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옆집 드나들 듯 하던 항주를 2년만에 가보니... 나날이 변하는 건 상해만이 아니더군요. 눈 감고도 갈 정도였던 서호 주변에도 新西湖라는 구역이 개발되어 손님 맞을 준비를 마쳤고 西湖大道에 지하차도가 생겼고... 특히 원래부터 제가 좋아하던 曲院風荷 쪽이 완전히 달라졌습디다. 호수를 끼고 곱게 닦은 새 길이 끝도끝도 없더군요.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平湖秋月에서 시작하여 蘇堤를 건너 곡원풍하쪽으로 들어서니 오래 묵은 숲의 향기와 연잎을 가득 안은 고즈녁한 호수가 저를 반겨주는데 그만 홀린 듯 한 시간도 넘게 걷고 말았습니다. 어둠이 내리니 마침 때를 맞은 만월이 둥그렇게 오르고....
정말 아름답다는 찬사로는 양이 안 차더군요.
면모를 일신한 항주 얘기는 다시 정리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삐끼 얘기입니다.
(삐끼를 표준말로 하면 호객꾼 정도 되려나요? 그냥 재미삼아 삐끼라고 하겠습니다. 삐끼라는 말이 어디서 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에 온 지 한 달이 채 안 되었을 때 한국에서 놀러온 친구와 서호에 갔다가 처음 삐끼 맛을 톡톡히 보았댔지요. 책에서 본 정보를 토대로 斷橋를 걸어서 건너다가 너무 다리가 아프길래 중도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인력거꾼을 불렀는데...
안 되는 중국말로 단교를 건너 花港觀魚 입구까지 10원에 가기로 흥정을 했는데 중국말로 뭐라뭐라 하면서 데려간 곳이 진주 파는 곳.... 그때는 지리도 잘 모르고 해서 가는 길에 들렀나보다 했는데 암만해도 내가 가자고 하는 곳으로 안 가는 것 같더라구요.
의심을 하며 계속 끌려가다가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물어보니 용정차밭에 간다네요. 덜컥 겁이 나서(새우젓배에 팔아먹을까봐 ㅎㅎ) 안 간다, 내려달라고 큰 소리를 쳐 간신히 인력거를 세우고 잔돈이 없어 50원짜리를 줬더니...(이하 창피해서 생략합니다)
암튼 그 일 이후로 삐끼=사기꾼이라는 등식이 내 머리 속에 깊이 박혔던 거죠. 그런데 이번 항주행에서는 삐끼와 세 번이나 합작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삐끼 A와의 합작
원래 당일치기로 다녀올 생각이라 숙소 예약을 안 하고 떠난 길이었는데 기차에서 하루 자고 오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도착해서 적당히 정해야지.. 하던 차에 철도여행사 직원이 호객을 하기에 (전에도 한번 이용해본 적이 있는데, 여관 수준이지만 하룻밤 자는 데 불편함이 없길래) 일행과 그쪽으로 가자고 합의를 보았습니다.
출구에서 나와 그 호텔로 데려다줄 승합차로 갔는데... 아, 말이 바뀌는 거예요. 외국사람인 줄 몰랐다는 겁니다. 그 호텔에서는 외국인이 잘 수 없다면서 더 비싼 호텔을 권하네요. 그래봐야 크게 비싼 건 아니었지만 말을 바꾸는 게 괘씸해서 비싼 데는 안 가겠다고 버티니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더니 자기 친구가 하는 숙소는 그런 것 안 따지니 그럼 그곳으로 가자고 합니다.
허름한 곳일 게 뻔하지만 새로 장식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고 무엇보다도 주소를 보니까 걸어서 서호에 갈 수 있는 거리더군요. “그럼 한번 가보자, 마음에 안 들면 안 자겠다”고 하고 차에 올랐죠(이왕 차로 가니 가보고 영 못쓰겠으면 그 부근에서 다른 숙소 찾아도 된다는 배짱으로...)
가보니 사실 그대로더군요. 두 블록만 걸어가면 서호가 나오는 解放路-中山西路 사거리인데 시설은 여관 수준이라도 깨끗하긴 하더군요. 덕분에 숙박비 비싼 항주 하고도 서호 부근에서 100원짜리 방 두 칸 빌려 잘 잤답니다. 역시 중국 짬밥이 되니 선택의 여지가 많아지는군요.
삐끼 B
서호에서 뱃놀이를 하다가 평호추월에서 내려 곡원풍하까지 어슬렁어슬렁 잘 놀긴 했는데 항주 도착한 이래 계속 삐끼들 입을 통해 들은 신서호라는 곳이 도대체 어떤지 궁금해지더라구요. 그래서 저녁 먹기 전에 한바퀴 휙 돌아보자고 택시를 잡고 있는데 새로 뽑은 듯한 뷰익 한대가 와서 호객행위를 하더군요. 용모도 깔끔하고 매너도 좋기에... 더군다나 우리 행선지가 정해진 지점에서 딱 내리려는 것도 아니었기에 자발적으로 잡혀주었죠.
아니나 다를까... 목적지가 가까워오니 추가제의를 합니다. “사진 찍을 만한 곳에서 기다려줄 테니 내려서 천천히 놀아라. 그리고 마지막에 저녁 먹을 곳까지 데려다주겠다. 그리고 딱 10원만 더 내라.. 어때?”
원래 10원에 신서호까지만 가기로 했지만 그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선선히 승낙하고 몇 군데 내려 사진 찍고 나니 본격적으로 영업 시작하네요. 실크 안 사냐, 용정차 안 사냐....
1년간 데리고 있었던 조카를 이틀 후에 한국에 보내면서 뭐라도 좀 사줘야겠다 마음 먹고 있었던 터라 치파오나 한 벌 사주자 싶어 실크공장에 가자고 했더니 새로 개관한 실크박물관으로 데려가주더군요. 신서호 부근인데 볼만합디다. 박물관을 넘어 이건 아주 훌륭한 공원이더라구요. 가격도 품질도 괜찮긴 한데 우리가 찾는 디자인이 없어 안 사고 나왔더니 또 다른 실크공장, 거기서도 못 찾으니 또 다른 실크 공장... 됐다고 해도 계속 갈 기세입니다.
그때서야 아차 싶은 생각이 들어 안 사도 되니 저녁 먹으러 가자 했더니 이제 용정차밭 있는 호포천으로 가겠다고 하네요. 시간을 끌어 돈을 더 받으려는 속셈이지요. 배고파서 안 가겠다고 딱 거절하고 식당까지 와서 20원을 주었습니다.(이럴 때 거스름돈 없도록 딱 맞게 준비해둬야 합니다)
아, 그랬더니 이 녀석이 내가 모를 줄 알고 새빨간 거짓말을 합니다. 20원을 더 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아 글쎄 안면 바꾸고 빡빡 우겨요. 들은 사람이 몇인데...
열이 확 올라오더군요. 낮에는 번듯한 직장에 다닌다는 청년이 어째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노는 겁니까. 저도 하다 하다 못해 모욕적인 언사를 아끼지 않았죠.
“내가 외국인이긴 하지만 바보는 아니다. 차라리 10원을 더 달라고 해라.”
삐끼 C
항주에는 기차역이 두 군데입니다.
상해로 오는 기차를 타는 곳이 그중 어느 곳인지 확인을 안 하고 왔길래 저녁을 먹은 식당에서 물어보니 동역이랍니다(두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그 말을 믿고 출발 20분 전에 동역으로 갔는데... 애고, 이걸 어째!... 城역이네요. 출발 시각 5분전에 얼른 표를 물리고 고속버스를 타려고 서둘러 나왔는데... 암만해도 고속버스가 끊기지 않았을까 불안하더라구요.
마침 자가용 영업하는 승합차 삐끼가 부르길래 1인당 50원에 흥정을 하고 따라갔다가... 11인용 승합차에 인원이 다 찰 때까지 1시간 가까이 기다렸습니다. 물론 흥정할 때는 20분 내에 출발한다고 하여 응했던 거죠. 근데 어디 손님이 삐끼들 맘대로 찾아지나... 그 말을 믿었던 제가 바보죠. ㅎㅎ
마음 같아서는 다시 승용차를 찾아 흥정하고 싶었지만 우리 뒤에 온 두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가 없어서 참았습니다. 사실은 피곤해서 잠깐 졸았죠.
사람이 다 차니 기사가 삐끼들에게 손님당 15원씩 150원을 지불하더군요. 10명에게서 50원씩 받았으니 350원, 톨게이트비와 기름값 제하면 기사에게는 200원 정도 떨어지려나?
보아하니 항주에 왔다가 빈 차로 돌아가는 자가용(대부분 회사차겠지요)들이 항주 토박이 삐끼들과 합작을 하는 일반적인 풍속도인 것 같습디다. (우리 회사 영업사원들이 상해 근교에 출장을 오게 되면 저러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죠. ㅎㅎ)
삐끼들과의 합작 소감
중국 사정을 잘 몰랐을 때는 삐끼들의 확대영업(원래 주문했던 서비스에 계속 덧붙이며 추가요금을 요구하는 것) 행위를 일종의 사기로 여겼더랬습니다. 사실 ★추가서비스를 원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의사를 밝히고 ★ 동의 없이 임의로 추가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지불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인데(이 대목은 왠만한 내공 갖고는 좀 힘들지만)... 말이 서툴던지 현지 사정에 서툴던지 추가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없던지 하면 경계심을 갖는 게 당연하죠.
알고 보면 그 사람들, 매너가 합리적이지 못해서 그런 것 뿐이지 고의적인 사기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랍니다. 상술이 몸에 배인 거죠. “商量”(협상)만 잘 해서 “成交”시키는 것도 능력이라고 믿는 게 중국인들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이니까요.
"고객을 감동시키는”, “오래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성숙한 서비스정신을 이해하고, 그것이 자기 도시 전체에 정착될 때 장기적으로 자신들에게 더 이익이 된다는 인식에 다다를 정도가 되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요. 어쩌면 우리나라 관광지에도 그런 인식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어느새 비공식 관광업(!)으로 잔뼈가 굵은 삐끼들을 주동적으로 고르고 요리할 정도로 배짱이 두둑해졌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내심 흐뭇하더군요.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平湖秋月에서 시작하여 蘇堤를 건너 곡원풍하쪽으로 들어서니 오래 묵은 숲의 향기와 연잎을 가득 안은 고즈녁한 호수가 저를 반겨주는데 그만 홀린 듯 한 시간도 넘게 걷고 말았습니다. 어둠이 내리니 마침 때를 맞은 만월이 둥그렇게 오르고....
정말 아름답다는 찬사로는 양이 안 차더군요.
면모를 일신한 항주 얘기는 다시 정리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삐끼 얘기입니다.
(삐끼를 표준말로 하면 호객꾼 정도 되려나요? 그냥 재미삼아 삐끼라고 하겠습니다. 삐끼라는 말이 어디서 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에 온 지 한 달이 채 안 되었을 때 한국에서 놀러온 친구와 서호에 갔다가 처음 삐끼 맛을 톡톡히 보았댔지요. 책에서 본 정보를 토대로 斷橋를 걸어서 건너다가 너무 다리가 아프길래 중도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인력거꾼을 불렀는데...
안 되는 중국말로 단교를 건너 花港觀魚 입구까지 10원에 가기로 흥정을 했는데 중국말로 뭐라뭐라 하면서 데려간 곳이 진주 파는 곳.... 그때는 지리도 잘 모르고 해서 가는 길에 들렀나보다 했는데 암만해도 내가 가자고 하는 곳으로 안 가는 것 같더라구요.
의심을 하며 계속 끌려가다가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물어보니 용정차밭에 간다네요. 덜컥 겁이 나서(새우젓배에 팔아먹을까봐 ㅎㅎ) 안 간다, 내려달라고 큰 소리를 쳐 간신히 인력거를 세우고 잔돈이 없어 50원짜리를 줬더니...(이하 창피해서 생략합니다)
암튼 그 일 이후로 삐끼=사기꾼이라는 등식이 내 머리 속에 깊이 박혔던 거죠. 그런데 이번 항주행에서는 삐끼와 세 번이나 합작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삐끼 A와의 합작
원래 당일치기로 다녀올 생각이라 숙소 예약을 안 하고 떠난 길이었는데 기차에서 하루 자고 오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도착해서 적당히 정해야지.. 하던 차에 철도여행사 직원이 호객을 하기에 (전에도 한번 이용해본 적이 있는데, 여관 수준이지만 하룻밤 자는 데 불편함이 없길래) 일행과 그쪽으로 가자고 합의를 보았습니다.
출구에서 나와 그 호텔로 데려다줄 승합차로 갔는데... 아, 말이 바뀌는 거예요. 외국사람인 줄 몰랐다는 겁니다. 그 호텔에서는 외국인이 잘 수 없다면서 더 비싼 호텔을 권하네요. 그래봐야 크게 비싼 건 아니었지만 말을 바꾸는 게 괘씸해서 비싼 데는 안 가겠다고 버티니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더니 자기 친구가 하는 숙소는 그런 것 안 따지니 그럼 그곳으로 가자고 합니다.
허름한 곳일 게 뻔하지만 새로 장식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고 무엇보다도 주소를 보니까 걸어서 서호에 갈 수 있는 거리더군요. “그럼 한번 가보자, 마음에 안 들면 안 자겠다”고 하고 차에 올랐죠(이왕 차로 가니 가보고 영 못쓰겠으면 그 부근에서 다른 숙소 찾아도 된다는 배짱으로...)
가보니 사실 그대로더군요. 두 블록만 걸어가면 서호가 나오는 解放路-中山西路 사거리인데 시설은 여관 수준이라도 깨끗하긴 하더군요. 덕분에 숙박비 비싼 항주 하고도 서호 부근에서 100원짜리 방 두 칸 빌려 잘 잤답니다. 역시 중국 짬밥이 되니 선택의 여지가 많아지는군요.
삐끼 B
서호에서 뱃놀이를 하다가 평호추월에서 내려 곡원풍하까지 어슬렁어슬렁 잘 놀긴 했는데 항주 도착한 이래 계속 삐끼들 입을 통해 들은 신서호라는 곳이 도대체 어떤지 궁금해지더라구요. 그래서 저녁 먹기 전에 한바퀴 휙 돌아보자고 택시를 잡고 있는데 새로 뽑은 듯한 뷰익 한대가 와서 호객행위를 하더군요. 용모도 깔끔하고 매너도 좋기에... 더군다나 우리 행선지가 정해진 지점에서 딱 내리려는 것도 아니었기에 자발적으로 잡혀주었죠.
아니나 다를까... 목적지가 가까워오니 추가제의를 합니다. “사진 찍을 만한 곳에서 기다려줄 테니 내려서 천천히 놀아라. 그리고 마지막에 저녁 먹을 곳까지 데려다주겠다. 그리고 딱 10원만 더 내라.. 어때?”
원래 10원에 신서호까지만 가기로 했지만 그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선선히 승낙하고 몇 군데 내려 사진 찍고 나니 본격적으로 영업 시작하네요. 실크 안 사냐, 용정차 안 사냐....
1년간 데리고 있었던 조카를 이틀 후에 한국에 보내면서 뭐라도 좀 사줘야겠다 마음 먹고 있었던 터라 치파오나 한 벌 사주자 싶어 실크공장에 가자고 했더니 새로 개관한 실크박물관으로 데려가주더군요. 신서호 부근인데 볼만합디다. 박물관을 넘어 이건 아주 훌륭한 공원이더라구요. 가격도 품질도 괜찮긴 한데 우리가 찾는 디자인이 없어 안 사고 나왔더니 또 다른 실크공장, 거기서도 못 찾으니 또 다른 실크 공장... 됐다고 해도 계속 갈 기세입니다.
그때서야 아차 싶은 생각이 들어 안 사도 되니 저녁 먹으러 가자 했더니 이제 용정차밭 있는 호포천으로 가겠다고 하네요. 시간을 끌어 돈을 더 받으려는 속셈이지요. 배고파서 안 가겠다고 딱 거절하고 식당까지 와서 20원을 주었습니다.(이럴 때 거스름돈 없도록 딱 맞게 준비해둬야 합니다)
아, 그랬더니 이 녀석이 내가 모를 줄 알고 새빨간 거짓말을 합니다. 20원을 더 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아 글쎄 안면 바꾸고 빡빡 우겨요. 들은 사람이 몇인데...
열이 확 올라오더군요. 낮에는 번듯한 직장에 다닌다는 청년이 어째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노는 겁니까. 저도 하다 하다 못해 모욕적인 언사를 아끼지 않았죠.
“내가 외국인이긴 하지만 바보는 아니다. 차라리 10원을 더 달라고 해라.”
삐끼 C
항주에는 기차역이 두 군데입니다.
상해로 오는 기차를 타는 곳이 그중 어느 곳인지 확인을 안 하고 왔길래 저녁을 먹은 식당에서 물어보니 동역이랍니다(두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그 말을 믿고 출발 20분 전에 동역으로 갔는데... 애고, 이걸 어째!... 城역이네요. 출발 시각 5분전에 얼른 표를 물리고 고속버스를 타려고 서둘러 나왔는데... 암만해도 고속버스가 끊기지 않았을까 불안하더라구요.
마침 자가용 영업하는 승합차 삐끼가 부르길래 1인당 50원에 흥정을 하고 따라갔다가... 11인용 승합차에 인원이 다 찰 때까지 1시간 가까이 기다렸습니다. 물론 흥정할 때는 20분 내에 출발한다고 하여 응했던 거죠. 근데 어디 손님이 삐끼들 맘대로 찾아지나... 그 말을 믿었던 제가 바보죠. ㅎㅎ
마음 같아서는 다시 승용차를 찾아 흥정하고 싶었지만 우리 뒤에 온 두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가 없어서 참았습니다. 사실은 피곤해서 잠깐 졸았죠.
사람이 다 차니 기사가 삐끼들에게 손님당 15원씩 150원을 지불하더군요. 10명에게서 50원씩 받았으니 350원, 톨게이트비와 기름값 제하면 기사에게는 200원 정도 떨어지려나?
보아하니 항주에 왔다가 빈 차로 돌아가는 자가용(대부분 회사차겠지요)들이 항주 토박이 삐끼들과 합작을 하는 일반적인 풍속도인 것 같습디다. (우리 회사 영업사원들이 상해 근교에 출장을 오게 되면 저러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죠. ㅎㅎ)
삐끼들과의 합작 소감
중국 사정을 잘 몰랐을 때는 삐끼들의 확대영업(원래 주문했던 서비스에 계속 덧붙이며 추가요금을 요구하는 것) 행위를 일종의 사기로 여겼더랬습니다. 사실 ★추가서비스를 원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의사를 밝히고 ★ 동의 없이 임의로 추가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지불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인데(이 대목은 왠만한 내공 갖고는 좀 힘들지만)... 말이 서툴던지 현지 사정에 서툴던지 추가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없던지 하면 경계심을 갖는 게 당연하죠.
알고 보면 그 사람들, 매너가 합리적이지 못해서 그런 것 뿐이지 고의적인 사기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랍니다. 상술이 몸에 배인 거죠. “商量”(협상)만 잘 해서 “成交”시키는 것도 능력이라고 믿는 게 중국인들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이니까요.
"고객을 감동시키는”, “오래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성숙한 서비스정신을 이해하고, 그것이 자기 도시 전체에 정착될 때 장기적으로 자신들에게 더 이익이 된다는 인식에 다다를 정도가 되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요. 어쩌면 우리나라 관광지에도 그런 인식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어느새 비공식 관광업(!)으로 잔뼈가 굵은 삐끼들을 주동적으로 고르고 요리할 정도로 배짱이 두둑해졌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내심 흐뭇하더군요.
'여행일기 > 중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천성 유람 1-- 春之旅友와 함께 떠난 길 (0) | 2005.01.07 |
---|---|
왜 장가계에 한국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오나--장가계 3 (0) | 2004.10.09 |
土家族 아가씨가 전하는 토가족 민속 이야기--장가계 2 (0) | 2004.10.09 |
장가계에는 신선이 산다--장가계 1 (0) | 2004.10.06 |
중국 노동조합 주최 야유회 참가기 (0) | 2004.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