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국

실크로드 기행 10 - 山頂호수에서 별을 따다

張萬玉 2005. 1. 24. 09:05
 

점심으로 양고기 수제비를 먹고 유람선 선착장으로 내려가 배를 탄 뒤 천산산맥의 전모를 보고 싶어 쑤어다오짠(索道站)으로 갔는데 케이블카들이 공중에 매달린 채 꼼짝도 안 한다. 안전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아 아직 가동을 못하고 있단다.

 

산이 가파라 직접 올라갈 엄두는 못 내고 말을 타고 올라가볼까 해서 호객하는 마부들을 따라갔는데여러 가지 복잡한 옵션을 제시하는 것이 어쩐지 찜찜하다.

머리를 막 굴리다 20분짜리를 타겠다고 했더니 평평한 풀밭을 한 5분 정도 돌리고 나서 내리란다. 이럴 때 왜 속이느냐고 항의하는 것은 아무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이미 체험한 바 있어 그냥 순순히 요금을 내주었다.

그런데 거스름돈을 바꿔준다고 언덕 아래로 내려간 마부가 감감무소식이더니 갑자기 웃옷을 다 찢긴 채 도망쳐오고 있는 게 아닌가. 놀라 내려다보니 우리 마부를 한 떼의 남자들이 집단구타하는 중이었다. 마부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다 화덕에 얹힌 국솥을 엎고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어찌나 험하게 싸우는지 겁이 나 거스름이고 뭐고 우리는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혹시 거스름돈 안 주려고 벌인 쇼가 아니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싸움이 너무 격렬하여 치열한 손님 유치경쟁이 빚은 분쟁 아니겠느냐고 결론을 지었다.

예나 지금이나 생존을 위해 싸우는 유목민들 삶의 한 단면을 본 것 같아 입맛이 씁쓸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RASHIT네 집도 승마영업을 하는데 우리가 모르고 엉뚱한 데 가서 봉변을 당한 것이다. 자기네 파오에서 묵는 손님에게 누가 그렇게 바가지를 씌우겠나.

 

 

저녁에는 양고기와 당근을 넣고 볶아 손으로 집어먹는 밥이 나왔는데 고추장의 도움을 받아도 먹기가 쉽지 않은 음식이다. 이곳의 양고기가 상해 양고기보다 맛있다던 식도락파 친구들도 이제 양고기가 질리는 얼굴이다.

이상하게 야채만 볶은 데서도 양 냄새, 끓인 물을 마셔도 양 냄새, 심지어 옆집에 사는 아기를 안아도 양 냄새가 난다. 이러니 이 동네에 들어선 이래 낯가림파들은 오로지 커피와 생오이로 연명할 수밖에.

 

저녁상을 물리니 파오 주인 아저씨가 기타를 들고 나온다. 40대 후반의 이 카자크족 아저씨는 영어, 중국어도 제법 잘 하고 견문도 넓은 데다 손님들을 친구로 사귈 줄 아는 멋쟁이다. 이곳을 거쳐간 손님들의 사진을 자랑스럽게 내놓는데 뒷면에 한국말이 씌어진 사진도 몇 장 있다.

산자락과 호수를 물들이는 석양빛 속에서 맥주가 돌아가고 기타줄이 울고 하다 보니 어느새 별이 나온다. 저렇게 보석 같은 별을 본 지가 언제였던가.

 

 

은하수까지 초롱초롱하게 보이는 밤하늘도 좋지만 너무 추워 난로가 있는 파오 안으로 들어갔다가 그만 잠들어버렸다. 밖에서는 피라미 잡아 모닥불에 구워먹고 새벽까지 놀았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