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陽光燦爛的日子

스트레칭이 필요해

張萬玉 2008. 1. 17. 14:39

1. 오늘 아침

 

일주일에 꼴랑 두 번 가는 수영인데

첫주에는 공휴일과 약속이 겹쳐 빠지고

두번째주에는 황열병 주사 맞았으니 물 들일까봐 빠지고

핑게꺼리가 없던 이번주 화요일, 미적미적 나가려던 차에 고맙게도 걸려온 친구 전화 받는다고 빠지고...

 

헌데 오늘은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란다. 

게다가 한동안 빠진 탓에 오랜만에 빡세게 돌 일이 까마득하니 살짝 꾀가 나네그려.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쾌조를 보이던 체중감량이 연말연초 이런저런 먹자모임에 걸려들고,

운동이랍시고 위안 삼고 있는 뒷산 행차도 눈 와서 자빠질까봐 못가, 눈 녹으면 질척거려서 가기 싫어....

날이 추우니 무릎조차 더 뻑뻑한 것 같고...  그러다보니 체중도 어영부영 한 눈금 밀고올라온 상태,

게을러진 몸은 드디어 움직이지 않을 구실을 찾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바람은 잉잉 불어대디요...

(등어리에서 아새끼는 빡빡 울어대디요, 떵은 마럽디요, 허릿빠는 안 끌러디디요...^^)

 

이러다 클나겠다, 이를 악물고 우지끈 일어나 문밖으로 나가니....

춥긴 무에 그리 추워?

오랜만에 돌고 돌고 할 일이 은근히 걱정이었는데 몸은 또 곧바로 물에 적응해준다.

땀 뻘뻘 흘리며 돌고 돌고~ 한 시간이 후딱 지나버렸다. 오랜만에 왔다고 반겨주는 같은반 아줌마들, 빠지지 말라고 야단치는 선생님까지 얼마나 정답게 느껴지는지. ㅎㅎ

 

2. 어제 저녁

 

이 동네로 이사온 직후(벌써 재작년 일이군) 만 원 묻어놓고 비디오 몇 편 빌려보곤 까맣게 잊었던 게 생각나 비디오 두 편을 빌려왔는데, '300'은 요사스럽고 정신 사나워 패스, 

'데이비드 게일'은 오랜만에 재밌게 본 영화 리스트에 넣어줄 만했다.

일단 줄거리가 재밌는 영화이니 스포일러 될까봐 내용은 패스. 

알란 파커 감독 작품 답게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케빈 스페이시, 케이트 윈슬렛의 훌륭한 캐릭터 연기... 아직까지 눈 앞에 아물아물.

사실 나는 그 사건의 끝을 짐작했지만 설마, 설마... 하면서 입밖에 내지 않았는데

결국 그러한 결말이었다. 명치 끝이 몹시 아렸다. 

내가 기자일에 딱 맞는 사람이었는데.... 문득 이따위 생각이 들어서 잠들기 전에 30분쯤 뒤척였다.

 

어제 愛야님 방에 갔다가 '한 잔짜리 문학'이란 글을 읽고 '목울대가 잠깐 울컥' 했었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나는 (그 글에서 회한으로 표현되고 있는 '재능의 放棄'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문학적인 글을 쓰기에는 창조성이 많이 모자라는 인물이며, 자질이 있다면 오히려 조직적이고 사실적인 글쓰기 쪽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호기심 많고, 겁대가리 없고, 돌아다니기 좋아하고, 모은 정보들을 관점을 세워 조직해보기 좋아하고, 수다스럽게 전파하기 좋아하고... 이런 것들이야말로 기자가 필요로 하는 자질 아닌가. 능력이 되느냐와는 상관없이 그쪽으로는 아예 눈조차 돌리지도 않았던 시절이 살짝 아쉬워지더군. 케이트 윈슬렛이 너무 연기를 잘 했던 건가? ㅎㅎ

 

우쨌든 지나간 시절은 지나간 시절이고, 뭐에다가 써먹을 전망이 있든 없든 간에..

영동 사는 아지매님, 愛야님, Pia님, 원이님, 어떤여자님 등등..... 여전히 녹슬지 않은 왕년의 문소(문학소녀)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글을 써야겠다는 원인모를 충동에 목울대 찌르르한 황홀감을 삼킬 때도 있고, 나이 탓인지 '그 분이 오시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초조함에 앞이 캄캄할 때도 있다.

부릴 수 있는 어휘와 문장의 범위가 점점 좁아지는 것도 걱정이지만 사고와 관심의 범위가 점점 좁아지는 것, 그리하여 하고 싶은 말, 궁금한 일조차 소실되어버리는 지경에 이를까봐 더 걱정이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사가 자꾸 뻔해져서 큰일이다. 그래서 새해 결심 몇 가지 중 하나가 '마음의 스트레칭 삼아 매일 몇 줄이라도 쓴다'였는데...

 

그래서 오늘 몇자 '주껴봤다'. 마침 오늘은 오랜만에 수영으로 몸을 푼 날 아니던가.

몸과 마음의 건강관리, 욕심 내지 말고 조금씩... 꾸준히.... ^^