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陽光燦爛的日子

가을 안부 - 그냥 잡다구리한...

張萬玉 2007. 10. 12. 13:39

1.

아침에 스페인어 하러 나가는데 아파트 우리 동 현관문 바로 앞에 어린 참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눈에 잘 띄지도 않아서 밟히기 십상인 자리에... 사람이 바짝 지나가는데도 미동도 없이....

오히려 내가 놀라 까무라칠 뻔했다(나, 조류공포증...ㅜ.ㅜ)

암만해도 다친 것 같은데 나는 도저히 못 만져보겠고....

아들넘을 불러내려 안전한 풀숲으로 옮겨주라고 했다. 손으로 잡아도 꼼짝없이 잡히는 그녀석....

뭔가 사단이 난 듯하지만 제비가 아니라서 ^^ 집으로 데려와 치료해줄 생각은 안 했고

그냥 차조나 한 줌 가져다주라고 일러놓고.... 나는 내 갈길 갔다.(마티즈는 안 끌고 갔음)

돌아오는 길에 풀숲을 쳐다보니 없다. 제 갈길을 간 걸까?

잡아서 어디가 잘못됐나 뒤집어볼 때 파르르 떨리던 이쑤시개 같은 다리가 아직까지 눈에 선하다.   

 

2.

요즘 스.무.따.는 완전히 스로 너져가고 있따.

9월에 일 핑게로 한 번 빠지고 나니 시험을 친다는 그 다음주엔 가기가 싫었다.

마침 내가 빠진 날이 스페인어 공부의 깔딱고개라고 할 수 있는 과거 시제(부정과거, 완료과거, 현재완료)를 배우는 날이었는데 머리 터지게 외워도 넘을까말까 한 고개에서 주저앉았으니 

이젠 가봐야 따라가기도 힘들겠구나 싶은게.... 포기할 구실이 뚜렷이 생긴 셈이다.

마침 두 번째 빠지던 날이 9월의 마지막주였기 때문에 10월엔 바빠서 등록 못하겠다(원래 10월까지가 한 term인데 수업료는 다달이 낸다)고 선생님께 작별의 메일을 보내고 나니 얼마나 허무하던지....

 

암만 생각해도 그동안 배운 게 아까워 안 되겠다. 따로 공부할 시간 못내고 그냥 수업에 가서 귀동냥이나 하더라도, 반에서 지진아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하기로 한 날까지는 해야지. 

한 이틀 고민하다가 다시 선생님께 수업에 복귀하겠다는 메일과 수업료를 보냈더니 선생님께서 전화하여 하시는 말씀.... 모두들 내가 그만둔다고 하니까 너무 섭섭해 하더라, 다시 오면 굉장히 반가워할 것이다. 힘들어도 우쨌든 끝까지 같이 가자.... 이러셨는데, 

 

웬걸... 반가워할 동지들 얼굴을 떠올리며 룰루랄라 신촌으로 달려갔더니(지난주였다)

아무도 안 왔다. 배신자들!!

독선생으로 공부했다. ㅡ.ㅡ 수업 끝나고 전화를 돌려보니...

하나는 외국 나갔고 또하나는 지방에 있는 시댁에 다니러 갔고 다른 하나는 무슨 시험이 코앞이란다.

그래서 오늘 또 나는 독선생으로 공부했다. 덕분에 연습은 많이 했지만 슬푸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암만해도 10월엔 아무도 등록 안 했지 싶은데....

모두 과거시제의 깔딱고개에서 지쳐떨어진 걸까?

남은 두 번의 고개... 나혼자 외로이 넘어야 하려나? 

   

 3.

어느새 훌쩍 가을의 한가운데로 들어와버렸다.

내년에 떠날 여행경비에 보태려고 작은 돈벌이를 하고 있는데 그넘이 날 꼼짝 못하게 한다.

하늘은 파랗게 익어가는데....납품할 날짜의 압박 때문에 요즘은 거의 방콕 신세다.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아닌데 공연히 핑게만 늘어 주중엔 운동도 거의 안 했다. 수영이나 간신히 다녀올 뿐.

반식 다이어트도 슬슬 군기가 빠져 어제는 점심 대신한다고 시루떡 한 쪽을 다 먹더니

오늘은 스페인어 하고 오는 길에 맥도날드 간판을 보고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가버렸다. 미쳤어미쳤어

허겁지겁 먹어치운 피쉬버거와 콜라가 부대껴 오후 내내 고생했다. 

이쯤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줘야지 안 그러면 두 달 가까이 쌓아온 공이 만사 도루묵 되게 생겼다.

아, 오늘이 도대체 다이어트 며칠째여? (완전 풀어졌다. ㅡ,.ㅡ)

그래도 몸무게는 3.5킬로 감량 상태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신기하고도 다행일 뿐이다.        

다음주 안에 빡세게 해서 끝내버리자. 견디자.

곧 단풍이 맛있게 익을 꺼야.

'그 시절에(~2011) > 陽光燦爛的日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정하고 김장돌로 누르기  (0) 2007.10.24
가끔...  (0) 2007.10.21
D-30 : 휴식 끝 잠수 시작  (0) 2007.10.01
中秋佳節 月下散步  (0) 2007.09.25
이 산이 아닌개벼...  (0) 2007.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