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陽光燦爛的日子

냉이 사러간 얘기, 아니면 냉이부침 얘기

張萬玉 2008. 1. 29. 18:49

집 근처엔 늘 가는 앞산 뿐 아니라 뒷산도 있다. 재개발 때문에 허리가 끊겨서 조그만 야산이 되었지만 그 끊긴 길을 건너가면 문성터널 건너까지 기나긴 능선이 이어진다. 언젠가 버스로 가면 예닐곱 정거장 정도 되는 우림시장에 갔다가 시장 골목길로 보이는 산에 이끌려 그 능선을 타고 돌아온 적이 있다. 

옛사람들은 장에 갈 때 이렇게 재를 넘어갔겠지, 편하자고 교통수단 만들어놓고 걷기가 부족하네 어쩌네 하는 요즘사람들을 보면 옛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어쨌든 능선 양쪽으로 빼곡이 들어선 동네를 바라보며 걷는 맛도 괜찮고 50여분 가까이 산길을 걷다 보니 제법 운동도 되는 것이... 앞으로는 매일 운동삼아 걸어서 시장에 다니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두어 번 해보고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었는데 오늘 저녁장을 보러 나가다가 문득 그 생각이 나 뒷산 쪽으로 갔다. 헌데 지난주에 내린 눈이 아직도 녹지 않아 길이 퍽 미끄럽더군. 그래도 이왕 나섰는데 아랫길로라도 걸어가자 하고 난곡길을 따라 주욱 걸어내려갔다. 자동차길을 피해 동넷길로... 

걷다 보니 어느새 난곡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왔는데 재미가 난 내 다리는 좀더 걸으라 한다. 남부순환도로 이면도로 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처 신림 사거리까지 걸었다. 한 시간 정도 걸었나?

오늘 운동은 이 정도면 됐다 싶어 버스를 타려다가 생각났다. 아참, 나 지금 저녁 찬거리 사러 나온거지? ^^

 

버스 정류장 옆 재래시장으로 들어가 뭘 살까 두리번거리는데 수북하게 쌓인 냉이가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 선배 집에 놀러갔다가 대접받은 독특한 그거! 나도 오늘 그거 한번 만들어보자꾸나.

 

자, 요리강습 드갑니다! 이름하야 냉이매운부침개...

난이도는 상입니다. 지저분한 냉이를 깨끗이 다듬어 씻어야 하니까요.. ^^

 

냉이 다지고

바지락살 다지고

청양고추도 조금만 다지고

걍 노릇노릇하게 부치면 됩니다.

요리강습 끝! ^^

(왜 이 대목에서 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은 얘기가 떠오를까요? ㅎㅎㅎ)

 

청양고추를 꼭 넣어주시라는 거...

경상도식 부추부침개 하는 식으로 건더기를 빡빡하게 넣으시라는 것이 요리의 뽀인또 되겠습니다. 

 

사진에 향기와 온기를 담을 수 없어 유감이군요.

         

이건 이따 밤 열 시 이산 볼 때 내기로 하고요...(전 맹세코 안 먹겠슴다. ^^ ) 

한바탕 요리(!)를 하고 나니 막상 저녁상엔 뭘 올리나 막연해지는군요.

남은 냉이랑 바지락 넣고 된장국 끓이고... 어제 한 양미리졸임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그거나 데워낼까, 좀 부실한 듯하니 명란 조금 깨쳐넣고 계란찜이나 하나 더 할까 생각중입니다.

 

어, 언제 독백이 방백이 됐지? ^^ 

모르겠당... 물러갑니다~

저녁들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