들 중 어느 선까지가 이용 당하는 사람이고 어디가 이용하는 사람인가 하는 식의 생각을 갖게 됩니다. 노동운동가란 분들이 그 노동자들을 기반으로 힘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서 여기에 또 다른 지배게급이 있구나 합니다. 그것이 인간 동물의 본성일 겁니다. 앞에서 총알을 몸으로 막는 분들이 있고 뒤에 숨어서 호의호식하는 노동지도자. 사실 제가 가장 혐오합니다. 장사꾼 기업가는 적어도 솔직합니다. 나는 돈이 좋아. 내놓고 하지만 안그런 척 하는 사람이 가장 싫은 타입이엇읍니다. 학교 다닐 때 보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작부터 정치를 하겠다는 인간들이 근거를 마련하는 방편으로 무슨 운동하는 것을 많이 보았읍니다.




뒤에 숨어서 호의호식하는 지도자들도 있지요. 우리가 소위 '어용노조 간부'라고 불렀던 양반들이
대표적이고.... 하지만 그.당.시.에 재야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사람들 중에는 적어도 노동운동을 해서 호의호식 혹은 입신양명을 해보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봅니다.
물론 노동자들을 기반으로 힘을 행사하려 했던 건 사실이었을 겁니다. 노동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노동자(계급)만의
권익향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 전체의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고 보았고(이미 그것은 경제투쟁을 넘어서는 정치적인 투쟁이죠)
노동운동이 그것을 실현하는 견인차라고 보았기 때문에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런 정치의식은 당시
노동자들의 현실인식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이 이야기는 나중에 '구로동맹파업 20주년 기념행사' 이야기를 쓰면서 당시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던 노동자들의 입을 빌려 소개하겠습니다만...) '이용한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죠.
그런데 문제는, '불순분자들이 노동자들을 이용한다'는 선전을 즐겨했던 사람들이 노동운동을 국민들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한 '불순한' 목적을 가진 자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었답니다.
그러나 백번 양보하여 '이용'했다고 쳐도 그것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이용'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땀흘려
일한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을 위해 '이용'했다면 그 '이용'을 비난해야 할까요? (물론 더 노력해서 '자발적으로 기꺼이 이용당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늘 남는 거지만....)




물론 삼돌이님이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압니다. 당시의 학생운동, 노동운동 경력을 기반으로
정치판에 진출한 사람들을 가리키시는 것이겠지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그런 케이스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특히 '운동을 시작한
의도부터' 의심하시는 것은 좀 지나치다고 봅니다.
이제 이후부터 제가 쓰는 80년대 이야기에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시면(제가 쓰는
글의 성격상 저는 주변부밖에 건드리지 못합니다만) 삼돌이님의 이런 말씀이 무색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답글이 길어진 것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모든 사람을 '적'과 '우리'로 규정하던 예전의 저 같으면 그 의도를 의심하고 '악플'로 규정했을 만한 댓글이기 때문에 그렇게
됐습니다.)
어떤 일을 정말 책임감있게 '해내려고' 한다면 '조직'은 필수적입니다. 장사를 하든 정치를 하든 운동을 하든...
'필요악'에 해당하는 부작용은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야 하겠지만 완전히 피해가기는 어렵지요. 사람 사는 일이 그렇지 않나요?
철학적 타당성은
일정하게 공감하면서도 저는 대안없는 아나키즘, 무책임한 청산주의를 결론적으로는 우습게 생각합니다. 아예 초야에 묻혀 홀로 살아간다면 몰라도...
최선책 아니면 차선책이라도 집어들어야 하는 것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운명인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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