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고단하다.
요즘은 수영강습이 장난 아니다. 준비운동 마치기가 무섭게 일단 자유형 열 바퀴 돌린다.
일곱바퀴째부터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기를 쓰고 열 바퀴 끝내면 다음엔 접영으로 갔다가 평영으로 돌아오기 서너 바퀴... 그때부터는 헥헥거리며 연신 시계만 바라본다. 에궁, 아까운 뱃살 다 빠지겠다..... (헌데 실제로는 전혀 변동 �스..ㅋㅋ)
산간마을에 사는 관절 약한 아지매에게 근처 초등학교 수영장과의 만남은 작지 않은 행운이다.
가격도 착하고(주3회 3개월에 75,000원)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곳이라 그런지 수질도 착하다.
어깨죽지가 아파 급하게 시작한 수영이 오늘로 6개월째.
첫 term에는 일주일에 세 번씩 가다가 스페인어 수업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씩 가지만, 요즘 운동량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게 분명하다. 수영 가야 하는 날 아침이면 자꾸 핑게꺼릴 찾게 되고, 수영 다녀와서는 한동안 소파 신세를 져야 한다는 게 그 증거다. ㅋㅋ 그래도 어거지로 수영가방 챙겨가지고 현관을 나서기만 하면 돌아올 때는 예외없이 날아갈 듯한 기분이 된다. 오늘도 귀차니즘을 이겨낸 만옥이, 장하다 만옥이!
오늘은 좀 특이한 수업을 했다.
지난주 화요일에는 반환점에서 turn하는 걸 가르치려는지 자꾸만 물구나무서기를 시키더니 급기야 킥판 붙든 양 팔을 축으로 계속 턴을 하면서 레인 끝까지 가란다(홍콩배우 주성치가 구사하는 無敵風火輪처럼).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 물구나무까지는 서겠는데 발이 머리 위로 넘어간 다음에는.... 머리 위 저 높은 곳에서 파란 물은 찰랑이는데 몸은 균형을 잃고 머리는 도무지 수면으로 떠오를 줄을 모른다. 간신히 수면으로 나오면 코도 맵고 머리도 띵하고.... 아쒸, 나 안 해!
다행히도 수업이 끝날 무렵에 시켰기 때문에 공포의 시간이 그리 길진 않았지만 분명히 다음 시간에 또 시킬 것 같아.... 소심하게도 그다음 시간인 목요일 아침엔 무슨 핑게꺼리를 만들었다. (헌데 오늘 물어보니 그날은 턴 비슷한 것도 안 했고 대신 접영대횔 했다는군. '접영' 하면 또 내가 우리반 에이슨데.... 쩝! )
아, 오늘 수업 얘길 하려던 참이었지.
오늘은 이상하게도 자유형 열바퀴가 아니라 다섯바퀴란다. 앗싸!!
가비얍게 돌고 나니 그다음에는 킥판을 양쪽 겨드랑이에 끼고 자전거를 타듯이 발차기를 하란다.
재밌겠다고 힘차게 발버둥질을 시작했지만.... 절대 재밌지 않을 뿐더러 무지하게 빡세다. 두 바퀴를 돌고 나니 허벅지가 뻐근하다. 자유형 다섯바퀴 효과.
그 다음엔 모두 한 줄로 서서 허리를 잡으라고 하더니 평영발차기로 가란다. 단체수영이다. ㅎㅎㅎ
우리가 무슨 선수들도 아니고 박자가 딱딱 맞을 리 있나? 서로 걷어차기를 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당연히 중간에 줄이 끊어지고 엉망진창이다. 그러자 이번엔 둘씩 짝지어서 해보란다. 음, 이건 할 만하다. 할만 할 뿐 아니라 살짝 싱크로나이즈드 발레 하는 느낌까지 난다. ^^
그 다음에는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뒤로 돌아 나란히 선 뒤에 앞사람이 뒷사람 머리를 잡고 배영 발차기로 가보란다. 이것 또한 색다른 맛이네 그려... 헌데 나중에 오는 팀을 보니 너무 힘껏 잡았는지 모자가 벗겨지고 그것도 모자라 머리 끄뎅이까지 잡는 몰골로 오고 있다.(너무 심하게 싸웠는지 결국 따로따로 도착했다. ㅎㅎ)
그리고는 자유형으로 팔젓기 두 번 한 다음 배영으로 바꾸어 두 번, 다시 자유형으로 다시 배영으로...
이것도 꽤 재밌더군. 게다가 전에 배운 입수동작에 이어붙이니 내가 무슨 수영선수나 된 기분이다. 어험!
마지막으로 숨 오래참기 내기.
학생들 중 누구 하나라도 선생님보다 오래 참는 사람이 있으면 선생님이, 안 그러면 꼴찌한 사람이 음료수를 쏘기로 했는데 학생 중 하나가 꼼수를 써서 선생님을 물 위로 띄워올렸다. 선생님도 꼼수를 쓴다. 다음시간에 1.5리터짜리 수염차를 사올 테니 다들 종이컵 한 개씩 준비해오란다. ㅎㅎㅎ
이렇게 재밌게만 하면 을매나 좋을꼬.
다음 시간엔 암만해도 골 때리는(!) 턴을 다시 시킬 것 같은데... 우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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