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국

왜 장가계에 한국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오나--장가계 3

張萬玉 2004. 10. 9. 11:52

장가계를 여행하는 동안 제일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왜 한국사람들이 장가계에 그리 많이 오나?” 였습니다. 특히 여름 휴가기간에는 장가계를 찾는 관광객들 중 한국사람이 60% 나 된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황석채 입구 전광판에는 중국어, 영어와 함께 한국어 소개가 나오더라구요. 한국에서도 유명관광지에 중국말 소개가 나올 정도로 중국관광객도 한국에 좀 많이 갔으면 좋겠네요.

 


황룡동 입구에 늘어선 노점상들... 한국말 몇 마디씩 가지고 열심히 장사를 하는데...

“아주마, 바미... 바미... 처러”(밤이 천원)

“아, 싸다. 좋아요. 처러”

한국사람은 귀신같이 알아보더라구요. 중국관광객 속에 섞여 있는 나도 알아보고 계속 따라붙으며 “처러 처러” 하길래 “워 메이요우 한비, 즈 요우 런민삐” 하니까 “앗!” 하더군요.


이 사람들 순 바가지인게, 인민폐 2원어치, 5원어치, 7원어치 할 것 없이 무조건 한국돈 천원 부른답니다. 아무리 한국돈 천원이 별 거 아니라지만 계산은 계산 아닌가요... 환차를 이용해서 다섯배 이상 폭리를!! (잔돈이니까 봐줘야 하나... 따져야 하나...)


어떻게 한국사람을 알아보느냐고 물었더니 “한국 남자들은 등산조끼를 입고 있고 여자들은 모자를 썼다. 옷 색깔이 선명하다”고 하더군요. 옷 입은 건 일본사람들과 비슷한데 한국사람들은 더 시끄럽다나요. (우리 가이드 얘기가, 한국 사람들은 설명을 잘 안 듣고 자기들끼리 잡담을 더 많이 한다네요. 볼만한 곳에서도 오래 안 있고 그저 앞으로 전진, 전진... 중국사람들 하루 볼 것을 한국사람들은 세 시간이면 다 본대요.)


외국에 나와 고생하는 한글, 한국말... 장가계에 오면 많이 볼 수 있답니다.

장가계시의 웬만한 호텔과 상점에는 한국말 표기가 같이 되어 있지요.

따라서 잘못된 표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밧데리가 떨어져서 찍어두지는 못했지만 공항 휴게실 스티로폴 판에 붙은 메뉴판은 차마 민망해서 볼 수가 없더군요. (제가 몰래 볼펜으로 보충 및 삭제를 감행했답니다.)

 

글쎄요... 한국관광객이 왜 장가계에 쏠리고 있는 걸까요? 여행사들이 목하 홍보중인가요?

저도 뭐라고 대답할지 잘 몰라 더듬거리다가 “한국 사람들 원래 산을 좋아해... 아마 요즘 한국에서 장가계가 유행인가봐. 내년에는 아마 구채구가 유행할 꺼야. 너희도 한국 가면 제주도만 가지? 이제 설악산도 좀 가봐” 하고 대답했답니다.


조끼와 모자 만으로도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동네에 오니 몸가짐이 새삼 조심스러워지더군요. 천자산 정상 하룡공원 앞에 가니 한 맹인이 얼후 연주를 하고 있는데 내가 발걸음을 멈추자 헉! 아리랑을 연주하네요(옆에 서있던 사람이 한국사람 왔다고 가르쳐줬을까요?) 아무튼 한푼 꺼내주었습니다. 돈을 주면 더 자주 아리랑을 연주하겠지 싶기도 했지만 암만해도 체면도 약간 고려했겠죠?

 


장가계시는 지금 발맛사지 집과 가라오케가 포화상태입니다. 밤에 호텔로 아가씨가 전화를 해댑니다. 장가계가 전국 몇 위에 꼽히는 홍등가로 부상하고 있다는데.... 한국관광객은 나날이 늘어간다고 하고... 이 두 가지 사실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거 아닌가 싶어 좀 마음이 쓰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