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편 있는 8시 45분발 신강항공에 오르려면 7시, 즉 신강 시각으로 새벽 5시에 숙소를 나와야 한다. 모두들 눈을 반쯤 뜬 채 차에 올라 다시 꿈나라로의 재진입을 시도한다.
해가 채 뜨지는 않았으나 여명에 물든 우루무치 거리는 왠지 인연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는 연인의 얼굴 마냥 파리하게 느껴진다. 떠나는 길의 느낌은 늘 이럴 테지.
공항이 다가오자 백포도파는 상인들이 차를 세운다. 열흘 넘게 집 지켜준 남편에게 신강 특산 백포도를 푸짐하게 안겨주려고 했는데 지난밤 먹고 노는 데 골몰하다 살 기회를 놓쳐 못내 아쉬웠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비행기는 정시에 우루무치 공항을 박차고 동쪽을 향한다.
구름 한 점 가림 없이 말갛게 씻긴 대기 속에 우리가 거쳐왔던 길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새하얀 보고타 봉, 검푸른 침엽수림, 구겼다 편 종이처럼 험준한 바위사막, 그리고 초원... 그 옛날 낙타를 끌고 지나갔던 시대의 개척자들 뒤를 따라 찍어본 불과 몇 발자국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이 발자국들은 내 삶의 여정에 의미 있는 표지로서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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