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해를 지켜보기 위해 깨어 있는다거나 오는 해를 맞으러 간다는 것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시도 자체가 삶에 대한 열정을 새로이 하려는 노력이므로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어제 저녁을 먹는데 남편이 온가족 함께 새해의 일출을 보잔다.
우리 동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 우리 뒷산(삼성산) 한우물터, 7시 43분이라나.
취지야 좋지만 추위와 어둠을 뚫고 하는 산행이 엄두가 안 나길래... 나는 발목이 불편해서 빠질 테니(엄살이 좀 섞였지만 일요일에 청계산 다녀온 후 발목이 편치 않은 건 사실이다. 무릎이 덜 아프니 이제는 발바닥, 혹은 발목이 번갈아가며 불편하다) 아들넘과 둘이 가라고 했더니 아들넘은 영 시큰둥..
가장이 깃발 들면 일사불란하게 따라나서던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살짝 미안해진다.
"그냥 베란다에서 해맞이 하지? 어차피 일출이라고 해도 뉴질랜드에서 이미 떠오른 태양 보는 거니까 어디 있든지 눈에 들어오는 태양이 새해 일출이잖아. 아까 일기예보에서 그러던데, 우리아파트 베란다 일출시각은 8시랬어."
"됐네, 이사람아.. 나 혼자 가지 뭐. 손전등이나 찾아놔."
드디어 새해 아침.
6시에 맞춰놓은 자명종 소리에 남편이 몸을 뒤척이길래 일어나나보다 했더니... 헉! 산이 아니라 내 위로 올라온다. 영동 사는 고모씨처럼 자전거 타기 시작이다. 혼자 따땃한 이불 속을 벗어나기 싫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새해 첫날 아침의 동작치곤 좀...
"아니, 산에 간다더니 번지수가 틀렸잖아. 신년 벽두부터 이러면 일년 내내 色칠하게 되는데.... 웬만하면 고정하시죠?"
"그럼 좋지, 완전 복 터진 거지."
(켁,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더니..)
결국 아침 먹고는 함께 뒷산에 갔다. 살짝 삐걱거리는 듯하던 발목은 완만한 길을 좀 오래 걷자 오히려 편안해졌고 컨디션도 좋길래 떠날 때 예정했던 '중풍노인 코스'에서 '호압사 - 전망대 - 제1야영장 - 삼화약수' 코스로 변경했다. 코끝이 매울 정도로 쨍한 날씨는 오히려 겨울의 상큼한 맛을 즐기기에 제격이었고 오랜만에 하늘도 갓 세수한 것처럼 마알갛다.
헥헥!!
다 올라왔다고 좋단다..^^
전망대를 가리키는 이정표.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연주대.
관악산의 해는 저쪽에서 떠올랐을 테지.
우리 집을 찍는다고 찍었는데 오른쪽으로 샜다.
자, 올 한해도 힘써서 발랄하게 살아보세!
오후엔 친정의 신년모임이 있다.
자신있는 음식들을 하나씩 장만해가지고 모여 신년예배를 본다. 부모님 살아계시고 조카들이 어릴 땐 윷놀이도 하고 제법 떠들썩하게 놀았는데 갈수록 조촐해지는 느낌이다.
조카 열 명 중 둘은 외국에 있고 셋은 시집을 갔으니 세뱃돈 줄 녀석들이 겨우 다섯 남았다. 이제 다섯 중 세 명은 돈벌이를 하니 안 줘도 되겠고.... 아깝고도 즐거웠던 세뱃돈 놀이 할 날도 몇해 안 남았군.
어제 재래시장까지 가서 잡아다가 2배식초에 재워둔 홍어, 맛있게 팍팍 무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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