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천님 주문에 따라 다이어트 보고서를 올리려고 제목을 고르다 보니 예전에 유행했던 우스개소리가 떠올라 그걸 갖다붙였다. 무슨 얘긴고 하니....(다 아는 싱거운 얘길꺼다만.. 다이어트 얘기만 하면 심심하니까.. ^^)
김대두(70년대에 사형당한 살인범)가 저승엘 갔는데, 저승사자가 어떤 벌을 받을 껀지 보고 결정하란다.
첫번째 방에 들어가니 벌겋게 달구어진 철판 위에서 사람들이 펄쩍펄쩍 뛰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두번째 방은 뭐였더라? 아무튼 첫번째방 못지 않게 끔찍한 방이었다지.
세번째 방에 들어가니 *물에 목만 내놓고 잠겨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에휴, 더럽긴 해도 아프진 않잖아? 나 저 벌 받을래용"
"그래? 그럼 그러든지..."
혹여 저승사자의 마음이 변할까 하여 얼른 *물로 뛰어들자마자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
"휴식 끝, 잠수 시작!"
(제목을 여기서 따왔단 얘기지 그걸 '*물잠수처럼 끔찍한 다이어트....' 이런 메시지로 받아들이면 곤란함. ^^)
우리 대학 시절에 유행하던 '허슬'이란 춤 동작 가운데 '갈까말까'라는 게 있었다. 오른팔과 오른발을 같이 냈다 들였다 냈다 들였다 하다가 한바퀴 휙 도는 동작 말이다.(갈까 말까 갈까 말까 에라이, 가자)
지금 내 체중이 딱 허슬을 추고 있다. 3.5kg까지 내려간 뒤 200g 올라갔다가 300g 내려갔다가 한바퀴 휙 돌아 제자리에 섰다가, 다시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러기를 일주일째다. 부족한 열량을 꺼내주기 싫은 뱃살이 필사의 저항을 하고 있나 보다.
추석 전날 빡세게 북한산 다녀온 이래로 잠시 운동에 소홀했었다.
추석 당일에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아주고 목요일에 평소대로 수영을 했지만 그걸로 끝. 그 이후로는 알바 때문에 종일 컴 앞에 앉아 있었다. 게다가 명절이다 보니 조심한다고 했어도 먹는 게 어디 평소와 같았겠나.
그러니 줄여놓은 체중이 한번에 되돌아간다 한들 억울하달 수도 없을 텐데.... 그래도 체중이 늘지 않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얼른 정신차리고 다시 시작하라고 기다려주는 모양이다.
그래서 토요일부터 다시 심기일전... 아침에 수영을 다녀와서는 바로 집을 나섰다. 국립극장 앞에서 오후 두 시 반에 약속이 있는데 가는 김에 남산을 넘어갈 요량이었다. 원래는 회현역에서 내려 옛날 어린이회관 쪽으로 올라갈 계획이었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기에(혹 약속시간에 늦을까 싶어) 충무로에서 내렸다.
아, 이 얘기도 해야지... ㅋㅋ
집에서 서둘러 나오느라고 점심을 안 먹고 출발했는데 암만해도 저녁때까지 요기할 짬이 없을 것 같아(다이어트의 방해꾼 중 하나가 비계획적으로 굶는 거다) 전철 타기 전에 김밥집에 들렀다.
다이어트 시작하고 한 번도 김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김밥 한 줄이 그렇게 많을 줄이야.
확실히 위가 줄긴 했나보다. 도저히 다 못먹을 것 같아 이걸 어쩌지 망설이다가 옆자리에 앉은 꼬마 둘 데리고 온 엄마에게 '제가 바빠서 그러는데요. 너무 아까워서요....' 했더니 고맙게도 이상한 여자 취급 안 하고 흔쾌히 남은 절반을 받아준다.(요즘 사람들은 너무 깔끔을 떨어 그런 부탁? 하기도 눈치 보인다)
각설하고 ...충무로에서 내린 얘기까지 했제?
한옥마을을 통과하여 순환도로 쪽으로 올라갔다(박통 시절 악명 높던 '남산호텔'이 목하 헐리고 있더군).
'남산 위에 저 소나무...'들의 향기를 만끽하며 걷겠구나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우레탄 포장을 하느라고 사방에 화공약품 냄새가 진동한다. 그렇다고 돌아가랴? 냄새를 벗어나기 위해 전속력 경보를 했더니 십여분 만에 땀이 뚝뚝 떨어진다. 덕분에 40분이 채 안 걸려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일요일인 어제는 남편과 (북한산에서 약속한 대로) 삼막사 코스까지 갔다.
원래 다니던 중풍노인 코스(제2야영장으로 오르는 길)를 들머리로 잡으면 코스가 너무 길어질까봐
삼성산 정상까지는 호압사에서 바로 치올라가는 깔딱고개를 택했다.
이 길도 나로서는 처음 가보는 길이다.
늘 남편만 올려보내고 밑에서 기다리거나 옆으로 돌아돌아 올라갈테니 정상에서 만나자며 한사코 피하던 길이었는데.....북한산 다녀온 덕분인지 한번 해보자 싶었다.
다행히 붙잡고 올라가는 밧줄이 있어서 체중을 두 팔에 싣게 해주니 크게 무릎에 무리는 안 가겠더군. 체력도 폐활량도 양호한 나로서는 앞으로 이 코스를 피할 이유가 없겠다.
땀 한번 빡세게 흘려주고 나니 삼성산 정상에서 삼막사까지 가는 2.5킬로는 그저 껌값이다.
중간에 두어 군데 살짝 바위코스가 있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쉬웠다. 전망도 좋고....
헌데 문제는 삼막사에서 관악역 쪽으로 내려가는 길고 지루한 콘크리트 코스...
삼막사에서 왔던 길로 돌아오거나 온 길 다시 가기 싫으면 서울대 쪽으로 내려왔어야 했는데(하긴 그 길도 급경사라더구만. 내 무릎은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을 제일 싫어한다) 얘기에 열중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돌이킬 수 없는 거리까지 와버렸더군. 할 수 없이 꾸역꾸역 그 딱딱하고 먼 길을 밟아주시는데.... 슬슬 무릎이 신호를 보내더니 막판에는 발바닥이 길에서 떨어지기를 거부하는 지경까지....
간신히 귀가하고 오늘까지 요양중이다. 휴식을 벌충하려고 무리하다간 씨러지실라.(愛야님 표현. ^^)
다이어트는 특별한 무엇이 아닌... 내 생활 자체일 뿐이다. 즉 '절.제.생.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일은 다이어트 두 번째 달의 첫날. 3.5kg 감량된 그 수치에서 다시 시작이다.
잠시 흐트러질 뻔했던 몸과 마음을 추스려본 한 달 다이어트 리포트 끄읕~!
아, 빼놓은 얘기가 있다. 이렇게 중요한 얘기를!!
다이어트 25일째쯤 바지 허리가 좀 헐렁해졌다 싶었는데,
토요일에 외출 준비를 하면서, 혹시나 싶어 예전에 사이즈를 잘못 골라 한번도 걸쳐보지 못한 바지를 꺼내 입어봤더니.... 만세! 삐질삐질 땀흘려도 채워보지 못한 지퍼가 배에 힘을 빼지 않아도 스르륵 올라갈 뿐만 아니라 딱 내 사이즈인 것처럼 편안하기까지!
하도 신기해서.... 편안한 게 최고라고 작년 겨울에 한 사이즈 올려버린 새 바지 두 벌을 걸쳐보니
오호홋, 아까워라.... 이건 누구 줘야겠네?
이런 게 즐거운 비명이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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