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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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Daum에서 제공하는 파이를 한번 먹어봅니다. ^^
워낙 아름다운 마을이어서 사진을 많이 올리고 싶었어요.
파이를 사용하면 게시글에 하나씩 올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진을 올릴 수 있더라구요.
첫 사진을 클릭하셔서 크게 만드신 다음
사진 옆에 나타나는 화살표를 클릭하여 순서대로 보시기 바랍니다.
왜 꼭 그래야 하냐구요? 사진 순서가 저의 걸음을 따라가기 때문이죠.
캡션 자리가 부족하여 사진설명이 뜨다 말걸랑
전체 파이 상태에서 사진 위에 마우스를 갖다 대시면 중간에 끊기지 않는 설명을 다 보실 수 있답니다.
(그래봐야 몇 자겠지만... 소수의 제 열혈독자를 위해 알려드립니다. ^^)
파이 보는 법... 다 알고 계셨다구요? 에잉, 저만 몰랐군요. 이런이런...
마음에 흡족한 방법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또 괜찮은 점은 있네요.
파이로 다 소화하지 못한 메시지.... 요 아래 보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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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다로 접어드는 순간.. 마닐라에서 바기오 오던 날 나를 사로잡았던 묘한 흥분이 다시 나를 엄습했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어떤 땅엔 나와 맞는 기운 같은 게 있는 모양이다.
필리핀의 하늘과 구름은 그 어디서나 눈부시지만 이 마을의 하늘과 구름은 웬지 더 특별하다.
무엇보다도 열대성 식물이 우거진 필리핀의 여느 산악지역과는 달리 산등성이를 따라 빼곡이 늘어서서
마을 전체에 서늘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소나무 군락이 너무 좋았다.
넉넉하게 펼쳐진 초록의 산비탈에 점점 박혀 있는 예쁜 집들.... 관광지답지 않게 사방은 조용하고 공기의 맛은 꿀처럼 달다. 외지에서 하루에 몇 번 들어오는 버스 외에 그 흔한 트리시클조차 없기 때문에 걸어서 다녀야 하는 동네.... 내가 꿈꾸던 곳이 바로 이런 곳이었다.
마을 중심에 있는 성공회 교회당과 주민회관, 노인회관, 농구장들을 보면 1930년대부터 이 오지마을에 들어와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던 원주민들을 위해 헌신했던 선교사들의 손길들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교회 뒷동산에 자리잡은 선교사들의 공동묘지.... 그 작은 비석들 사이를 거니노라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들에 대한 사모의 념이 가슴을 뜨겁게 적신다. 필리핀을 병들게 한 '나쁜 미국인'들도 있는 반면 이렇게 '좋은' 미국인들도 적지 않았나보다.
본톡에서 만난 간호사 아줌마 얘기도 그랬다. '인간사냥꾼'이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문명과는 동떨어져 살던 칼링가 부족들이 자기네 병원을 가득 채웠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몸이 다 상했어도 모르고 살았던 그들이 선교사들의 교육과 꾸준한 설득으로 인해 마을로 내려와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가다 역시도 그런 헌신적인 선교사들에 의해 문명화된 마을이고, 그 건강한 개발의 기초 위에 건설된 마을이기에 사가다는 지금까지도 자본주의의 천박한 기운에서 비껴나 순결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게 아닌까 싶다.
(사실 이 마을의 속사정이 어떤지 한나절 있다가 떠나가는 나로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여늬 관광지와는 다르게 호객이나 구걸행위, 바가지도 일체 없고 외부 사람에 대해 자존심 있는 친절이 자연스레 몸에 배인 마을 주민들을 볼 때 나의 추측이 그리 빗나가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또하나. 결정적으로 사가다를 잊지 못하게 하는 것은 '風葬'이란 관광아이템으로 외부에 알려진 이 마을의 장례 관습.
사람이 죽으면 이 마을에서는 시체를 나무관에 넣어 바람이 잘 통하는 깊은 골짜기로 모신다. 아마 동굴과 깊은 골짜기가 많은 이 고장의 지형적 특성 때문에 생겨난 장례관습이겠지만 그곳에서 나는 (내 나름대로 짐작한) 그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과 깊이 공명하고 있는 나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동굴탐험을 하러 떠났기 때문에 (사가다를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동굴탐험이 목적인데, 나는 동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몹시 가파르다고 하여 애초부터 동굴탐험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쥐죽은 듯 고요한 마을길을 혼자 걸어 Sugong Coffin(수공 관)을 찾아갔던 나. 마을 주도로에서 벗어나 조붓한 숲속 길로 접어들면서부터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너무나 아늑한...
깊고 깊은 골짜기를 내려가 동굴 입구에 서니 서늘한 바람 속에 과연 자그마한(사람 크기의 반 만한) 생나무 관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게 보인다. 동굴 안에 들어가면 해골이 그냥 굴러다니기도 한다는데 캄캄한 동굴 속을 손전등도 없이 혼자 들어가기는 좀 위험한 것 같아 동굴 입구에 있는 그루터기에 앉아 잠시 먼저 가신 분들과 대화를 시도.("어떠세요, 쾌적하신가요? 몸의 구속을 떠나시니 편하신가요? 할아버지 자손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함께 있으니 좋으시죠? 등등등... ^^ )
이 마을은 과연 산자와 죽은자가 공존하고 공유하는 공간이다. 이 세상 어딘들 그렇지 않겠나. 넓고 복잡해져서 느끼지 못할 뿐이지.. 또한 산자와 죽은자가 공존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과 죽음 역시 동전의 양면이자 에너지 불변의 법칙처럼 형태는 달라져도 여전히 하나의 실체로서 이어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어, 어느새 내가 불교의 교리를 깨우친 건가?? ^^)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산그늘이 짙어질 때까지 앉아 있었지만 도무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사가다의 매력은 바로 이런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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